KT 주권. IS포토 3000만원이 문제가 아니다. KT는 '불펜 투수 대우에 박한 팀'이라는 시선과 싸워야 한다.
지난해 강팀 도약의 발판 만든 KT가 2021시즌을 앞두고 입방아에 올랐다. 셋업맨 주권(26)과 연봉 협상에 실패한 여파다. 주권은 2020년 연봉(1억5000만원)에서 1억원 인상된 2억5000만원을 요구했다. KT 구단은 2억 2000만원을 제시했다. 2011년 이대호(롯데) 이후 10년 만에 연봉 조정위원회가 열린다.
주권은 2020시즌 KT 불펜투수 중 최다 등판(77경기)과 최다 이닝(70이닝)을 기록했다. 31홀드로 이 부문 리그 1위에 올랐다. 평균자책점(2.70), 이닝당 출루허용(1.23), 피안타율(0.213) 등 세부 기록도 좋았다. 이전 세 시즌(2017~19년) 홀드왕(진해수·오현택·김상수)들은 모두 8000만원 이상 인상된 금액에 다음 시즌 계약서에 사인했다. 이런 면에서 주권의 요구가 합당하다는 의견이 많다.
주권과 KT 모두 "갈등은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건 엄연히 분쟁이다. 상대적으로 힘이 없는 개인이 조직을 상대하는 구도이기에 선수가 더 응원받는 분위기다. 조정위원회에서 선수의 승률이 5%(20차례 조정위원회 중 선수의 승리는 1번)에 그쳤던 점도 주권이 여론전에서 유리한 이유다.
KT는 난감한 상황이다. 이전까지 불펜 투수 대우를 두고 구설에 오른 적은 없었다. 오히려 후한 편이었다. 2016시즌 연봉 계약 때 KT는 신인 투수 조무근에게 종전 연봉(2700만원)보다 215% 인상된 8500만원을 안겼다. 2019시즌 한 시즌 팀 최다 세이브(17개)를 기록한 이대은에게도 전년 연봉(2700만원) 대비 270% 오른 1억원을 줬다. 주권도 수혜자였다. 25홀드, 평균자책점 2.99를 기록한 2019시즌 뒤 종전 연봉(6300만원)보다 138% 오른 1억5000만원을 받았다.
KT 유원상 올해 KT는 '불펜투수 대우에 박한 팀'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주권뿐 아니라 베테랑 불펜투수 유원상(35)의 대우도 합리적이지 않다는 평가다. 자유계약선수(FA) 취득 자격을 포기하고, KT에 남은 유원상에게 적은 연봉(8000만원)을 책정했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KT로서는 구단 이미지 실추가 더 큰 타격이다. 2015년부터 심혈을 기울여 정립했다고 자부하는 KT의 고과 시스템도 비난을 받고 있다. 이는 경기 운영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특정 투수가 3연투를 한다면 "불펜진에 합당한 대우는 하지 않으면서 혹사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KT 코칭스태프도 이를 의식해야 한다.
연봉 조정위원회의 선택이 어떻든, KT는 2021시즌 불펜진 관리에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