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 성화 봉송 구간 일부가 '여성 금지 코스'로 설정돼 논란이다. [로이터=연합뉴스] 도쿄올림픽을 밝힐 성화가 봉송 단계부터 삐걱대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일부 구간 봉송 중단이 논의 되는 가운데, 여성이 참여할 수 없는 코스가 설정돼 또 다른 논란이 불거졌다.
2일 일본 일간니 마이니치 신문은 “오는 6일부터 성화 봉송이 실시되는 일본 에히메현에서 한다시(市) 한다 운하 일부 구간이 ‘남성 한정 코스’로 지정됐다”고 보도했다.
해당 구간은 한다 운하 중 약 200m에 해당하는 코스로, 봉송 주자가 에도 시대(1603~1867년)부터 이어진 지역 전통 축제 ‘진토로마쓰리’에 사용된 배를 타고 성화를 운반할 예정이다.
이 구간을 남성만 지나가도록 설정한 이유에 대해 마이니치 신문은 “성스러운 곳에 여성이 들어가는 것을 금하는 ‘여인금제’의 영향을 받는 지역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여성이 출입할 수 없는 구역에 성화가 지나가도록 설정한 건 한다시의 결정이다. 지역 전통 축제인 진토로마쓰리 홍보를 위해 배를 이용한 성화 봉송을 에히메현 실행위원회에 제안했다. 당시 한다시는 여인금제 지역과 관련 규정에 대해 에히메현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여성 출입 불가’라는 규정이 남녀평등을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올림픽 헌장에 위배되는 내용이라는 점이다. 라이타 교코 주쿄대 교수는 “성화 봉송 과정에 여성이 참여할 수 없다는 황당한 설정에 대해 누구도 의문을 갖거나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다는 게 성평등에 대한 의식 부족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해 한다시 관계자는 “올림픽 정신에 다소 부합하지 않는 측면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건 마쓰리의 전통이다. 역사와 전통문화는 최신의 상식과 종종 마찰을 빚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코로나19도 도쿄올림픽 성화 봉송의 걸림돌로 작용할 모양새다. 마쓰이 이치로 오사카 시장은 1일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중점조치가 적용되는 오사카에서 올림픽 성화봉송 행사를 진행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성화는 오는 13~14일 사이에 오사카 지역을 지나갈 예정인데, 봉송 행사가 중단될 경우 올림픽 열기를 끌어올리려는 일본 정부와 대회 조직위원회의 계획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앞서 시마네현이 코로나19를 이유로 올림픽 성화 봉송에 협력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혀 정부 방침에 반기를 들었다가 보류한 바 있다. 시마네현은 4월 중순까지 코로나19 확산세를 지켜본 뒤 최종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