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지영이 '경로를 이탈하였습니다'에서 엄마와 딸의 신박한 로드무비를 유쾌하고 뭉클하게 그려내며 재미와 감동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15일과 16일 방송된 JTBC 드라마페스타 '경로를 이탈하였습니다'는 결혼식 날 뒤통수 치고 도망간 신랑을 엄마와 딸이 함께 쫓는 코믹 추격 로드극. 박지영은 극 중 딸에게 모든 걸 바치는 열혈 엄마 강경혜로 분했다. 가난하게 태어났지만 하면 된다는 시대적 분위기 속에서 하는 일마다 승승장구한 X세대 캐릭터로, 자신의 인생을 딸에게는 물려주고 싶지 않아 홀로 악착같이 돈을 벌고 딸을 키우며 살아온 인물이다.
박지영은 열정 빼면 시체인 경혜로 완벽 변신해, 화수분 같은 매력으로 시청자들을 울고 웃게 만들었다. 1회에서 딸 남지현(강수지)에게 동거 중인 남자친구 김범수(구성찬)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박지영은 '동거를 하느니 결혼을 하라'는 화끈함과 '안되면 되게 하라'는 추진력을 드러내며 초반부터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행복하기만 해야 하는 딸의 결혼 당일 예비사위 김범수가 사라져 결혼식은 시작조차 하지 못한 채 끝이 났다. 이에 박지영과 남지현은 김범수를 찾기 위해 의도치 않게 난생 처음 단둘이 여행길에 올랐다. 그 순간에도 박지영은 "무슨 일이든 즐겁게 하는 게 중요한 거야"라는 명언과 함께 신나는 노래를 틀고 몸을 흔들며 운전대를 잡는 모습으로 그 열정과 긍정 파워를 짐작하게 했다.
모녀의 여행길이 이어진 2회에도 박지영과 남지현은 흔한 엄마와 딸들처럼 티격태격 다투고 부딪히지만 서로를 향한 소중함과 애틋함을 드러내며 보는 이들의 마음을 찡하게 했다. 여행 중 일어난 크고 작은 사건들은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게끔 이끌어주는 기폭제 역할을 했고, 여행의 끝에서 둘은 마침내 성찬과 재회했다. 남지현과 김범수가 못 다한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박지영은 어린 스님에게 "어미 닭은 그저 묵묵히 지켜보면 됩니다. 병아리가 혼자서 알을 잘 깨고 나오는지 옆에서 지켜보는 거지요"라는 말을 전해 듣고 복잡 미묘한 표정을 보였다.
이후 박지영은 김범수와 헤어지기로 했다는 남지현의 말을 듣고 크게 분노했다. 무산된 결혼식은 차치하더라도 함께 여행하는 동안 남지현의 임신 사실을 눈치채고 있었기 때문. 박지영은 혼자라도 아이를 낳아 키우겠다는 남지현에게 "미혼모로 사는게 쉬운 건 줄 알아!"라며 혼자 키울 생각이라면 아기를 지우라고 독하게 말했다. 의견 차이가 좁혀지지 않자 너 죽고 나 죽자는 심정으로 바다를 향해 엑셀을 밟았지만, 떨어지기 일보 직전의 상황에도 아기는 안 지울 거라고 소리치는 남지현에게 백기를 들었다.
모녀의 생애 첫 여행이 끝나고 돌아온 현실은 더욱 치열했다. 남지현은 육아를 하면서 독립 출판사를 차려 24시간이 모자란 워킹맘이 됐고, 박지영은 여전히 바쁜 일상에 손주가 추가 돼 한층 분주해졌다. 하지만 이전과는 달리 모녀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끈끈한 결속력이 보이는 듯 했고 둘의 하루에는 아이로 인해 웃음 꽃이 피어나는 시간이 더해졌다. 제대로 홀로서기를 시작한 두 사람. 현실적이지만 훈훈한 엔딩이 진한 여운을 선사했다.
박지영은 실제 자신과 닮은 점이 많다는 강경혜라는 캐릭터를 만나 생명력을 불어 넣었다. 실제로 어딘가에 살아있을 것 같은 현실감 넘치는 캐릭터를 구축해내며 시청자들로부터 공감 백배란 호평을 받았다. 탄탄한 감정 연기와 디테일한 생활 연기는 물론, 넘치는 흥과 돌직구 대사까지 미워할 수 없는 귀여움 한 스푼을 추가해 캐릭터에 매력을 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