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위즈의 2021스프링캠프 훈련이 18일 부산 기장 현대차드림볼파크에서 진행됐다. 고영표가 캐치볼을 하고 있다. 기장(부산)=김민규 기자 KT 투수 고영표(30)는 야구장에서 보내는 모든 시간이 행복하다. 지난 2년 동안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었던 마운드에 다시 섰기 때문이다.
고영표는 KT에서 처음으로 '에이스' 수식어를 얻은 투수였다. 2014년 창단 멤버로 KT에 입단한 그는 풀타임 선발로 나선 2017시즌 8승(12패)을 거뒀다. 2018시즌에도 25경기에 등판해 142이닝을 소화했다. 사회복무요원으로 군 복무를 한 지난 2시즌(2019~20년)은 공백기였다. 그는 KBO리그 복귀를 앞두고 있다.
2018년 이후 3년 만에 참가한 스프링캠프. 고영표는 KT 선수단 중 가장 '기운'이 좋다. 그는 "나는 공을 던지는 게 가장 즐겁다. 그런데 2년 동안은 멈춰있어야 했다. 이렇게 말하면 '해병대라도 다녀 왔느냐'며 핀잔을 듣겠지만, 공을 던질 수 없었던 시간은 정말 힘들었다. 지금은 야구를 마음껏 할 수 있어 마냥 행복하다"며 웃었다.
2년 공백의 그가 일상을 대하는 태도마저 바꿨다. 고영표는 "이렇게 좋은 훈련장에서 운동할 수 있고, (버스로) 이동도 시켜주고, 맛있는 밥도 준다. 정말 감사한 일"이라고 말했다.
마음가짐도 달라졌다. 야구를 즐기기 위해 노력한다. 고영표는 "2017~18시즌은 '더 잘하고 싶다'는 욕심 탓에 마음이 무거울 때가 많았다. 안 좋은 점은 인정하지 못했다. 지금도 긴장감은 유지하고 있다. 이제 30대가 됐고,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 그러나 즐겁게 운동해서인지 여유가 생긴 것 같다"고 전했다.
스프링캠프 훈련 중 이강철 KT 감독과 고영표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KT 제공 KT는 2020 정규시즌 2위에 오르며 돌풍을 일으켰다. 이제 상위권 안착을 노리는 팀이다. 고영표의 가세는 전력 상승 요인이다. 심수창 MBC SPORTS PLUS 해설위원은 "돌아온 고영표가 KT 선발진 운영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강철 KT 감독은 이미 고영표를 선발진 한 축으로 낙점했다. 선수 시절 잠수함 투수였던 이 감독은 같은 유형인 고영표가 더 부드러운 투구 밸런스를 갖출 수 있도록 몇 가지 조언을 전했다. 이 감독은 "현재 영표의 준비 상태를 보면 10승은 무난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고영표도 데뷔 처음으로 한 시즌 10승 도전을 목표로 내세웠다. 그는 "원래 승리 욕심은 크지 않았다. 이닝 소화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이제 KT는 많이 이길 수 있는 팀이다. 선발 투수의 승리가 곧 팀의 승리이기 때문에 10승은 해내고 싶다"고 각오를 전했다.
KT 국내 에이스 수식어를 두고 다른 선발 투수인 소형준, 배제성과 선의의 경쟁도 한다. 고영표는 "내게는 에이스라는 표현이 어울리지 않는다. 신생팀에서 다른 투수들보다 조금 더 성적이 좋았을 뿐이다. 이제 제성이와 형준이가 있어 든든하다. 시너지 효과도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