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림 없이 제 길을 가고 있다. 빈틈을 찾아볼 수 없는 스토리 구성에 쫄깃한 연출력과 연기가 더해져 빛을 발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선보인 작품 중 '최고'라는 말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JTBC 금토극 '괴물'은 종영까지 단 2회를 남겨두고 있다. 1회부터 '괴물은 누구인가. 너인가. 나인가. 우리인가'란 질문을 던지며 시작했다. 신하균의 동생 문주연(이유연)을 죽음으로 내몬 진범이 누구인지 추적하는 과정에서 만양 사람들의 심리 변화와 추리 과정이 흥미롭게 펼쳐지며 시청자들의 열띤 지지를 받았다.
무엇보다 '괴물'은 여러 사건을 담아 16부작을 완성한 게 아니라 하나의 사건을 중심으로 촘촘하게 풀어나갔다는 점이 다른 작품과 다르다. 뚜렷하게 하나의 핵심 사건 속 얽힌 인물들의 심리에 포커싱을 맞췄다. 그만큼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처음부터 확실했다. 이에 14회까지 방영된 가운데, 기가 막힌 완성도란 감탄을 불러오고 있는 것이다.
20여 년 전부터 만양에서 벌어진 연쇄살인사건 진범 이규회(강진묵)가 전반부 핵심을 이룬 반전 정체였다면, 후반부엔 그간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았던 커넥션의 정체와 마주했다. 그 안엔 신하균 동생의 죽음으로 엮인 관계가 생각보다 끈끈하게 형성되어 있었다. 최진호(한기환)는 자신의 죄를 숨기기 위해, 길해연(도해원)은 아들 최대훈(박정제)의 죄를 숨기기 위해, 허성태(이창진)는 만양 개발권을 선점하기 위해 한 배를 탔다.
하지만 검은 세력은 진실을 파헤치려는 자들에게 꼬리를 잡혔다. 피해자 가족인 신하균의 진실을 밝히려는 끈질긴 노력과 아버지의 참회를 결단한 여진구(한주원)의 공조가 폭발적인 힘을 발휘했다. 여기에 최대훈·최성은(유재이)·김신록(오지화)까지 가세해 만양의 평화와 치유를 위한 단결력을 보여주고 있다. 치밀한 전개와 사건에 얽힌 인물 심리가 감탄을 자아내는 대목이다. 끝으로 갈수록 흐트러지는 작품이 아닌 모든 퍼즐 조각이 잘 맞춰진 웰메이드작의 면모를 자랑하고 있다.
대중문화평론가 정덕현은 "신하균이 동생의 죽음과 얽힌 진실을 추적하는 과정을 담고 있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괴물' 안엔 우리 사회의 많은 부조리 시스템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정치인이 있고, 사법권을 쥐고 있는 사람이 있고, 돈을 움직이는 사람이 있다. 일종의 카르텔이다. 우리 사회의 카르텔이 공고한 건 끈끈한 유대관계 때문이다. 이것이 기성세대가 만든 흐름이다. 후세대들이 이걸 깨치고 나아가려면 많은 기득권을 버려야 하는데 그게 가능한지 질문을 던지고 있다. 극 중 빌런이라고 할 수 있는 최진호·길해연·허성태는 이러한 문제 제기를 자식 혹은 전 아내에게 당하고 있다. 그들이 '적패'라는 걸 드러내는 과정이 흥미롭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야기 구조를 전체적으로 잘 짜 놓은 느낌이라 나머지 2회 역시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확실할 것 같다. 특히 여러 사건이 아니라 하나의 사건을 쭉 이어서 여기까지 온 것이기에 더욱 큰 성취가 있는 작품인 것 같다"면서 남은 2회와 관련, "하나의 구심점으로 벌였던 사건의 내막이 전부 다 알려졌기에 이들이 왜 이러한 일을 벌인 것인지, 이들의 공모가 뭘 의미하는지 우리 사회에 주는 메시지가 있을 것이다. 또 이들과 대치해 '어떻게 정의를 구현해야 할까?'에 대한 질문이 남아 있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