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작으로 글로벌 영화 시장에 눈도장을 찍었다. 관객들은 영화 속 천진난만한 손자의 시선에 공감을 높였고, 깜짝 수상 후 볼꼬집 입틀막 눈물 소감에는 결국 심장을 부여잡았다. 현 시점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10살로 한 손가락에 꼽힐 존재감. 영화 '미나리(정이삭 감독)'의 마스코트 앨런 김(Alan S. Kim·10)이다.
4월 25일(현지시간) 개최되는 제93회 아카데미시상식 레이스가 막바지에 접어든 가운데, 마지막 이슈는 아역배우 앨런 김에게 향하고 있다. 극중 할머니 순자(윤여정)의 손자이자, 제이콥(스티븐 연)·모니카(한예리)의 아들 데이빗으로 등장하는 앨런 김은 정이삭 감독이 어린시절 자신을 투영시킨 캐릭터로 '미나리'의 정체성을 상징한다.
1년 전 선댄스영화제를 기점으로 '미나리'가 하나 둘 베일을 벗던 시기, 데이빗은 첫 스틸과 단독 포스터 등 '미나리'의 전면에 나서 궁금증을 자아냈다. 그리고 해외에서는 일찌감치 랜선 이모·삼촌의 애정을 한 몸에 받았던 앨런 김은 지난 3일 국내 개봉 후 한국 관객들마저 사로잡으며 '국제 손자'로 거듭났다.
이를 증명하듯 앨런 김은 워싱턴비평가협회 아역배우상, 골드리스트시상식 남우조연상을 비롯해 26회 크리틱스초이스 신인배우상 트로피까지 거머쥐었다. 정이삭 감독을 시작으로 윤여정과 스티븐 연·한예리에 앨런 김까지. 환상적인 영화의 완벽한 팀플레이다.
◇"국경넘은 인기" 대체불가 마스코트
할머니와 사는 것에 영 못마땅한 티를 내지만 미워할 수 없는 장난꾸러기 막내 데이빗은 순자와 팽팽한 대립을 이루면서 웃음을 자아내는 사랑스러운 캐릭터다. 조금만 뛰어도 건강에 무리가 가는 약한 몸을 가지고 있지만 할머니 순자를 만난 후 아칸소의 낯선 곳들을 돌아다니기도 하며 조금씩 용기를 얻기 시작한다.
순자와 처음 마주한 데이빗은 순자가 다른 할머니처럼 쿠키를 구워주지도, 다정하지도 않다며 "진짜 할머니가 아닌 것 같다고" 말한다. 그러다 자신을 놀리는 할머니에게 복수하기 위해 소변을 음료수라고 속여 아빠 제이콥에게 크게 혼이 나는 등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만들어낸다.
하지만 둘은 바로 알아챌 수 없는 방식으로 용기를 주고 공통적인 면을 공유하면서 특별한 케미를 완성시킨다. 또한 장난스럽고 유쾌한 방법으로 감독의 자전적 인물을 그려내면서도 모든 것에 경외심을 느끼는 소년의 시선을 통해 삶의 이상하고 아름다운 단면을 보여준다.
앨런 김은 특유의 순수한 매력뿐만 아니라 감독이 요구하는 것 그 이상을 표현해내는 천재적인 연기력으로 작품에 활기를 불어 넣었다. 정이삭 감독은 단 한명의 캐릭터도 소홀히 다루지 않으며 등장인물 모두에게 공감을 이끌어냈고, 이는 데이빗도 열외가 아니다. 관객은 데이빗을 매개체로 '미나리'와 80년대를 바라보게 된다.
◇"넋을 빼놓은 캐스팅" 선물같은 데뷔
'미나리'는 앨런 김의 첫 스크린 데뷔작. 처음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끝내주는 앙상블의 한 축을 당당하게 담당한 앨런 김은 '미나리' 제작진에게 찾아 온 선물이나 다름 없었다. 정이삭 감독은 영어와 한국어를 모두 구사하는 아역 배우를 수소문했고, 숱한 오디션을 거쳐 앨런 김을 만나게 됐다.
'미나리' 측에 따르면 감독과 제작자들은 처음부터 데이빗을 찾는 것이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자 필요한 조건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때문에 자격 요건 자체가 어려웠고, 캐스팅 디렉터는 셀 수 없이 많은 영상을 봐야만 했다. 그렇게 눈에 띈 앨런 김에 정이삭 감독과 제작진은 그야말로 환호성을 질렀다고.
정이삭 감독은 "돌아가서 다시 한번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 아역은 앨런 김이 유일했다. 우리 모두의 넋을 빼놓았다"며 "아마 그가 자기 자신을 그대로 보여주었기 때문에 그런 마음이 더 컸던 것 같다"며 흡족한 속내를 표하기도 했다.
앨런 김은 현장에서도 앨런 김으로, 또 데이빗으로 계산없는 솔직함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한예리는 "앨런에게 '앨런은 계속 연기 할거야? 배우 할거지?'라고 농담삼아 물어보면 '너무 힘들다. 덥다. 못할 것 같다'며 한숨을 쉬더라. 거침없는 표현이 귀엽고 기특했다. 계속 쭉 그렇게 자라줬으면 좋겠다"고 애정했다.
◇랜선 조카로 거듭난 글로벌 손주
"골든글로브보다 태권도 보라띠, 방탄소년단·영탁 좋아요!"
'미나리' 열풍 속 데이빗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앨런 김 본체 역시 꼬마스타가 됐다. 지미 키멜 라이브 쇼에 출연해 깜짝 태권도 시범과 귀여운 인터뷰를 짆애했던 앨런 김은 패션 매거진 더블유 코리아와 한국 인터뷰를 진행, 데이빗 못지 않은 앨런 김의 귀여움을 한껏 표출했다.
지미 키멜 쇼에서 따끈따끈한 보라색 띠를 매고 등장한 앨런 김은 정체를 궁금해 하는 MC에 "태권도 보라띠다. 저번 주 수요일에 시험을 쳤고 합격해서 땄다"며 '미나리' 골든글로브 수상 언급과 함께 "보라띠를 딴 것보다 더 좋았냐"는 질문에 "NO!"를 외쳐 웃음을 자아냈다.
또 영화 속 할머니와의 큰 에피소드 중 하나인 마운틴 듀에 대해서는 "실제로 그런 행동을 한 적은 없다. 너무 위험하지 않나. 연기였지만 현장에서도 뭔가 약간 죄책감을 느꼈다"며 "마운틴 듀는 사실 영화를 찍으면서 처음 먹어봤다. 이 음료를 소개해 준 감독님에게 감사해야 할 것 같다"고 깜찍하게 답했다.
더블유 코리아 인터뷰에서는 서툴지만 한국어로 대답하려 노력하는 모습으로 '심쿵' 선물을 선사했다. 윤여정을 "윤선생님"이라고 표현한 앨런 김은 "'너 자신이 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과장되게 리액션을 하게 된다'는 말씀을 해주셨다"고 말했다.
좋아하는 K팝가수로는 방탄소년단(BTS)을 꼽으며 즉석에서 '다이너마이트(Dynamite)'를 열창하는가 하면, 영탁의 '찐이야'도 부르며 "'찐찐찐찐 찐이야~' 이것도 있는데 다 까먹었다"고 읊조려 엄마 미소를 짓게 했다.
◇오스카 여정 '마지막 퍼즐'
천재적인 연기력을 두고 볼 할리우드가 아니다. 앨런 김은 워싱턴비평가협회 아역배우상, 골드리스트시상식 남우조연상, 그리고 스크린 외 명장면을 남긴 크리틱스초이스 아역상까지 아카데미시상식을 향한 '미나리'의 화제성을 최고치로 끌어올리는데 남다른 활약을 펼치고 있다.
특히 최근 크리스틱초이스에서 귀여운 턱시도를 차려입고 화상을 통해 모습을 드러낸 앨런 김은 자신이 아역상 수상자로 이름이 불리자 믿을 수 없다는 듯 활짝 미소짓는가 하면, 눈물까지 보여 천재 아역의 면모를 다시금 확인케 했다.
앨런 김은 "가족들과 아이작 감독님, 모든 배우분들에게 감사하다. 빨리 다음 영화로 관객들과 다시 만나길 바란다"며 "이건 꿈이 아니죠? 꿈이 아니길 바란다"며 영화 속 대사까지 인용해 눈길을 끌었다. 앨런 김은 통통한 볼을 꼬집는가 하면, 주먹을 불끈 쥔 입틀막 눈물로 귀여움 치사량의 매력도 뽐냈다.
뿐만 아니라 앨런 김은 자신의 SNS에 '오늘은 특별한 날'이라며 ''마운틴 듀'를 마셔도 된다는 허락을 받았다'는 글과 음료병을 소중히 들고 있는 인증샷을 올려 국내외 영화 팬들을 광대 폭발하게 만들었다.
앨런 김에 푹 빠진 일명 랜선 이모·삼촌들은 과거 찍은 광고 사진을 찾아내는 등 앨런 김의 일거수 일투족에 애정 가득한 반응을 쏟아내고 있다. '미나리' 열풍과 함께 '앨런 김 앓이'는 '미나리'를 즐기는 또 하나의 이벤트가 됐다.
한편, 앨런 김은 '미나리' 차기작으로 코미디 장르 영화 '래치키 키즈' 출연을 결정, 오는 6월 촬영에 돌입할 예정이다. 국내 관객들의 뇌리에 콕 박힌 앨런 김의 향후 행보에도 응원이 지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