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철 KT 감독은 1차 스프링캠프가 진행 중이던 지난달 "마무리 투수는 일단 김재윤으로 간다"고 말했다. 김재윤은 2020시즌 5승 3패, 21세이브, 평균자책점 3.26을 기록했다. 리그 세이브 부문 4위에 올랐고, KT 소속 투수 한 시즌 최다 세이브 신기록을 세웠다. 개인 통산 세이브는 72개. 9회 등판이 익숙한 투수다.
그러나 KT 뒷문은 '변수'로 여겨진다. 김재윤이 2020시즌 남긴 세부 기록은 다소 아쉽다. 블론세이브(7개)가 많은 편이었고, 기출루자 득점 허용률(0.389)과 피안타율(0.265)은 리그 세이브 5걸 중 가장 높았다.
8월 중순, 투수판을 밟는 위치를 종전 1루 쪽에서 3루 쪽으로 옮긴 뒤 그의 구위가 눈에 띄게 좋아졌다. 그러나 시즌 후반으로 갈수록 힘이 떨어졌고, 두산과의 플레이오프(PO) 1차전에서도 임무를 완수하지 못하고 패전 투수가 됐다. 압도적인 클로저가 아니었다. 봉중근 KBS N SPORTS 해설위원도 "KT는 자리가 잡힌 마무리 투수를 보유했다고 보기 어렵다. 경기 후반 마운드 운영에 변수가 있다"고 평가했다.
무엇보다 부상이 잦았다. 김재윤은 지난해 7월 오른쪽 팔꿈치 통증 때문에, 순위 싸움이 치열했던 9월 말 악력이 저하되는 증세를 보이며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KT는 이보근, 전유수, 유원상 등 베테랑 불펜 투수들이 선전하며 김재윤의 이탈 공백을 메웠다. 개막 전 불펜 주축으로 평가되지 않은 투수들이 기대 이상으로 잘해준 덕분에 순위 경쟁에서 밀리지 않을 수 있었다.
KT 선발진과 허리진은 탄탄하다. 지난해 10승 투수만 4명(데스파이네·쿠에바스·배제성·소형준)을 배출한 선발진은 리그 상위권이다. 우완 사이드암 투수 고영표도 합류했다. 홀드왕 주권이 건재하고, '이적생' 안영명과 박시영까지 가세한 허리진도 탄탄하다.
마무리가 문제다. 뒷문이 허술한 마운드는 팀의 큰 불안 요소다. 김재윤은 2019년에도 어깨 부상 탓에 두 차례 1군을 이탈했다. 지난 시즌보다 더 좋은 성적을 바라는 KT에는 9회가 최대 고민이다. KT는 2020시즌 초반에도 마무리 투수 이대은이 부진했던 탓에 중반까지 순위 경쟁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이강철 감독은 '일단' 김재윤을 마무리 투수로 둔다고 했다. 1군 불펜 투수 전력을 최대한 많이 확보해 변수에 대비하겠다는 뜻 같다. 2020시즌 경험을 바탕으로 다양한 선택지를 두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투수진이 제 몫을 다한다면 KT는 지난 시즌 선전(정규시즌 2위)이 우연이 아니었음을 증명할 수 있다. 김재윤 성장과 건강은 2021시즌 KT에 그래서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