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수(39·SSG)의 KBO리그 입성(본지 단독 보도)은 지난겨울 KBO리그 최대 이슈였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2013년 12월 미국 메이저리그(MLB) 텍사스 구단과 한 7년 계약(총액 1억3000만 달러)이 끝난 겨울, 추신수의 선택은 또 한 번 MLB가 될 것으로 보였다. 적지 않은 나이가 된 그에게 빅리그 8개 구단이 계약을 제안했다. 그만큼 선수 가치가 여전했다. 눈높이를 조금 낮춘다면 미국에서 선수 커리어를 마칠 수 있었다. 부와 명예를 모두 손에 넣은 그에게 가장 어울릴 법한 마무리였다.
모두가 '끝'을 생각할 때 추신수는 새로운 '시작'을 바라봤다. 지난 2월 23일 SSG 구단(신세계)과 깜짝 계약하며 KBO리그행을 확정했다. SK 와이번스를 인수한 SSG에서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추신수가 전력을 강화할 뿐 아니라 브랜드 이미지를 높일 수 있는 최고의 카드라는 판단이었다. 때마침 SK가 2007년 해외파 특별지명에서 전체 1순위로 추신수를 선택해 보류권을 보유한 상태였다. 그가 국내로 오지 않는다면 지명권을 날리는 거였지만, 14년 만에 결실을 봤다. SSG는 리그 역대 최고액인 연봉 27억원으로 추신수의 자존심을 세워줬다. 추신수는 연봉 중 10억원을 사회공헌활동에 기부하며 화답했다.
그의 말 하나 행동 하나가 모두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2월 25일 미국에서 입국한 추신수는 곧바로 경남 창원에서 2주 자가 격리에 들어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은 뒤 11일 정오 격리가 풀렸다. 곧바로 부산 사직구장에서 롯데와 연습경기를 앞둔 SSG 선수단에 합류했다. 당시 사직구장엔 수십명의 취재 기자가 몰려 그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당시 김원형 SSG 감독은 "설렌다. 첫 만남을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했다. 슈퍼스타가 우리 팀에 온 첫날이다. 다들 기쁘게 맞이할 거다. 웃으면서 악수하겠다"며 껄껄 웃었다.
변수가 없었던 건 아니다. 추신수는 지난해 9월 28일 MLB 휴스턴전 이후 공식 경기를 뛰지 않았다. 6개월 정도의 공백기 때문에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하지만 기우였다. 겨우내 그는 꾸준히 개인훈련을 하며 몸을 만들었다. 추신수의 국내 에이전트인 송재우 MBC SPORTS 해설위원은 "추신수의 시즌 때 체중은 93㎏ 정도이다. 한국으로 들어올 때 체중이 95~96㎏였는데 매년 스프링캠프를 시작하기 전 체중과 비슷하다"며 "미국에서도 루틴대로 훈련했다. 자존심이 센 선수라서 (경쟁자들을) 따라가지 못한다고 판단하면 미련 없이 그만두는 스타일인데, 지금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SSG 구단 관계자들도 놀랐을 만큼 젊은 선수들과 비교해도 밀리지 않았다. '추추 트레인'이라는 별명처럼, 추신수는 여전히 강건했다. 그리고 앞만을 향하고 있다.
추신수와 SSG 모두 신중했다. 연습경기를 모두 건너뛰며 경기 감각을 차근차근 찾았다. 추신수는 3월 21일 NC와의 시범경기에 2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하며 첫 시동을 걸었다. 이후 외야 수비까지 나서며 활동 범위를 넓혔다. 시범경기 최종 성적은 7경기 타율 0.278(18타수 5안타) 4타점. 정규시즌에 대비하기 위해 투구를 최대한 많이 보며 눈에 익혔다. 시범경기 결과보다 '과정'에 집중했다. 김원형 감독은 정규시즌 추신수를 주전 우익수로 기용할 계획이다. 타순은 유동적이지만 2번이 유력하다.
추신수는 "메이저리그 선수로 어느 정도 자리 잡으면서 우승이라는 목표가 생겼다. 운동하는 사람이라면 최고의 자리를 원한다. (우승이) 내 마지막 목표"라며 "한국 행을 선택하는 갈림길에서 SSG가 우승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봤다. 그래서 쉽게 결정할 수 있었다. 미국에서는 못했지만, 한국에서 하는 게 더 나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추신수는 MLB 통산 16년 동안 1652경기를 뛰었다. 하지만 포스트시즌 출전은 7경기뿐이다. 월드시리즈 무대를 밟아본 경험은 아예 없다. 누구보다 '우승'에 대한 갈망이 크다. 구단주가 바뀐 SSG도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