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이자 제작자 문소리가 영화 '세자매'를 선보인다. 펑펑 울고 촬영 전 앓을 정도로 많은 애정을 기울여 작품을 탄생시켰다.
문소리는 19일 오전 진행된 화상 인터뷰에서 "전주영화제와 부산영화제에서 영화를 봤다. 세 배우 다 부산에서 상영했을 때 엄청 울었다. 저는 제 영화 보고 잘 안 우는데, 창피하게 많이 울었다. 김선영과 장윤주는 기술 시사 때부터 많이 울었다. 후반작업을 보느라 저는 몰입을 못 해서 '자기 영화를 보고 펑펑 우니?'라고 놀렸었는데, 시사 때는 울어서 부끄러웠다. 세 배우 다 이 영화를 좋아한다. 더 많은 관객의 반응이 굉장히 궁금하고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영화 '세자매'는 겉으로는 전혀 문제없어 보이는 가식덩어리, 소심덩어리, 골칫덩어리인 세 자매가 말할 수 없었던 기억의 매듭을 풀며 폭발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소통과 거짓말', '해피뻐스데이' 등을 통해 섬세한 연출력을 인정받은 이승원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특유의 강렬한 캐릭터 설정과 흡입력 넘치는 이야기를 펼쳐 보인다.
문소리는 완벽한 척하는 둘째 미연 역을 맡았다. 괜찮은 척하는 첫째 희숙 역의 김선영, 안 취한 척하는 셋째 미옥 역의 장윤주와 호흡을 맞췄다.
공동 제작자로도 활약한 문소리. 쉽지 않았지만 즐거운 일이었다고 회상했다. 특히 감독, PD와 좋은 호흡으로 작품을 완성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전했다. 문소리는 "얼마나 어려웠는지 이런 이야기는 많이 하고 싶지 않다. 하자면 할 이야기가 너무 많지만. 다들 어렵다는 것도 알고 있다. 영화 한 편을 만드는 데에 누구나 다 어려움이 있다. 처음 캐스팅과 투자, 촬영, 후반, 개봉까지 어느 것 하나 쉽지 않았다"며 "그래도 이승원 감독, PD, 저 세 명이 너무 호흡이 잘 맞았다. 서로 각자의 장점이 다르면서도 호흡이 잘 맞다. 너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행복하게 논의하면서 같이 고민하고 토닥여가면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앞으로 또 제작해도 '이런 호흡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다. 감사하게도 우리끼리의 호흡은 참 좋았다"고 밝혔다.
문소리는 미연 캐릭터에 공감 가는 부분이 있으면서도 외면하고 싶었다고. 가정 폭력의 상처를 신앙이라는 허울로 감추는 미연의 내면과 자신이 비슷한 지점이 있기에, 이를 들추어내는 일이 쉽지 않았다. 이에 관해 "미연과 내면적으로 비슷한 부분이 저의 내면에서 별로 안 좋아하는 부분이다. 드러내지 않고, 감추려고 하고, 오히려 완벽하게 준비되지 않으면 내보이려고 하지 않는다. 그런 성격들이다. 자세히 설명하긴 어렵다. 어쨌든 마음 속 어떤 부분이 저에게도 있고, 평소에 썩 좋아하지 않던 부분이다. 그 캐릭터가 너무 잘 이해가 가면서도 와락 껴안기 힘들었다. 촬영 열흘 전까지도 그런 것 때문에 마음을 앓았다"고 말했다.
교회에 가지 않는 그는 미연 역할을 소화하기 위해 '교회 공부'에 돌입했다. 매주 주일 예배를 보고 미연이 되기 위해 차근차근 준비했다. 문소리는 "교회에 자주 갔다. 매주 갔다. 교회도 큰 교회, 작은 교회 다 가봤다. 캐치해야겠다는 눈으로 보기보다 머물면서 물들길, 스며들길 바랐다. 집에서 피아노 칠 때도 매일 찬송가 하나씩 불렀다. CCM 같은 노래도 많이 들었다. 유튜브로도 다른 교회 예배를 봤다"면서 "독실한 크리스찬인 김선영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심지어 김선영의 언니 분이 교회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고 해서, 직접 만나서 질문도 하고 분위기도 살폈다"고 설명했다.
이 영화는 아동 학대, 가정 폭력 문제를 꼬집는다. 지금 우리 사회에 가장 뜨거운 화두인 바로 그 문제다. 쉽지 않은 사회적 화두에 접근하며 복잡한 고민과 어려운 과정이 있었을 터다. 이에 문소리는 "우리 영화는 사실 특별한 사건을 다루려고 했던 건 아니다. 지금은 아버지들이 육아에 많이 참여하고 집안일도 하듯이, 달라진 아버지들이 많이 있다. 이전의 아버지들은 사랑을 표현하거나 이런 방법을 잘 모르고 폭력에 대한 감수성이 달랐다. 좋은 아빠에 대한 기준도 달랐다. 그래서 받았던 상처나 그 속에서 크면서 느꼈던 것들이 많을 거다. 영화에서 만들어진 드라마는 사람도 죽고 하지만, 우리 영화는 '뭐 그 정도 가지고 그래'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는 것까지 우리 맘 속에 커다랗게 자리 잡을 수 있다는 걸 말해준다. 그 (상처가) 얼마나 큰 것인가란 이야기를 감독님이 하고 싶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아주 특별한 아빠를 그리려고 했던 건 아닌 것 같다. 시나리오 쓸 때도 큰 고민이었다. 이야기를 조금 더 극적으로 해볼 수도 있는데, 그게 더 좋을 것인지. 알고 보니 특별한 이야기가 아닌데 관객이 그렇게 생각하면 어떡하지란 생각이 들었다. 시나리오를 쓰면서 감독님이 고민한 부분이기도 하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세자매'를 통해 어떤 위로 혹은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을까. "말로 하기가 어려우니 영화로 만든 것 같다. 말로 '내가 이렇게 이야기하는 게 위로가 됐으면 좋겠어'라고 하기 어려우니까. 이 많은 과정을 거쳐서 영화로 만든 것 같다"는 그는 "이승원 감독님의 전작도 그렇고, 따뜻한 시선이 있다. 그 따뜻한 시선이 영화를 보는 관객에게도 전해지면 위로가 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이야기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얼어붙은 극장가에 도전장을 낸 '세자매'. 문소리는 "이런 상황에서 영화를 보러 오시라고 말하기가 어렵다. 마스크 잘 하시고, 극장에도 방역을 잘 부탁드리고, 이런 단서를 달아가며 홍보를 하는 것도 쉽지 않다"면서 "극장산업의 규모 자체가 너무 줄어들었다. 9시 이후 상영을 할 수가 없다. 이전에는 아침 7시부터 상영하지 않았나. 이제는 그런 이른 시간 상영도 없어졌다. 좌석도 50인 이상 채울 수 없다. 온 영화계가 어렵다. '관객들에게 극장으로 왜들 안 오시는 거예요'라고 말할 수 없는 상황에 맘이 아프다. 확진자 수를 매일 검색하고 있다. 빨리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완화되길 기도하는 심정이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