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디 로딕(Andy Roddick)은 피트 샘프라스와 안드레 애거시의 뒤를 이을 미국의 차세대 테니스 스타였다. 그는 2003년 US 오픈에서 우승하며 세계랭킹 1위가 됐다. 로딕은 2005년 이탈리아 오픈 3라운드에서 스페인의 페르난도 베르다스코와 만나 매치 포인트(match point, 시합의 승부를 결정하는 최후의 한 점)를 잡았다. 이어진 베르다스코의 두 번째 서브가 아웃으로 선언, 로딕의 승리로 경기가 끝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로딕은 클레이 코트에 찍힌 테니스 공의 자국을 가리키며, 공이 라인 안으로 들어왔다고 말했다. 자신에게 불리한 말을 한 것이다. 로딕은 떳떳하지 않은 승리보다 정정당당한 과정을 더 중시했다. 주심의 콜은 바뀌었고, 경기는 계속 진행되었다. 결국 베르다스코가 로딕을 세트 스코어 2-1로 제압하고 8강에 진출했다.
영국에서 유래한 스누커(snooker)란 당구 게임이 있다. 웨일즈 출신의 레이 리어던(Ray Reardon)은 1970년대 스누커의 최강자였다. 시간이 흘러 리어던의 전성기는 지나갔고, 그는 이길 때보다 질 때가 더 많아졌다. 하지만 리어던은 패배가 확정된 순간 언제나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상대방을 찾아가 환한 얼굴로 악수하며 축하의 말을 건넸다.
이런 그에게 한 인터뷰어(interviewer)는 다소 무례한 질문을 했다. “Don't you mind losing(져도 상관없나요)?” 이에 리어던은 “저는 누구보다 지는 것을 싫어합니다. 하지만 저는 스누커를 사랑합니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경기를 홍보하고 사람들에게 스누커의 이미지를 좋게 하는 것은 제가 해야 할 일입니다. 화난 얼굴로 그런 역할을 할 수는 없습니다. 스누커는 저보다 훨씬 더 중요하니까요.”
지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누구나 이기고 싶어한다. 하지만 아무리 위대한 선수나 팀도 계속해서 이길 수는 없다. 따라서 “품위 있게 지는 법(how to lose with dignity)”을 배우는 것은 중요하다.
졌을 때 속상하고, 화가 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좋은 스포츠맨십을 가지려면 이러한 감정을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 상대편을 인정하고 칭찬하는 것도 중요하다.
미국의 스포츠 평론가인 그랜트랜드 라이스는 “ It doesn't matter if you win or lose, it's how you play the game(승패보다는, 게임을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라는 격언을 남겼다. 승패는 단지 결과일 뿐, 그 과정에서 의미를 찾고 교훈을 얻어야 한다는 뜻이다. It doesn’t matter if~는 “~는 중요하지 않다”는 의미이다.
1993년 개봉된 영화 '쿨 러닝(Cool Runnings)'은 자메이카 봅슬레이팀의 동계올림픽 출전 실화를 소재로 했다. 영화 대사를 인용해 이 표현을 공부해보자. “ It doesn't matter if they come in first or 50th(그들이 1등으로 들어오든지 50등으로 들어오든지는 중요하지 않아).” 열대기후의 나라 자메이카 선수들이 동계올림픽에 참가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 것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예문을 하나 더 들어보자. “ It doesn’t matter if you love me or not, but I do(네가 날 사랑하든 말든 상관없지만, 난 널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