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블리는 지난해 12월 재계약해 세 시즌 연속 삼성 유니폼을 입게 됐다. 흥미로운 건 계약 조건이었다. 재계약하는 외국인 선수는 보통 계약 총액이 올라간다. 계약금이나 연봉으로 가치를 보상받는다.
그러나 라이블리는 달랐다. 연봉 50만 달러, 인센티브 40만 달러 등 최대 총액 90만 달러(10억800만원)에 사인했다. 2020시즌 계약 조건은 계약금 20만 달러, 연봉 50만 달러, 인센티브 25만 달러 등 최대 총액 95만 달러(10억6000만원)였다. 전년 대비 보장금액이 20만 달러(2억2000만원) 줄었고 확보할 수 있는 최대 총액도 5만 달러(5500만원) 낮아졌다. 무엇보다 계약금을 단 한 푼도 받지 못했다. 선수에게 불리할 수 있는 조건이었지만 받아들였다.
라이블리는 "삼성에서 일찍 재계약 연락이 왔다. 고민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미국 마이너리그의 정상적인 개최가 불투명해 불리한 조건을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가치를 떨어뜨린 건 부상이었다. 라이블리는 2019년 8월 덱 맥과이어의 대체 선수로 삼성 유니폼을 입었다. 공격적인 피칭을 앞세워 기대 이상의 성적(4승 4패 평균자책점 3.95)을 거둬 재계약에 성공했다. 시속 150㎞가 넘는 빠른 공을 앞세워 타자를 힘으로 압도했다.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 투심 패스트볼, 컷 패스트볼까지 다양하게 구종을 섞었다. 완급조절이 가능한 구위형 투수였다. 하지만 지난해 왼 옆구리 근육 파열로 50일 넘게 1군 엔트리에서 빠져 개인 성적(6승 7패 평균자책점 4.26)이 급락했다. 부상 영향 때문인지 스트라이크존을 과감하게 공략하던 모습도 온데간데없었다. 이닝당 투구수가 14.5개에서 17.7개로 확 늘었다.
라이블리는 "지난해 매우 답답했고 아쉬웠다. 부상을 제외하면 제구가 흔들려 볼넷 허용이 많았던 게 특히 아쉬웠다"며 "올해도 부상을 조심해야 할 것 같다. 건강이 최우선이라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 캠프에선 서서히 몸을 만들고 있다. 투구 전후로 몸을 확실하게 풀면서 부상을 예방하고 있다"고 말했다.
라이블리는 1년 전 이맘때 팀 에이스로 시즌을 준비했다. 올해는 데이비드 뷰캐넌에 이은 2선발이다. 뷰캐넌은 지난해 15승 7패 평균자책점 3.45를 기록했다. 삼성 외국인 투수가 시즌 15승을 달성한 건 1998년 스콧 베이커 이후 22년 만이었다. 가치를 인정받아 최대 총액 150만 달러(16억8000만원)에 재계약했다. 뷰캐넌은 라이블리에게 좋은 자극제이다.
라이블리는 "뷰캐넌은 좋은 동료이자 같은 팀에서 오래 뛰고 싶은 선수"라며 "서로 투구하는 걸 오래 봤고 서로의 문제점이나 보완할 부분을 편하게 얘기하는 사이다. 올 시즌엔 같이 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적인 목표는 부상 없이 시즌을 완주하는 것"이라며 "건강하게 시즌을 보내면 성적은 자연스럽게 따라올 거라고 믿는다" 자신감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