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은 30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2020~21 도드람 V리그 챔피언결정전 3차전 GS칼텍스와의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2-3(23-25, 22-25, 25-19, 25-17, 7-15)으로 패했다. 1·2세트를 내준 뒤 3·4세트를 잡으며 '기적'을 연출할 기세를 보였다. 그러나 5세트 고비를 넘지 못했다. 김연경은 매 세트 투지를 발휘했지만, 팀 패배를 막지 못했다. 시리즈 전적 3패로 GS칼텍스에게 우승 트로피를 내줬다.
흥국생명은 이재영-다영 쌍둥이 자매가 학폭(학교폭력) 논란으로 징계를 받고 이탈한 뒤 급격히 전력이 저하됐고, 정규시즌 막판 GS칼텍스에 1위를 내줬다. 열세 전망 속에 치러진 IBK기업은행과의 플레이오프(PO)에서 시리즈 전적 2승1패로 승리하며 챔프전에 올랐지만, 1~3차전을 모두 내주며 준우승에 머물었다.
흥국생명은 1세트, 박빙 승부를 이어갔다. 홈에서 치르는 벼랑 끝 승부, 집중력이 달랐다. 그러나 11-11에서 러츠에게 오픈 공격을 허용했고, 브루나의 공격이 권민지에게 가로막히며 리드를 내줬다. 이후 근소하게 리드를 내준 끌려갔다. 20-23에서 김연경이 연속 득점하며 1점 차로 추격했지만, 이주아가 서브 범실 하며 세트 포인트를 내줬고, 23-24에서 러츠에게 오픈 공격을 허용하며 1세트를 내줬다. 1·2차전부터 7세트 연속 먼저 25번째 득점을 내줬다.
그러나 이번 챔프전에서 한 세트 팀 최다 득점(23점)을 기록한 흥국생명은 기세가 달라졌다. 2세트 초반부터 다양한 공격 루트를 시도해 득점으로 연결시켰다. 브루나가 오픈 공격과 블로킹 어시스트로 득점을 지원했고, 김미연도 1세트보다 호쾌한 스파이크를 꽂았다. 이주아는 4-3, 7-4 상황에서 속공과 이동 공격을 성공시켰다. 침묵하던 김연경도 득점에 가세, 9-6과 10-6 상황에서 연속 득점을 했다.
13-8, 5점 차로 앞선 상황에서 갑자기 집중력이 흔들렸다. 공방전에서 GS칼텍스 센터 문명화에게 다이렉트 득점을 허용했고, 이어진 문명화의 서브가 네트에 살짝 걸쳐 떨어지자, 제대로 리시브하지 못하며 러츠에게 오픈 공격을 내줬다. 이어진 상황에서도 러츠를 막지 못하고 13-13 동점을 허용했다.
이 상황에서 상대 빈틈을 놓치지 않았다. 15-17으로 역전을 허용했지만 GS칼텍스 유서연의 서브 범실로 1점을 추격했고, 17-17 동점에서도 이주아가 날카로운 서브로 상대 리시브를 흔들어, 러츠의 무리한 공격을 유도했다. 범실로 역전에 성공했다.
그러나 다시 한 번 고비를 넘기지 못했다. 두 차례 공격 기회에서 달아나지 못했고, 강소휘에게 연속 오픈 공격을 허용하며 20-20 동점을 허용했다. 김연경이 후위로 빠져 있는 상황에서 해결사가 나타나지 않았다. 21-21에서 러츠에게 오픈 공격을 허용했고, 브루나가 범실을 내주며 점수 차가 벌어졌다. 강소휘에게는 서브 에이스까지 내줬다. 결국 급격하게 무너지며 22-25로 2세트를 내줬다.
흥국생명은 챔프전 아홉 번째 세트만에 웃었다. 3세트는 세트 내내 앞서며 6점 차로 잡아냈다. 상대 범실이 많기도 했지만, 그 어느 때보다 집중력이 좋은 플레이가 많이 나왔다. 김연경은 퀵오픈과 오픈 공격을 가리지 않았고, 브루나도 주저 없이 스파이크를 때렸다.
4세트도 박빙 승부를 이어갔다. 7-7 동점에서 이주아가 이동 공격, 김연경이 연속 오픈 공격을 성공시키며 다시 한번 승기를 잡았다. 13-10에서 러츠에게 연속 득점을 허용하며 추격을 허용했지만, 상대 범실과 김연경의 시간차 공격 성공으로 다시 점수 차를 벌렸다. 16-13에서 상대 블로킹 네트터치가 나왔고, 상대 공격 범실까지 나오며 점수 차를 벌렸다. 세트 포인트(24-17)에서 브루나가 오픈 공격을 성공시키며 경기를 5세트로 끌고 갔다.
혼신의 힘으로 끌고간 5세트. 그러나 먼저 2점을 내주며 흔들렸다. 이후 4세트 부상으로 이탈한 강소휘를 대신해 투입된 유서연에게 연속 실점을 허용했다. 점수가 2-7, 5점 차로 벌어졌다. 3·4세트에 침묵했던 GS칼텍스 주포 이소영에게도 득점과 블로킹을 내줬다. 저뭇 차가 3-12, 9점 차로 벌어졌다. 패색이 짙었고, 결국 전세를 역전시키지 못했다.
박미희 감독은 챔프전 3차전을 앞두고 "챔프전에 걸맞은 경기를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덟 세트 연속 내주며 일방적으로 밀렸지만, 반격에 성공한 뒤 투지 넘치는 플레이를 이어갔다.
흥국생명은 '어차피 우승은 흥국생명'이라는 부담스러운 시선 속에 레이스를 펼쳤다. 최악의 악재 속에 치른 시즌. 악재가 결코 가볍지 않았다는 것을 배구팬도 잘 안다. 비록 우승은 실패했지만, 결코 초라하지 않은 2인자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