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K5와 쏘렌토로 중형 세단과 준대형 SUV 시장을 접수한 기아가 올해 'K8'을 앞세워 준대형 시장 왕좌에도 도전장을 내민다. 해당 차급에는 ‘국민차’ 현대차 그랜저가 버티고 있어 치열한 '집안싸움'이 펼쳐질 전망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는 최근 준대형 세단 K7의 후속 모델 차명을 ‘K8’로 확정하고 외장 디자인을 공개했다.
K8은 기아의 신규 엠블럼이 처음 적용된 차량이다. 전면부에 알루미늄 소재로 제작된 필기체 형식의 새 엠블럼이 부착됐다.
K8은 기존 모델보다 차체가 커지고 디자인도 확 바뀌었다. 전장(차체 길이)은 5015㎜로 K7 대비 20㎜ 늘어났다. 현대차 그랜저(4990㎜)보다도 길다.
테두리가 없는 일체형 라디에이터 그릴은 다이아몬드에서 영감을 받은 패턴을 통해 고급스러움을 강조했다. 그릴 양옆에 있는 주간주행등 및 방향지시등 역시 다이아몬드 패턴을 적용해 별 무리가 떠 있는 듯한 모습을 연상시킨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짧은 전방 오버행(차량 끝에서 앞바퀴 중심까지 거리), 트렁크까지 쭉 이어지는 루프 라인 등 쿠페와 같은 측면 디자인을 통해 역동적인 느낌도 구현했다. 후면에는 새 엠블럼과 함께 K8 로고를 간결하게 배치했다.
기아는 올 2분기 국내 출시하는 K8을 앞세워 고급차 시장의 수요를 잡겠다는 전략이다.
K8의 전신인 K7은 데뷔 이후 글로벌 누적 판매 50만대를 기록한 주력 차종이지만, 강력한 경쟁 모델인 그랜저 그늘에 가려 제대로 빛을 보지 못했다. K7 작년 국내 누적 판매량은 4만1904대로, 그랜저(14만6923대)의 3분 1 수준에 머물렀다.
이에 기아는 커진 차체에 신규 파워트레인까지 적용해 그랜저를 압도한다는 방침이다. 기아는 총 4종의 파워트레인에 대한 배출가스 및 소음 인증을 완료했다. 이 가운데 가솔린 2.5ℓ를 제외한 3종이 모두 새 엔진이다.
이번에 인증을 받은 엔진은 가솔린 2.5ℓ와 3.5ℓ GDI 2종, 하이브리드(HEV) 1.6ℓ T-GDI 1종, 액화석유가스(LPG) 3.5ℓ LPI 1종이다. 기존 3.0ℓ 가솔린과 LPG 모델은 배기량을 0.5ℓ 높인 3.5ℓ로 업그레이드해 성능 향상이 기대된다. 출력과 연비 등 상세 제원은 추후 공개 예정이다.
그랜저가 지난 2019년 11월 부분변경 모델 출시 후 신차 효과가 약화하고 있는 점도 호재다. 실제 그래저는 지난해 꾸준히 월평균 1만대 이상 판매됐지만, 올해 1월엔 8081대로 판매가 다소 주춤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기아는 쏘렌토, 카니발 선전에 힘입어 레저용차량(RV) 시장에서 현대차를 넘어섰다"며 "기아 매직이 준대형 세단 시장에도 발휘될지 귀추가 주목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