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우(23·포르티모넨스)가 ‘뛰기 위해’ 옮긴 새 팀에서도 좀처럼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1일 벨기에 신트트라위던에서 포르투갈 포르티모넨스로 임대 이적했다. 그러나 이적 후 5경기째 출전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언제 포르투갈 리그에 데뷔할 지 기약이 없다. 한때 '한국 축구의 미래', '리틀 메시'로 불렸던 이승우의 현실은 포르티모넨스의 비(非) 주전 선수다.
10대 천재에서 23세 벤치 멤버로
이승우는 지난해 12월12일 샤를루아전 이후 3개월 동안 경기를 뛰지 못했다. 그나마 그 경기도 교체 투입돼 22분을 소화했다.
그는 만 19세였던 2017년 여름 이탈리아 세리에A의 헬라스 베로나 유니폼을 입었고, 이후 신트트라위던을 거쳐 포르티모넨스로 왔다. 네 시즌 동안 그가 유럽 무대에서 기록한 골은 4골(베로나 2골, 신트트라위던 2골)에 불과하다. 그나마 경기를 가장 많이 소화한 건 2018~19시즌(리그 23경기)인데, 당시 소속팀 베로나는 2부리그인 세리에B였다.
한국 축구팬이 그에게 걸었던 기대를 생각하면 지금의 성적은 아쉽다. 그는 2011년 바르셀로나 유스에 입단, 2017년까지 꾸준히 세계 최고의 클럽 유스팀에서 경쟁했다. 또한 2014년 아시아축구연맹(AFC) U16 선수권대회,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보여줬던 각급 대표팀에서의 활약은 그야말로 센세이셔널했다.
그러나 이승우의 현재는 녹록하지 않고, 앞으로 드라마틱하게 좋아질 가능성도 크지 않은 게 현실이다. 포르티모넨스는 이승우를 5경기째 명단에서 뺐다. 보통 시즌 중 영입한 선수는 당장 필요하다는 뜻이다. 다친 게 아니라면, 포르티모넨스 감독이 훈련에서 이승우의 플레이를 체크하고 만족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다.
21세 이후가 유럽 무대 진짜 경쟁
10대 시절 천재로 주목받았던 선수가 성인이 된 후에도 같은 속도로 성장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바르셀로나 유스 출신 대부분이 유럽 빅리그에서 성공하지 못한 채 도태되는 게 현실이다. 이승우와 함께 바르셀로나 유스팀에 있었던 백승호(다름슈타트), 장결희(평택)의 현재 성적표도 전혀 화려하지 않다.
김환 JTBC 해설위원은 “일반적으로 유럽 선수들과 한국의 유망주들은 성장 그래프가 완전히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는 “바이에른 뮌헨 유스팀의 경기를 본 적이 있는데, 생각보다 기량이 떨어져서 놀랐다. 그런데 현지 지도자들은 ‘어린 애들이잖아’라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더라”며 “한국은 이미 10대 때부터 기술과 체력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는 것에 주력한다. 이렇게 살아남은 선수들이 청소년 대표를 하고, 그 나잇대의 대표팀은 국제경쟁력도 꽤 좋은 편이다. 하지만 유럽의 10대 선수들은 눈앞의 성적보다 프로로 가는 준비를 한다. 20세 이후 피지컬과 기술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케이스가 많다”고 설명했다.
박지성도 21세에 네덜란드에 진출한 뒤 혹독한 적응기를 거쳐 살아남았다. 손흥민은 함부르크를 거쳐 21세에 레버쿠젠으로 가서 기량을 업그레이드했고, 23세에 토트넘 유니폼을 입었다.
사실상 유럽에서 진짜 경쟁이 시작되는 시기는 ‘10대 천재’ 시기가 아니라 21세 이후다. 이승우 역시 과거의 찬사를 잊고 처음부터 다시 치열한 경쟁에 뛰어들어 고군분투 중이라고 보는 게 맞다.
김환 위원은 “이승우의 팀 내 경쟁이 간단하지 않을 것이다. 포르투갈 리그는 같은 언어를 쓰는 브라질 출신 선수들이 많기 때문에 벨기에 리그보다 더 힘들 수 있다. 브라질 선수들보다 기술적으로 더 뛰어나다는 걸 증명해야 한다”며 “이승우가 기회를 잃었다고는 절대 보지 않는다. 경기를 뛸 기회가 생기면 그때 코칭스태프에게 믿음을 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