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가 연봉 차별에 분노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지표로 고스란히 나타났다. 지난해 일반 직원과 미등기임원 및 등기이사 간 연봉 격차가 더욱 벌어졌기 때문이다.
기업 평가 사이트 CEO스코어는 31일 국내 500대 기업 중 사업보고서를 제출한 294개 기업 임직원의 지난해 급여를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직원 1인당 연봉의 평균이 8120만원인 것에 반해 등기이사 평균 8억7010만원, 미등기임원 평균 3억5890만원으로 나타났다. 직원 대비 등기이사와 미등기임원의 연봉이 각 10.7배, 4.4배가 높았다. 이는 2019년의 10.3배, 4.3배 격차에서 더욱 벌어진 것으로, 직원 연봉이 전년 대비 3% 오를 때 등기이사와 미등기임원의 연봉은 각 7.3%, 4.7% 상승했다.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 초 출생 세대의 통칭)는 기성세대들과는 달리 투명한 연봉 체계를 요구하며 목소리를 내고 있다. 현대차와 SK하이닉스 등에서 연봉 및 성과금에 대한 직원들의 불만은 총수에게 직접 전달됐다. 이로 인해 총수들이 '공정한 연봉 시스템'에 대한 시정 조처를 내리는 등 연봉 차별에 대한 논란이 다른 기업들로 퍼지고 있다.
한진그룹 조원태 회장의 경우 코로나19 여파로 대한항공 매출이 38% 줄어들었음에도 보수가 30억9800만원으로 전년 대비 40%가 늘어 논란이 일었다. 대한항공 사원들의 급여가 15% 감소한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연봉도 48억9000만원으로 전년보다 52.6%나 인상됐다. 반면 직원들은 경영난 타개를 위해 평균 15.3%의 연봉을 줄여야 했다. 호텔신라는 지난해 3조1881억원으로 매출이 44.2%나 감소했고, 영업이익이 흑자에서 적자로 전환됐다.
등기이사와 직원 간 격차가 가장 큰 기업은 게임업체 엔씨소프트로 나타났다. 직원들의 평균 연봉이 9610만원임에 반해 등기이사는 94억5300만원으로 나타나 98.4배의 격차를 보였다. CJ제일제당이 93.6배로 2위였고, 호텔신라와 LG전자, 삼성전자가 각 53.5배, 52.6배, 44.5배로 뒤를 이었다.
직원과 미등기임원 간 연봉 격차가 가장 큰 기업은 이마트였다. 이마트 직원의 평균 연봉은 3790만원에 불과했지만, 미등기임원은 6억9100만원으로 18.2배나 차이 났다.
지난해 직원 평균 연봉이 줄어든 곳은 294개 조사 기업 중 33.7%에 달하는 99개나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