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수원 삼성과 성남 FC의 K리그1(1부리그) 2라운드. 전반 32분 '논란의 장면'이 등장했다.
성남이 아크 중앙에서 프리킥을 얻었다. 수원이 수비벽을 만드는데, 벽 바로 뒤에 수원의 미드필더 고승범이 누웠다. 누구나 알 수 있는 행동이었다. 낮게 깔려서 오는 슈팅을 막으려는 의도. 하지만 그는 바로 일어나야 했다. 주심이 이를 제지했기 때문이다. 고승범은 의아하다는 제스처를 취한 뒤 눕는 대신 무릎을 꿇는 형태로 자세를 바꿨다.
이후 논란이 생겼다. 선진 축구의 대륙 유럽의 빅리그에서는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장면이다. 갈 수록 진화하는 프리킥을 막아내기 위해 수비 전술도 진화하는 시대다. K리그에서는 심판이 이를 막아선 것이다.
논란이 일자 대한축구협회(축구협회)의 답변이 나왔다. '프리킥을 막기 위해 수비수가 드러누우면 안되나요?'라는 제목으로 친절하게 설명했다.
"정답은 '경기규칙상으로 명확한 지침은 없다'이다. 즉 심판의 견해와 재량에 따라 판단할 수 있다. '경기규칙에 드러눕는 행위가 반칙이라는 명확한 근거가 아직 없으니, 그대로 두는게 맞다'고 심판이 판단할 수 있다. 반면, '두발로 서서 움직이거나 달리면서 공을 차는 것이 축구의 기본이다. 플레이 도중에 슬라이딩을 하거나 몸을 던져 막을수는 있지만 경기가 재개되기 전에 미리 드러누워 있는 것은 축구 정신에서 벗어난 것이니까 제지하는 게 맞다'는 심판의 판단도 있을 수 있다."
축구협회가 내린 결론. K리그에서는 사실상 '금지'하겠다고 정리했다.
"최근 이러한 사례가 빈번하자, 지난달 경남 남해에서 열린 K리그 심판 동계훈련에서 이 문제가 거론됐다. 이 자리에서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결론적으로 축구 정신과 스포츠맨십에 입각해서 볼 때 드러눕는 행위가 올바른 매너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올해 K리그에서는 제지하는 것이 좋겠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물론 이 의견 역시 강제성이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드러눕는 선수를 심판이 그대로 둔다고 해서 규칙 적용을 잘못했다고 할 수는 없다."
축구협회가 내놓은 설명 이후 오히려 논란은 더욱 커졌다. '이것도 맞고, 저것도 틀리지 않지만 이왕이면 하지 말라'는 해석을 내린 것으로 읽힌다.
당장 축구계에선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프리킥을 막기 위한 전술적인 행위에 '스포츠맨십·축구 정신·매너' 등 도적적 가치를 적용시키는 것, 심판 재량에 따라 규칙이 달라진다는 것, 그래서 혼란을 더 가중시키는 것, 유럽 선진 축구에서는 허용되는 것 등이 아니냐는 반박이 나왔다. 이는 결국 현대 축구의 흐름에 따라가지 못한 채 시대에 역행하는 K리그 심판들, '그들만의 규칙'으로 비쳐진다.
축구협회 심판 중 하나가 이 상황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어 국제축구평의회(IFAB)에 문의 했다. IFAB는 축구 규칙과 경기방식을 정하는 협의체. 가장 정확한 답을 받을 수 있는 곳이다. 그는 데이비드 엘러레이 IFAB 테크니컬 디렉터에 이메일을 보냈고, 곧 답장이 왔다. 데이비드 디렉터의 답은 간결했다.
'금지하는 규칙이 아니다'라는 설명과 함께, '허용되는 전술적 행동(acceptable tactical move)'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