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게임 시장의 빅2인 엔씨소프트와 넷마블이 올 상반기 기대 신작들을 잇따라 선보인다. 비슷한 시기에 유사한 장르의 신작을 내놓는 것이어서 경쟁이 불가피하다. 더구나 이 신작들은 양사의 주요 IP(지식재산권)를 기반으로 개발했거나 전략적으로 선보이는 것이어서 성공 여부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여기에 모바일 리더의 자존심도 걸려 있다.
엔씨 상반기 최대 기대작 ‘블소2’…‘트릭스터M’ 출시 임박
엔씨는 ‘블레이드앤소울2’(이하 블소2)와 ‘트릭스터M’, ‘프로야구 H3’를 상반기에 출시할 계획이다. 엔씨가 다수의 신작을 상반기에 선보이는 것은 이례적이다.
엔씨 관계자는 “출시 일정을 맞췄다기보다는 개발하다 보니 상반기에 몰렸다”며 “다수 신작이 상반기에 나오는 것도 오랜만이다”고 말했다.
가장 주목되는 신작은 블소2다. 엔씨가 2012년 출시해 흥행에 성공한 PC 온라인 게임인 ‘블레이드앤소울’의 정식 차기작이다. 특히 ‘리니지M’보다 먼저 모바일 게임으로 선보이려고 했던 작품이라는 점에서 기대를 모은다.
블소2는 동양 판타지 무협 게임의 속도감 넘치는 액션성과 화려한 연출 등 원작의 감성과 특징을 계승한 모바일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이다.
엔씨는 모바일 게임을 뛰어넘는 높은 완성도를 바탕으로 차원이 다른 자유도와 액션성을 구현하고, 크로스플레이 ‘퍼플’로 PC에서도 즐길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트릭스터M는 엔씨 자회사인 엔트리브소프트가 11년간 서비스한 ‘트릭스터’ IP를 활용해 만든 모바일 MMORPG다. 정통 MMORPG보다는 아기자기한 2D 도트 그래픽 등으로 캐주얼한 MMORPG를 추구하고 있어 ‘귀여운 리니지’라는 별명을 얻었다.
트릭스터M은 엔씨가 그동안 선보여온 무거운 MMORPG와는 사뭇 달라 출시 전부터 유저들의 관심이 뜨겁다. 사전 예약 한 달여 만에 300만명을 넘어섰고, 사전 캐릭터 생성을 시작한 당일 준비한 60개 서버가 조기 마감돼 각 서버의 수용 인원을 늘렸다.
엔씨 신작 중 가장 먼저 선보일 트릭스터M도 퍼플을 통해 모바일과 PC 모두에서 플레이할 수 있다.
엔씨는 야구 매니지먼트 게임 ‘프로야구 H3’도 준비하고 있다. 이용자는 감독뿐 아니라 구단주 역할도 맡아 야구단을 운영할 수 있다. 선수 영입하는 ‘스카우터’와 ‘콜업’ 시스템, ‘이적 시장’ 등 새로운 시스템에 엔씨의 인공지능(AI) 기술이 결합돼 생동감 있는 경기 리포트와 하이라이트를 보는 콘텐트도 제공한다.
넷마블이 가장 기대를 거는 신작은 세나 레볼루션이다. 자사의 인기 IP인 ‘세븐나이츠’를 기반으로 했다는 것과 대세 장르인 모바일 MMORPG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특히 넷마블은 작년 11월 출시해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는 ‘세븐나이츠2’를 이어갈 차기작으로 꼽고 있다.
2019년 국제게임전시회 지스타에서 첫 공개된 세나 레볼루션은 세븐나이츠 영웅들이 사라진 후 혼돈의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 설립된 기사단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올해 상반기 한국과 일본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제2의 나라는 해외 유명 게임 IP ‘니노쿠니’를 모바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한 편의 애니메이션과 같은 그래픽과 탄탄한 스토리를 앞세운 모바일 MMORPG다.
위기에 빠진 세계를 구하는 모험과 여정을 그린 스토리에 카툰 렌더링 특유의 화려한 3D 그래픽, 수준 높은 컷신을 앞세워 동화풍 애니메이션 감성을 강조한 것이 특징이다. 올해 상반기 한국·일본·대만 출시가 목표다.
마블 퓨처 레볼루션은 마블 캐릭터를 활용한 모바일 오픈월드 RPG(역할수행게임)다. 마블 코믹스의 어벤저스·토르·아이언맨·캡틴 마블 등을 집필한 작가 마크 슈머라크가 게임 스토리 작업에 참여했다.
엔씨·넷마블, 새 흥행작·유저층 확보 경쟁
엔씨와 넷마블의 상반기 신작 경쟁은 어느 때보다 불꽃이 튈 전망이다. 양사 모두 자사가 자랑하는 IP를 기반으로 한 신작인 데다가 장르도 모바일 MMORPG로 같다.
다만 엔씨의 블소2와 트릭스터M은 가벼운 MMORPG인 반면, 넷마블의 세나 레볼루션은 정통 MMORPG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타깃으로 한 유저층이 다르다. 그러나 신작들은 다른 게임을 하는 유저의 시간을 빼앗아 와야 한다는 점에서 경쟁이 뜨거울 수밖에 없다.
상반기 신작 전쟁의 불씨는 엔씨가 먼저 댕겼다. 엔씨는 조만간 트릭스터M을 출시하고 9일 블소2 온라인 쇼케이스와 함께 사전 예약에 돌입한다. 지난 5일 실적 발표 이후에는 TV 등을 통해 블소2 광고도 시작했다. 프로야구 H3의 사전 예약도 8일 시작했다.
넷마블은 오는 10일 실적 발표 이후 본격적인 신작 출시 행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양사 모두 이번 신작 전쟁에서 이겨야 하는 상황이다.
엔씨는 블소2 성공으로 리니지M과 리니지2M 등 리니지 모바일 게임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 이들 리니지M 형제의 작년 매출은 1조6784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69.5%에 이른다.
엔씨는 유저층 확대도 노리고 있다. 이장욱 엔씨 IR 실장은 5일 컨퍼런스콜에서 “블소2는 20대, 30대에 맞춰 캐주얼하게 만들어졌다. 새로운 유저층 자체가 클 것으로 본다”며 “이들을 블소2에 끌어드리는 시장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리니지와 겹치지 않은 고객이 들어오면서 의미있는 스케일의 매출을 조심스럽게 예상한다”고도 했다.
넷마블은 엔씨에 내준 모바일 왕좌를 재탈환하기 위해서는 차기 흥행작이 절실하다.
넷마블이 지난해 선보인 신작 중 현재 매출 톱10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세븐나이츠2’(구글 6위)가 유일하다. 올해 상반기 신작 중 세븐나이츠2를 이을 히트작이 나와야 엔씨 추격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세나 레볼루션은 자체 IP 게임이라는 점에서도 넷마블이 꼭 성공시켜야 하는 신작이다. 게임사 관계자는 “넷마블은 다른 게임사의 IP를 빌려 만든 게임에 의존하다 보니 영업이익률이 낮아 실속이 없다는 얘기를 듣는다”며 “그래서 자체 작인 세나 레볼루션 성공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