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웅 감독이 이끄는 현대캐피탈은 최근까지 창단 후 최악의 부진을 보였다. 2020-21 도드람 V리그 1라운드를 3승 3패로 마친 현대캐피탈은 이후 이기는 경기보다 지는 때가 더 많았고, 결국 최하위까지 떨어졌다. 삼성화재와 최하위를 놓고 엎치락뒤치락 경쟁하며 '배구 명가'의 자존심을 구겼다.
하지만 최근 5경기에서 4승 1패를 거뒀다. 직전까지 6연패를 당해 17경기에서 4승 13패에 그쳤던 현대캐피탈은 분위기 반전에 성공한 모습이다.
현대캐피탈의 부진은 어느 정도 예견됐다. 비시즌부터 트레이드 등을 통해 선수단 체질 개선에 나섰다. 이번 시즌을 끝으로 계약이 만료되는 최 감독은 "팀 재창단에 맞먹는 강도 높은 리빌딩을 통해 팀에 변화를 꾀하려 한다"며 "지금 아니면 리빌딩을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라고 변화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지난 9월 주전 세터 이승원을 삼성화재에 내주고 대신 같은 포지션의 김형진을 데려왔다. 신인 드래프트를 앞두고선 센터 김재휘를 내주고 KB손해보험의 1라운드 지명권을 양도받았다. 그리고 '최대어'로 기대를 모은 임성진(한국전력) 대신 한양대 3학년에 재학 중이던 김선호를 지명, 또 한 번 깜짝 소식을 전했다.
현대캐피탈의 '깜짝 선택'은 계속됐다. 11월 중순에는 국가대표 센터 신영석과 베테랑 세터 황동일을 내주면서 한국전력으로부터 김명관, 이승준, 2021년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을 얻는 트레이드를 했다.
이런 변화를 통해 선수단 구성이 크게 바뀌었다. 전광인이 군 복무 중이고, 문성민은 여전히 재활 중이다. 대신 허수봉(23) 김명관(24) 김선호(22) 등 젊은 새 얼굴이 주전으로 도약했다. 리베로는 현역 최고령 여오현 대신 박경민이 맡는다. 지난 시즌 주전으로 뛴 선수 가운데 이번 시즌에도 변함없이 출전 중인 이는 외국인 다우디 오켈로(등록명 다우디) 뿐이다.
최태웅 감독은 어린 선수들이 기대에 못 미치자 당근과 채찍을 건넸다. 1월 10일 OK금융그룹과의 경기에서는 비디오 판독 결과에 항의하며 분을 못 참고 소리를 내지르기도 했다. 한편으론 "앞으로 너희의 시대가 올 거야. 걱정하지 마. 부담 없이 그냥 앞만 보고 달려가는 거야" "너는 드래프트 1순위야"라며 용기를 북돋기도 했다.
반복된 패배에 어두웠던 선수들의 표정에도 조금씩 여유와 웃음이 되살아나고 있다. 세터 김명관은 큰 키를 활용해 선수들과 시너지 효과를 발휘한다. 시즌 중에 합류한 허수봉과 김선호는 40% 중반의 성공률로 활력소가 된다. 얼마 전까지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무너지는 모습을 보였지만, 점차 힘을 내고 있다.
그러자 최태웅 감독은 17일 한국전력전에서 3-2로 승리한 뒤 가진 인터뷰에서 "선수들이 흔들려 '현대캐피탈 청소년 배구단'이라고 표현했는데, 이젠 유니버시아드까지 올라온 것 같다"라고 웃음을 되찾았다. 그리고 "어려운 상황을 이겨내야 한다. 어린 선수들이 기죽지 않고 활발한 팀 분위기를 만드는 게 내 역할"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