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고쳐질 거에요. 쉽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이번 기회에 변화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18일 밤 프로배구 한국전력 박철우(36)와 연락이 닿았다. 그는 "사과를 하고 싶다고 하셨지만, 12년이 지났는데…"라고 했다. 이어 "많이 고민했다. 아내와도 상의를 했다. 내가 짊어져야 할 짐인가도 싶다. 판단은 보시는 분들께서 하지 않을까"라고 했다.
박철우는 이날 OK금융그룹과 경기 전 소셜미디어를 통해 "정말 피꺼솟이네. 피가 거꾸로 솟는다는 느낌이 이런 것인가"란 글을 남겼다. 17일 우리카드전을 앞두고 이상열 KB손해보험 감독이 폭력과 관련된 질문에 "인과응보가 있더라. 그래서 선수들에게 사죄하는 느낌으로 한다. 조금 더 배구계 선배로서 모범적인 모습을 보이려고 애쓰고 있다"고 말한 것에 대한 반응이었다.
이상열 감독은 2009년 남자배구 대표팀 코치 시절 박철우를 구타해 무기한 자격정지 징계를 받았다. 이후 2년 뒤 한국배구연맹 경기운영위원으로 돌아왔고, 대학 배구 지도자와 해설위원 등을 거쳐 지난해 KB손해보험 사령탑에 올랐다.
박철우는 OK금융그룹전이 끝난 뒤 인터뷰를 자청하고 "이 감독이 대학 지도자 시절에도 선수에게 '박철우 때문에 넌 안 맞는 줄 알아'란 말을 한 것으로 들었다"고 말했다.
박철우는 "주변에서도 몇몇 사람들은 '좋게 가자'고 얘기했다. 사건 당시에도 고소까지 하긴 (심한 것같아) 그래서 취하하기도 했다. 하지만 변하신 것 같지 않더라. 정말로 이 정도까지는…(하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경기장에서 인터뷰를 하기 전 (이상열 감독에게 지도받은 선수 중)돕겠다는 선수들이 있었다. 내가 가져가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여러 선수들이 힘이 되어주었다"고 했다.
무엇보다 그가 용기를 낸 건 폭력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싶어서다. 박철우는 "경기 뒤 인터뷰를 할 때 숨지 않고, 강해지려고 했다. 부끄럽고 싶지 않았다. 내 일 이후 (폭행이)줄었다고는 하는데, 변화한 건 아니다"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폭력적인 문화가)완전히 사라지진 않아도, 점점 줄어들길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