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외국인 투수 벤 라이블리(29)는 지난달 28일 열린 LG와 시범경기에서 4이닝 5실점 했다. 그는 정규시즌을 앞둔 마지막 리허설에서 부진해 시범경기를 평균자책점 10.13(8이닝 9실점)으로 마쳤다. 이튿날 허삼영 삼성 감독은 라이블리에 대해 "기대보다 조금 더딘 게 맞다. 워낙 업다운이 있고, 낙폭이 있는 선수"라고 지적했다. 잘 던지다가도 갑작스럽게 흔들리는 그의 '기복'에 대한 우려였다.
라이블리는 올해 정규시즌 첫 등판을 망쳤다. 감독이 말한 '기복'에 발목이 잡혔다. 4일 고척 키움전에 선발 등판한 라이블리는 4⅔이닝 6피안타 6사사구 5탈삼진 6실점 패전투수가 됐다. 4회까지 매 이닝 주자를 내보냈지만, 실점하지 않았다. 위기마다 삼진을 뽑아냈다. 타선도 3회 3점을 뽑아줬다.
문제는 5회였다. 선두타자 김수환에게 기습적인 홈런을 허용했다. 지난해 1군에 데뷔한 김수환의 개인 통산 첫 홈런. 예상치 못한 장타를 맞자 라이블리는 추풍낙엽처럼 흔들렸다. 박동원을 몸에 맞는 공, 이용규를 볼넷으로 내보내 무사 1·2루 위기를 자초했다. 코칭스태프가 마운드에 올라가 진정시켰지만, 곧바로 김혜성의 적시타가 나왔다. 이정후를 2루수 직선타로 유도해 분위기를 전환하는 듯했다. 2루에서 리드가 길었던 대주자 변상권이 함께 아웃돼 순식간에 투 아웃. 그러나 이번에도 문제는 '기복'이었다.
박병호와 서건창에게 각각 볼넷과 몸에 맞는 공을 허용했다. 2사 만루. 외국인 타자 데이비드 프레이타스에게 역전 2타점 적시타, 송우현 타석에선 이닝 3번째 볼넷으로 자멸했다. 결국 허삼영 감독은 2사 만루에서 투수를 교체했다. 배턴을 이어받은 심창민이 승계주자 2명의 득점을 허용해 라이블리의 실점은 6점까지 늘어났다. 삼성은 4-7로 져 개막 2연패에 빠졌다.
이날 라이블리의 직구 최고구속은 시속 147㎞까지 찍혔다. 컷 패스트볼과 투심 패스트볼, 커브를 다양하게 섞었다. 문제는 제구였다. 투구 수 94개 중 스트라이크가 51%(48개)에 불과했다. 결정구로 선택한 커브(40개)의 스트라이크 비율도 55%(22개)로 떨어졌다. 특히 5회 제구가 급격히 흔들렸다.
라이블리는 KBO리그 3년 차다. 2019년 8월 퇴출당한 덱 맥과이어의 대체 선수로 삼성 유니폼을 입었다. 공격적인 피칭을 앞세워 기대 이상의 성적(4승 4패 평균자책점 3.95)을 거둬 재계약했다. 그러나 지난 시즌 옆구리 근육 파열로 두 달 가까이 결장하면서 성적(6승 7패 평균자책점 4.26)이 하락했다. 그 결과 연봉 총액이 삭감된 재계약 안을 받아들였다. 라이블리는 지난 3월 일간스포츠와 인터뷰에서 "지난해 매우 답답했고 아쉬웠다. 부상을 제외하면 제구가 흔들려 볼넷 허용이 많았던 게 특히 아쉬웠다"고 곱씹었다.
라이블리는 꽤 준수한 선발 자원이다. 시즌을 더 치르면 직구 최고구속이 시속 150㎞를 넘는다. 삼성이 올 시즌 두 번째 재계약한 가장 큰 이유다. 1·2선발을 맡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다. 그러나 경기력이 널을 뛴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인 것처럼 기복을 줄이지 않는다면, 그를 향한 신뢰는 더 내려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