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영화의 출연 배우들이 이렇게 한국 홍보에 열정적일 수 있을까. 미국 관객 만큼이나 한국 관객이 소중한 '미나리(정이삭 감독)'의 배우 윤여정과 한예리가 열혈 홍보 작전을 펼치고 있다.
오는 3월 3일 '미나리'의 한국 개봉을 앞두고 두 배우는 오스카 캠페인 못지 않은 홍보 활동으로 예비 관객들의 주목을 받는 중이다. 그간 여러 작품에 출연해온 이들이지만, '미나리' 때문에 '최초'로 해보는 것들이 많을 정도다.
윤여정은 25일 오후 5시 공개되는 유튜브 콘텐트 '문명특급'에 출연한다. '문명특급'은 발랄하고 유쾌한 MC 재재와 주로 어린 나잇대의 출연진이 호흡을 맞춰온, 재재와 윤여정의 '투샷'을 상상하기 어려운 콘셉트의 콘텐트다. 만 73세의 윤여정은 '문명특급'의 최고령 출연자가 되는 셈. 최근 진행된 '문명특급' 녹화에서 재재와 처음 만난 윤여정은 본인의 호칭은 아무렇게나 불러도 좋다고 했고, 재재는 "언니라고 불러도 되냐"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에 윤여정은 질색하며 "그건 좀 심하다"고 화답해 유쾌한 케미스트리를 빚어냈다.
만 73세 윤여정의 도전은 또 있었다. 매거진 보그를 통해 화보를 선보인 것. 이와 함께 공개된 인터뷰 영상에서 윤여정은 "이 나이에 화보를 찍는 것은 얼마나 용감한 일인지"라고 말하기도 했다. 카리스마가 돋보이는 화보 촬영을 진행한 후 이뤄진 인터뷰에서 "주변에서 '오스카 오스카' 하니까 부담스러울 수 있을 것 같다"는 이야기에 "그래서 아무도 안 만난다. 나한테 오스카 단어 꺼내는 사람은 다 피하고 있다"라고 특유의 재치 넘치는 답변을 내놓아 화제를 모았다.
윤여정은 앞서 영화 매거진 씨네21 인터뷰를 통해 봉준호 감독과 특별 대담을 진행하기도 했다. 코로나19 시대에 걸맞은 온택트 대담으로, 윤여정이 인터뷰이 그리고 봉준호 감독이 인터뷰어로 나섰다. "윤여정을 정점으로 한 배우들의 앙상블도 좋았다"는 봉 감독의 말에 윤여정은 "촬영을 마치면 함께 숙소에 모여 밥을 해 먹고 다음 날 촬영분의 대사를 수정하는 시간을 가졌다, '미나리'는 모두가 한마음으로 만든 영화고, 앙상블만큼은 끝내줬다"라고 이야기하며 '미나리'를 향한 기대감을 높였다.
애플TV 드라마 '파친코' 촬영으로 캐나다에 체류 중인 윤여정을 대신해서, 한예리는 직접 몸으로 뛰며 한국 취재진을 대상으로 한 홍보에 나섰다. 최근 진행된 언론배급시사회에 직접 각 상영관을 돌아다니며 마이크를 잡고 취재진과 배급 관계자들을 맞이했다. 한예리는 "원래는 플래시가 터지고 웃고 떠들고 해야 하는데, 그런 시간이 없어져서 안타깝다"라며 "니도 '미나리'가 개봉되길 오래 기다렸다. 많이들 궁금해하실 것 같은데 즐겁게 봐줬으면 좋겠다. '미나리'는 개인적으로 내게 특별한 영화다. 좋은 기억과 추억이 많다. 그 힘으로 지금도 잘 버티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관객분들도 우리 영화를 통해 힐링 되고 기운 얻어 가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예상치 못한 한예리의 등장으로 '미나리' 언론배급시사회는 정이삭 감독과 다른 배우들의 빈 자리가 느껴지지 않을 만큼 좋은 분위기에서 치러졌다.
한예리는 국내 매체 인터뷰에도 팀 '미나리'를 대표해 적극 참여했다. 그는 "아직 가야할 길이 많이 남아있는 배우이기는 하지만, 지금까지를 되돌아 봤을 때도 ''미나리'가 어떤 전환점이 되어주지 않을까 생각한다. 내가 앞으로 작품을 선택하는데 많은 영향을 줄 것이고, 또 다른 분들이 나를 선택하는데도 많은 영향을 주는 영화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하며 배우 한예리에게 있어 '미나리'의 의미에 관해 전했다.
캐나다에 있든, 한국에 있든 '미나리'를 향한 진심과 한국 관객을 향한 애정을 보여주고 있는 윤여정과 한예리. 오는 26일에는 정이삭 감독과 함께 화상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다. 바쁜 스케줄 속에서도 '미나리'의 의미가 한국 관객의 마음에 전달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에 관해 윤여정은 "겁이 난다. (해외에서 연이어 상을 받으며) 이렇게 큰 영광을 얻게 됐는데, 한국 관객은 어떻게 봐주실지 겁 난다. 진심이 전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