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촌 박찬구 회장과 경영권 분쟁에 나서고 있는 박철완 금호석유화학 상무는 11일 서울 중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현 이사회는 부적절한 투자 결정을 걸러내고 지배 주주의 경영권 남용을 견제하는 데 실패했다"며 금호리조트 인수 중단을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일각에서 제 주주제안 제고 논의의 진의를 살펴보기 보다는 '조카의 난'이라는 한마디로 치부하고 있다"며 "그러나 기업 경영은 이런 단어로 요약될 만큼 가볍고 단순한 사안이 아니다"고 밝혔다.
전날 박 상무가 제기한 배당금과 관련한 의안상정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이면서 경영권 분쟁은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박 상무는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정당한 주주제안이 존중 받은 것”이라며 환영 의사를 밝히고 있다. 이와 관련해 그는 “호실적에도 주주가치가 저평가됐고 특히 20% 수준의 배당 성향은 평균을 한참 밑돌아 장기적으로 기업의 지속 가능성에 적신호"라고 지적했다. 박 상무는 금호석유화학의 배당금을 전년의 7배 수준인 보통주 1주당 1만1000원, 우선주 1만1050원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이날 개인적인 앙금으로 경영권을 노리는 게 아니라고 거듭 항변했다. 그는 "저는 비운의 오너 일가도 아니고, 삼촌과 분쟁하는 조카도 아니다"면서 "조직 구성원이자 최대 주주인 특수한 위치를 최대한 활용해 금호석유화학의 도약을 이끌어 저를 포함해 회사 미래를 기대하는 모든 분께 더 큰 가치를 되돌려드리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금호석유화학 지분 구조를 보면 박 상무가 10.0%로 개인 최대주주다. 박찬구 회장(6.69%)과 박준경 전무(7.17%)·박주형 상무(0.98%)를 합치면 박 회장 측이 14.86%다.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8.16%, 소액 주주가 50% 이상인 데다 양측은 근소한 차이를 보이고 있어 26일 주총에서 치열한 표 경쟁이 예고되고 있다.
박 상무는 현 경영진과 이사회에 대해 집중적으로 비판했다. 박 상무는 금호리조트 인수에 대해 "석유화학 기업인 금호석유화학과 어떤 사업 연관성도 없고 시너지가 발생할 수 없다"며 "가격도 현격히 높은 수준에서 인수를 결정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정상적인 이사회와 투명한 거버넌스, 합리적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기업이라면 과연 이런 인수가 가능했겠느냐"며 "현 이사회는 부적절한 투자 결정을 걸러내고 지배 주주의 경영권 남용을 견제하는 데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박 상무는 금호리조트 인수 중단, 저평가된 기업가치 정상화, 전문성·다양성을 갖춘 이사회 구성 통한 거버넌스 개선 등 3대 선결 과제를 제시했다. 이를 바탕으로 5년 내 시가 총액 20조를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반면 금호석유화학 노조는 박 회장 측을 옹호하고 있다. 노조는 전날 ‘박 상무가 사리사욕을 위해 회사를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는 성명을 냈다. 이어 이날은 사측과 임단협 위임 합의를 했다. 노조는 "코로나19로 노동 현장이 어려운 가운데 경영권 논란이 확대하며 올해는 더욱 각별한 마음으로 협상권을 회사에 전부 위임한다"고 밝혔다. 박찬구 회장도 34년간 노사 무분규 협약을 이어간 데 대해 노조에 감사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