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협회는 지난 27일 정몽규 회장 3기를 이끌 새 집행부를 발표했다. 신아영 아나운서의 깜짝 이사 발탁이 화제였지만, 이번 인사의 핵심은 부회장 6명의 명단에 들어있다. 이 부회장의 컴백에 무게추가 쏠린다.
이 부회장은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브레인'이다. 대표적인 업적이 2002 한·일 월드컵이다. 당시 기술위원장 역할을 수행하며 '4강 신화'에 큰 역할을 했다. 이 부회장은 한때 정 회장의 반대편에 섰던 적이 있었지만, 정 회장마저 그를 발탁했다. 반대편까지 인정한 경쟁력이다.
이 부회장의 복귀는 2017년 6월 15일 부회장과 기술위원장에서 사퇴한 지 1323일 만이다. 정 회장의 마지막 월드컵인 2022 카타르 대회가 다가오고 있다. 이 부회장의 능력이 필요한 시기다. 정 회장의 마지막 승부수라고 볼 수 있다.
한 축구인은 "이용수 부회장의 능력과 열정은 누구나 다 아는 것 아닌가. 사퇴 후에도 정몽규 회장의 신뢰는 변함이 없었던 것으로 안다. 어떤 방식으로든 한국 축구 발전에 필요한 인물임은 부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과거 이 부회장은 기술위원장을 겸임했지만, 이번에는 부회장 역할만 한다. 축구협회는 "김판곤 위원장이 대표팀을 관할하고, 미하엘 뮐러 위원장이 유소년을 담당한다. 양쪽의 가교역할을 할 이용수 부회장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부정적 시선도 존재한다. 3년 반 전 이 부회장이 사퇴한 이유, 울리 슈틸리케 전 대표팀 감독 때문이었다. 이 기술위원장이 선임한 슈틸리케 감독은 초반에는 '갓틸리케'라 불리며 환호를 받았지만,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서 한계를 드러내며 경질됐다. 이 부회장도 함께 책임을 지고 떠났다.
축구협회는 이번 집행부 인사를 '파격과 젊음'이라고 강조했지만, 한편으로는 실패한 인사를 재탕한다는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많은 축구 팬들이 이 부회장 복귀에 의구심을 드러내고 있다.
이런 시각은 축구협회도 알고 있다. 축구협회는 "부정적 의견이 있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대표팀과 유소년 모두 경험이 있고, 이를 아우를 수 있는 적임자는 한 사람, 이용수 부회장뿐이었다"고 밝혔다.
3년 반 전과 달리 이 부회장은 전면으로 나서진 않는다. 뒤에서 크게 보고, 조언하고, 조율하는 역할이다. 그렇다고 책임이 없는 건 아니다. 대표팀과 유소년의 모두의 발전, 두 팀이 상생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이 부회장 손에 달렸다.
이 부회장은 명예 회복이 아닌 한국 축구 발전을 위해 복귀를 결심했다는 전언이다. 그에 대한 진정한 평가는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