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후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2020~2021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흥국생명과 GS칼텍스의 챔피언결정전 3차전 경기에서 GS칼텍스가 세트스코어 3대 2로 승리, 3연승으로 통합우승을 차지했다. 준우승에 머문 흥국생명 김연경이 선수들과 마지막 시간을 갖고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인천=김민규 기자 김연경(33·흥국생명)이 다사다난했던 V리그 복귀 시즌을 마무리했다. 그는 지난달 30일 GS칼텍스와의 챔피언결정전(챔프전·5전3승제) 3차전에서 27득점(공격성공률 52.17%)을 기록했지만, 소속팀의 패배(세트스코어 2-3)을 막지 못했다. 흥국생명은 시리즈 3연패를 당하며 우승 트로피를 GS칼텍스에 내줬다. 오른손가락 부상을 당한 채로 1~3차전 모든 세트를 뛰었던 김연경의 투혼도 빛바랬다.
김연경은 챔프전 종료 뒤 "1·2차전에서 한 세트도 따내지 못했다. '3차전에서는 좀 더 물고 늘어졌으면 좋겠다'고 바랐는데 동료들이 끝까지 최선을 다해줬다. 패전은 아쉽지만, 동료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며 "(올 시즌) 힘든 일이 많았지만, 많은 분이 도와줘서 이겨낼 수 있었다. 챔프전에 올라온 것만으로 잘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연경은 지난해 6월 흥국생명에 복귀했다. 해외 무대에서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한 그가 국내로 돌아온다는 소식에 배구계가 들끓었다. 흥국생명은 4라운드까지 치른 20경기에서 17승(3패)을 거두며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지난 2월부터 악재가 이어졌다. 팀 후배 이다영이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팀 내 불화를 암시하는 글을 거듭 올렸다. 이다영이 지목한 당사자가 김연경이라는 소문도 났다. 당시 김연경은 "문제가 없는 건 아니지만, 우리는 프로"라며 봉합 의지를 다졌다. 며칠 뒤 이다영-재영 쌍둥이 자매의 학폭(학교 폭력) 사태까지 터졌다. 두 선수는 '무기한 자격정지' 제재를 받고 팀을 떠났다.
2020~2021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흥국생명과 GS칼텍스의 챔피언결정전 3차전 경기가 30일 오후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렸다. 3세트 김연경이 득점을 올리고 벤치를 향해 손짓하고 있다. 인천=김민규 기자 이후 김연경의 심적 부담은 매우 커졌다. 이전까지 겪어보지 못했던 시련이었다. "국내 복귀를 후회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김연경은 "'괜히 왔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시즌이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했다"라고 솔직하게 답하기도 했다.
이토록 어수선한 상황 속에서 챔프전까지 치러냈다. 김연경은 "끝까지 가자"며 후배들을 독려했다, 그는 "어느 시점부터는 (시즌 종료) 날짜를 세기보다 '더 잘해야겠다'는 마음가짐을 새겼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시간이 빨리 갔다"고 털어놨다.
김연경은 해외 무대 재진출을 노린다. 이미 해외 구단의 제안을 받기도 했다. 김연경은 "여유 있게 결정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도쿄올림픽을 더 신경 쓰고 있다. 국내 복귀를 선택한 이유도 최상의 컨디션에서 올림픽을 준비하기 위해서였다. 김연경은 "대표팀을 바로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좋은 컨디션으로 올림픽을 준비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자 배구 국가대표팀은 오는 5월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 참가한다. 본격적으로 올림픽 태세에 돌입한다. 김연경의 꿈인 올림픽 메달의 전초전이 바로 이 대회다.
봄에 웃지 못한 김연경이 여름에는 웃을 수 있을까. 김연경의 레이스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