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 3사의 젊은 직원들 대부분이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과 회사 분위기에는 만족하지만, 미래 성장 가능성은 찾을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경영진 리더십은 3사 모두 평균 이하였으며, 꼴찌는 KT였다.
21일 직장인 커뮤니티 앱 블라인드에서 이통 3사의 직원 만족도를 분석한 결과, 시장점유율 1위 SK텔레콤의 총점이 5점 만점에 3.4점으로 경쟁사 대비 가장 높았다.
해당 평가에는 SK텔레콤 직원 561명, KT 직원 414명, LG유플러스 직원 331명이 참여했다. 블라인드의 45세 미만 가입자가 80%를 넘는 것을 고려하면 이들은 주로 20~40대 초반의 MZ세대(밀레니얼·Z세대, 1980~2004년생)다.
항목별로 보면, 이통 3사 직원들은 워라밸에 3.9~4점의 높은 점수를 주며 만족스러워했다. 사내 문화는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각각 3.3점, 3.4점으로 평균 이상이었지만, KT는 2.6점으로 낮았다.
KT 직원들은 "장기근속 비율이 높고 안정적으로 오래 다니기 좋다. 대부분 정시에 퇴근한다"면서도 "잦은 조직 변경에 업무 전문성을 쌓기 어렵다. 연봉 상승률이 낮고 회사 분위기가 보수적이다. 신사업은 경쟁사에 밀리는 분위기"라고 평가했다.
급여와 복지는 1위와 2·3위 간 격차가 컸다. SK텔레콤이 3.9점으로 높은 반면, KT와 LG유플러스는 각각 2.6점, 2.7점으로 평균(5점 만점 중 2.5점)을 살짝 넘긴 수준을 보였다.
LG유플러스 직원들은 "진급에 따라 급여가 상승하는 체계가 없다. 불필요한 보고가 많아 업무가 지연된다"며 "자유로운 근태 설정과 복지는 장점"이라고 했다. 같은 그룹사의 스마트폰을 사용해야 하는 것에 불만을 나타낸 직원들도 다수 있었는데,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 축소를 발표한 만큼 해당 정책은 바뀔 가능성이 높다.
SK텔레콤은 여러 근무 환경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커리어 향상(2.6점)을 기대하기는 힘들다는 의견이 많았다. KT와 LG유플러스도 2점대의 낮은 점수를 받았다.
SK텔레콤 직원들은 "급여와 복지는 업계 최고 수준"이라면서도 "임원들의 전문성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능력 있는 동료들은 이미 회사를 떠났다"고 했다. 업무 기여도가 낮은데도 모든 성과를 자신의 몫으로 돌리거나, 인사권이 있는 임원에게 잘 보이기 위해 사내 정치에만 관심을 쏟는 '광팔이' 문화가 퍼져있다는 글도 많았다.
경영진 점수는 3사 모두 평균에 미치지 못했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각각 2.5점, 2.3점으로 비슷했으며, KT는 1.8점으로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다.
유일하게 경영진 평가에서 1점대를 받은 KT는 구현모 대표가 한때 불통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작년에 20~30대 젊은 직원들을 모아 소통 간담회를 열었는데,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고 반감만 샀다. 간담회에 참석했던 KT 직원들은 블라인드에 당시 상황을 전했는데, '월급이 적다'는 직원의 말에 구 대표는 "나 역시 이통 3사 중 급여가 가장 적다. 월급 비교는 취직을 못 한 백수와 비교하라"고 답했다. 구 대표는 또 "동기와 만나는 건 시간 낭비다. 선배와 대화하라" "40대가 넘어가면 다른 곳에 못 간다. 열심히 일하라" 등 젊은 직원들이 공감하기 어려운 말을 해 빈축을 산 것으로 전해졌다.
이통 3사는 이처럼 경영진에 대해서도 거침없이 평가하는 MZ세대와의 연결고리를 강화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박정호 SK텔레콤 CEO는 정기적으로 임직원들이 참여하는 타운홀 미팅을 열어 사업 방향을 공유하고 있다. 최근 SK하이닉스를 시작으로 성과급 논란이 불거지자 직접 진화에 나서며 대화를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내기도 했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1990년대생 신입사원들이 임원들의 멘토가 되는 파격적인 '리버스' 멘토링'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각 사업부 임원 10명이 멘티로 참여해 신입사원 멘토 20명과 'MZ세대 언어와 소통 방법', 'MZ세대의 플랫폼', '요즘 세대 직업관과 회사 제도에 대한 솔직한 의견'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통신업계가 임직원 간 경계를 허물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젊은 직원들과의 협업이 쉽지 않다는 관리자들의 목소리도 나온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워라밸이 보장되고, 연차를 마음껏 쓸 수 있는 지금의 근무 환경은 분명히 좋다"면서도 "회사와 업무를 바라보는 시각에서는 괴리감을 느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