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이의리가 지난 3일 스프링캠프에서 캐치볼을 하고 있다. KIA 제공 적장도 놀란 '깜짝 카드'였다. 정규시즌 개막 2연전 선발 등판이 예고된 신인 왼손 투수 이의리(19·KIA)의 얘기다.
맷 윌리엄스 KIA 감독의 선택은 파격적이었다. 윌리엄스 감독은 29일 이의리의 4월 4일 잠실 두산전 선발 등판 가능성을 시사했다. 4월 3일부터 시작되는 시즌 개막 2연전 중 두 번째 경기를 신인에게 맡기겠다는 의미. 보통 개막 2연전은 외국인 투수들이 맡는다. 토종 에이스 양현종(텍사스)이 미국으로 떠난 KIA라면 더욱이 외국인 투수 듀오 애런 브룩스와 다니엘 멩덴의 선발 등판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윌리엄스 감독은 계획은 달랐다. 브룩스와 멩든 사이에 이의리를 집어넣었다.
대구에서 소식을 전해 들은 김태형 두산 감독은 "(이의리의 선발 등판을) 예상한 건 아니다. (윌리엄스 감독이) 두 번째 나올 수 있다고 그랬냐"며 취재진에게 관련 내용을 되물었다. 이어 "공이 좋더라. 특히 (홈플레이트 앞에서) 떠오르는 공이 좋다. 이강철 감독과 이야기를 나눴는데 학교 후배라고 하더라. 김진욱(롯데)과 이의리는 고등학교 수준이 아니다"고 극찬했다.
광주제일고를 졸업한 이의리는 2021년 1차 지명으로 고향팀 KIA 유니폼을 입었다. 이미 고교 시절부터 전국구 에이스로 이름을 떨쳤다. 졸업반이던 지난해 고교리그 성적이 2승 2패 평균자책점 2.31(34⅔이닝 53탈삼진 9자책점). 이닝당 출루허용(WHIP)이 0.74에 불과했다. 김진욱, 장재영(키움)과 올 시즌 1군에서 활약한 신인 투수로 기대가 크다.
순항을 이어갔다. 지난 25일 열린 롯데와의 시범경기에 선발 등판해 5이닝 2피안타 7탈삼진 무실점 쾌투로 윌리엄스 감독의 눈도장을 찍었다. 손아섭·이대호·마차도·안치홍을 비롯한 주전들이 대부분 출전한 롯데를 상대로 밀리지 않았다. 시속 150㎞에 육박한 빠른 공과 체인지업, 커브를 절묘하게 섞어 롯데 강타선을 효과적으로 틀어막았다. 스프링캠프부터 꾸준히 이의리를 체크한 윌리엄스 감독은 개막 2연전 선발 중책을 맡길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브룩스-멩덴 조합을 예상한 두산으로선 깜짝 놀란 카드였다.
김태형 감독은 "(이의리가) 많은 부담을 갖고 던지길 바라야 한다. 부담을 안 가지면 신인답지 않다. 아픔을 겪어야 좋은 투수가 되지 처음부터 잘하면…감독도 그런 취지에서 (개막 2연전 선발로) 보내는 것 같다"며 특유의 농담으로 에둘러 경계심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