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쿠팡이츠로 배달음식을 주문한 A 씨는 흰색 롱패딩을 맞춰 입고 온 커플 배달원으로부터 음식을 건네받는 새로운 경험을 했다. A 씨는 "남자 배달원이 배민커넥트 가방을 메고 있었고, 음식을 전달한 뒤 손을 잡고 가서 커플이구나 했다"고 말했다.
최근 전업 배달원이 아닌 '배달 부업'을 하는 일반인이 늘고 있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배달 수요는 늘고, 배달 인력은 부족해지면서 배달앱들이 배달원의 진입장벽을 낮췄기 때문이다.
점심·저녁 시간 반짝 배달원으로 일하는 이유는 '돈'을 버는 것이 주목적이긴 하지만, 또 다른 목적을 두는 이들도 있었다. 특히 도보 배달을 하며 다이어트를 하거나 데이트를 즐기는 커플까지 '배달 부업'이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25일 배달앱 '배달의민족'에 따르면 배민커넥트에 등록한 인원수는 5만 명으로 코로나19 팬데믹 전인 2019년 말 등록자 수인 1만 명에서 5배가량 뛰었다. 이 가운데 활동 인원수는 1만 명 정도다. 이 중 2030 비중은 약 80%에 달한다.
‘배민커넥트’는 배민이 2019년 7월 시범적으로 도입해 정착한 일반인 배달 프로그램이다. 일반인이 자신이 보유한 자동차, 오토바이, 자전거, 전동킥보드나 도보를 통해 원하는 시간과 지역에 콜을 잡아 음식 배달을 하는 서비스다.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할 수 있는 배달 아르바이트라서 요즘 같은 구직난에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배달의민족 관계자는 "배민커넥트 교육을 받고 처음 등록할 때, 도보·자전거 등 원하는 배달 방법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돼 있다"고 말했다.
배달앱 '쿠팡이츠'의 배달 라이더 '쿠리어'는 쿠팡이츠의 공격적인 배달료 마케팅으로 전업·부업 라이더 수가 급증했다.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인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쿠리어 전용 앱 ‘쿠팡이츠 배달파트너’의 MAU(월간순이용자 수)는 지난해 5월 3만8000명에서 올해 1월 48만명으로 8개월 만에 12배 이상 늘었다. 배민커넥트와 운영 구조는 비슷하나, 배차된 1곳의 배달음식만 배달 가능하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배달앱의 이런 시스템으로 '부업' 형태로 배달하는 일반인들은 퇴근 후, 혹은 여유시간을 이용해 부수입을 올리고 있다. 특히 일부는 '운동' '다이어트' '데이트' 등 수입 이외의 다른 목적을 함께 갖는 경우도 있다.
최근 쿠팡이츠 배달파트너에 가입했다는 장 모 씨는 "주말에 할 일 없을 때 자전거를 타고 운동하곤 했는데, 겸사겸사 배달도 같이하면 더 좋을 것 같아서 가입했다"고 말했다.
일반인이 가장 접근하기 쉬운 '도보'를 선택해 걸으며 다이어트를 한다는 후기도 상당하다. "본업이 앉아서 컴퓨터 하는 일이라 밤에 부업이 더 재미있다. 걷기 운동하며 돈 번다"든지, "얼마 벌지 못하지만, 운동도 하고 취미 생활도 할 수 있어서 좋다" 등의 후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런 일반인이 늘어나자 포털사이트에는 '배달과 다이어트'라는 커뮤니티가 생기기도 했다.
한 회원은 해당 커뮤니티에 "여자친구와 색다른 데이트를 했다. 점심에 만나 한 개 (배달)하고, 점심 먹고 두세개 더 하고, 저녁에도 쿠팡(배달)으로 마무리했다"며 "금액은 데이트통장에 들어가 나중에 호텔 뷔페에 갈 예정이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젊은 커플이 데이트 비용을 충당하는 수단으로도 '배달 부업'이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배달 기본료가 수도권 지역 건당 평균 3300원임을 고려하면 한 시간에 3건, 하루 3시간만 해도 한 달에 약 100만원을 버는 셈이 된다. 게다가 쿠팡이츠는 건당 최고 2만원이 넘는 배달비를 책정하기도 해 경우에 따라 수입을 더 얻을 수도 있다.
배달업계 관계자는 "일반인 라이더의 여성 비율이 예전보다 많이 늘어났다"며 "피크타임에 배달하면 1만~2만원을 벌 수 있어 점심·저녁 2시간만 해도 부수입으로 짭짤할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