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스 양현종(33)이 떠났지만, 신인 이의리(19)가 나타났다.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가 좌완 계보를 이어갈 대형 유망주 등장에 웃는다.
2019년 제53회 대통령배 고교야구 당시 스카우트들은 “KIA가 내후년에는 1차 지명 걱정이 없겠다”고 입을 모았다. 1년 선배 정해영(20·KIA)과 함께 광주일고 마운드를 이끈 2학년 이의리를 염두에 둔 말이었다. 이의리는 2021 신인 드래프트에서 예상대로 고향 팀 KIA의 선택을 받았다.
일부 스카우트는 “장재영(키움 히어로즈)의 신체적 능력, 김진욱(롯데 자이언츠)의 현재 기량이 이의리보다 낫지만, 프로에선 이의리가 더 잘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비시즌 기간 90㎏까지 몸무게를 늘린 이의리는 고교 때보다 더 좋은 공을 던진다. 회전수도 리그 최상위권인 분당 2380회까지 나왔다. 맷 윌리엄스 KIA 감독도 “구속(최고 시속 148㎞)보다 더 빠른 공을 던지는 느낌”이라고 칭찬했다.
두 차례 연습경기에서도 모두 4이닝을 던졌는데, 안타 하나 내주지 않고 무실점으로 막았다. 첫 시범경기 등판도 완벽함에 가까웠다. 25일 광주 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롯데전에 선발투수로 나와, 5이닝 2피안타 2볼넷 7탈삼진 무실점했다. 0-0으로 맞선 6회 초 교체돼 승리투수가 되지는 못했다. 그래도 첫 공식전에서 매우 인상적인 투구를 펼쳤다. 신인왕 경쟁자인 롯데 외야수 나승엽과 대결에서도 2타수 무안타 1볼넷으로 우위에 섰다.
출발은 불안했다. 1회 초 1번 나승엽에게 볼넷을 줬고, 2사 이후 이대호에게 우측 담장을 맞는 2루타를 내줬다. 그러나 한동희를 3루 땅볼로 처리해 실점 없이 마무리했다. 2회에도 딕슨 마차도에게 2루타를 내줬으나 무실점했다. 3, 4회는 삼자범퇴. 마지막 5회엔 세 타자 연속 스트라이크아웃으로 잡아냈다. 윌리엄스 감독도 더그아웃에서 이의리에게 다가가 격려했다.
올 시즌 KIA는 선발투수 때문에 고민이다. 14년간 통산 147승을 거두며 2017년 우승을 이끈 양현종이 메이저리그 텍사스 레인저스로 떠났기 때문이다. 애런 브룩스와 다니엘 멩덴의 원투펀치는 KBO리그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지만, 그 뒤를 받칠 국내 투수는 물음표였다. 아직 개막 선발 로테이션도 유동적인 상황이다.
양현종은 텍사스에서 선전을 거듭하고 있다. 구원투수로만 세 차례 시범경기에 등판했던 양현종은 25일 신시내티 레즈전에 처음으로 선발로 나왔다. 3과 3분의 1이닝 동안 볼넷 없이 5피안타 2탈삼진 2실점 했다. 같은 날, 같은 왼손 투수인 양현종과 이의리가 ‘평행이론’을 연상시키는 투구를 펼쳤다. 이대로라면 둘 다 선발로 시즌을 시작할 가능성이 높다. 이의리의 롤 모델은 역시 양현종이다. 이의리는 “아직은 멀었지만, 앞으로 양현종 선배의 빈자리를 메우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양현종도 미국에서 영상으로 이의리의 투구를 본 뒤 “나보다 공이 좋다. 무시무시하다”는 글을 남겨 후배를 칭찬했다.
한편, 롯데는 1-1로 맞선 9회 초 추재현의 2루타와 상대 수비 실책, 최민재의 2루타를 묶어 3-1로 승리했다. 시범경기 4연승의 롯데는 연습경기(7승 1패) 이래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롯데는 역대 시범경기에서 10번 1위를 차지했고, 그중 7번 포스트시즌에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