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전화를 통해 인터뷰를 한 프로농구 안양 KGC인삼공사 외국인 선수 제러드 설린저(29·2m4㎝)는 별명을 전해 듣고는 웃었다.
설린저는 요즘 KGC 팬 사이에서 ‘보스턴 출신 설 교수’, ‘보스턴에서 온 일타강사 설 선생’이라 불린다. KGC가 9일 크리스 맥컬러를 내보내고 설린저를 데려왔다. 그는 미국 프로농구(NBA) 보스턴 셀틱스 출신답게, 한 수 가르치듯 차원 다른 활약을 펼쳤다.
설린저는 전날(21일) 인천 전자랜드전에서 28점·12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지금까지 뛴 5경기에서 평균 23.6점·10.4리바운드다. 최근 4경기 연속으로 ‘20(점)-10(리바운드)’을 기록했다. 2연승의 KGC(26승 22패)는 3위 고양 오리온과 반 경기 차 4위다.
설린저는 “아버지가 (미국 오하이오주) 콜럼버스 지역 고등학교 농구 코치였다. 어머니는 지금도 수학 교사다. 두 분 다 선생님이다 보니 팬들이 ‘설 선생’이란 별명으로 부르는 걸 좋아한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설리’라는 애칭으로 불렸다. 농구선수 출신인 할아버지 닉네임을 이어받았다.
이름값만 보면 한국에 올 선수가 아니다. 설린저는 2012년 NBA 신인 드래프트에서 보스턴이 1라운드(전체 21순위)에 지명했다. 2014년 1월 토론토 랩터스전에서 25점·20리바운드를 기록했다. 보스턴 선수로는 2007년 케빈 가넷 이후 첫 20-20이었다. 2013년부터 3시즌 파워 포워드로 평균 12.3점을 기록했다. NBA 통산 269경기를 뛰었다. 2016년 토론토와 1년 계약에 600만 달러(67억원)를 받았다.
김승기 KGC 감독은 “명성으로는 (현대모비스에서 뛰었던) 오카포 다음이다. 설린저는 공백기(2019년 이후)에 허리를 수술했다. NBA 시절 몸무게가 130㎏대였고 부상이 잦았다. 지금은 116㎏으로 감량했다”고 전했다. 설린저는 “코트에 돌아오기 위해 2년간 재활에 힘썼다. 체중을 많이 줄였는데, 선수로 오래 뛰기 위해서 최적의 몸 상태를 만들었다. 쌍둥이 딸(제렛 주니어, 젬마)이 코트 복귀의 원동력이다. 딸들을 부양해야 하니까”라며 웃었다.
설린저의 몸 상태는 가장 좋을 때의 70% 정도다. 그래도 김 감독은 “클래스가 다르다. (2016~17시즌 KGC 우승 멤버) 데이비드 사이먼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라고 자랑했다. 설린저는 영리하게 경기한다. 슛을 쏠 때는 쏘고, 동료 쪽이 비면 패스를 착착 넣는다. KGC 선수들은 “설린저와 같이 뛰니 정말 재미있다”고 칭찬했다.
KGC는 리바운드가 10팀 중 9위(35.9개)로 처져 있다. 설린저가 온 뒤로는 오세근과 함께 더블 포스트를 구축했다. 장신인데 3점 슛도 경기당 2.4개나 넣었다. 설린저는 “빅 오(오세근), 저스틴(전성현), 영보이(변준형) 등 동료들이 도와주고, 감독도 내 농구를 믿고 지지해준다”고 말했다.
벌써 구단 모기업(KGC인삼공사) 자랑까지 한다. 설린저는 “경기 전 항상 홍삼을 먹는데 좋아한다. 맛있다”고 말했다. 경기 시작 2시간 30분 전부터 코트에 나와 슈팅 훈련하는 그는 “신인 때 베테랑 케빈 가넷이 ‘일찍 나와서 자신만의 루틴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해줬다. 자신 없었다면 한국에 오지 않았다. 내 농구 인생을 동료와 함께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