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청원 게시글과 이에 대한 반박 파문에 휩싸인 피아니스트 백건우가 연주 활동을 이어간다. 공연기획사 빈체로는 “프랑스에 거주 중인 백건우가 이달 11일 귀국해 자가격리를 마치고 26일부터 한국 공연에 돌입한다”고 알렸다. 지난해 시작한 작곡가 슈만에 대한 탐구와 함께 모차르트 프로젝트도 이어진다.
백건우의 내한 공연은 예정된 일정이지만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파문과 맞물려 관심을 끈다. 지난 5일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배우자와 딸의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영화배우 ***가 알츠하이머와 당뇨로 투병 중”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이에 백건우는 공연기획사를 통해 7일 입장문을 내고 “아내 윤정희는 따뜻한 보살핌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파리고등법원에서 윤정희의 형제자매 3인이 낸 후견인 소송에서 승소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런 상황에서 백건우는 이달 26일 대전, 다음 달 4일 대구, 6일 아트센터인천을 거쳐 12일엔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슈만을 연주한다. 백건우는 지난해 10월 슈만 전국 투어를 앞둔 기자간담회에서 “가족들에게 피해를 주기 싫어 제 손으로 짐을 싸 정신병원에 들어간 슈만을 이제야 이해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슈만은 우울증, 분열증 등으로 고통받다 정신병원에서 숨을 거뒀다. 이번 공연에서도 슈만의 첫번째 곡인 ‘아베크 변주곡’ 부터 마지막 작품인 ‘유령 변주곡’을 들려준다.
슈만 연주 이틀 뒤인 14일엔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연주한다. 20세기 작곡가 바르토크 피아노 협주곡 3번과 드뷔시의 피아노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판타지를 연주할 예정이다. 기술적으로 쉽지 않은 20세기 작품들이다.
백건우는 본래 ‘시리즈’의 피아니스트다. 1972년대 라벨 독주곡 전곡으로 시작해 라흐마니노프 협주곡 전곡(4곡), 베토벤 소나타 전곡(32곡), 쇼팽 녹턴 전곡(21곡) 등 한 작곡가의 특정 장르를 모두 연주하거나 녹음했다. 그는 한 작곡가를 인간으로서 들여다보며 그 삶을 이해해 음악을 표현하곤 했다.
올해 백건우가 만나는 작곡가는 모차르트다. 백건우는 7월 13일, 11월 3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모차르트 프로젝트’를 준비한다. 새로 구성하는 '모차르트 프로젝트 오케스트라'와 함께 협주곡을 연주하는 시리즈다. 공연기획사 빈체로 측은 “올해가 백건우 연주인생의 65주년”이라며 “젊은 음악가들과 함께 무대에 오르는 공연이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렇게 백건우는 ‘한 작곡가에 대한 연구’라는 평생의 일을 이어나간다.
공연을 위해 입국하는 백건우가 청와대 국민청원과 관련해 기자회견 등으로 입장을 밝힐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