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골프 황제’로 불리는 타이거 우즈가 자동차 전복 사고 때 갖고 있던 가방 안에서 약병이 발견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앞서 “우즈가 술이나 약을 한 증거는 없었다”던 경찰 발표와 대치되는 증거다.
10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우즈의 차량 전복 사고를 조사한 LA 카운티 경찰은 이날 22페이지 분량의 차량 전복 사고 조사 보고서를 공개했다. 지난 7일 경찰이 “사고 조사 결과 브리핑과 별도로 우즈의 동의가 있으면 공개하겠다”던 그 보고서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즈는 지난 2월23일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외곽의 랜초팔로스버디스 인근 롤링힐스 에스테이츠 곡선 구간 도로에서 사고를 냈다. 경찰은 전복된 차량 옆 덤불에서 우즈의 가방을 회수했다. 이 가방 안에는 빈 플라스틱 약병이 들어있었는데, 약품 정보 라벨이 부착되지 않아 약통 안에 무엇이 들어있었는지 확인할 수 없었다고 경찰은 보고서에서 밝혔다.
또 보고서에는 사고 현장에 출동했던 응급 요원과 소방관의 진술도 담겼다. 우즈를 사고 차량에서 꺼내 병원으로 이송한 한 응급 요원은 “우즈는 사고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헷갈리고 있었다”면서 “그는 자신이 (캘리포니아주가 아닌) 플로리다주에 있다고 착각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사고 현장을 수습하던 한 소방관도 당시의 우즈를 “다소 전투적이었다”고 묘사했다.
WP는 지난 7일 경찰이 조사 결과 브리핑에서 이런 내용을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면서 “이번 보고서가 경찰의 특혜 조사 의혹을 오히려 증폭하고 있다”고 전했다.
당시 경찰은 우즈가 사고 당시 제한속도 72㎞의 곡선 구간에서 140㎞로 달렸고, 충돌 직전까지 가속 페달을 밟았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우즈가 술이나 약물을 복용한 증거는 없었으며, 이에 따라 별도의 혈액 검사도 진행하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교통사고 전문가, 법의학 전문가 사이에서는 이번 보고서 내용이 우즈의 운전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증명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WP에 따르면 교통사고 전문 변호사인 하트레빈은 “일반적으로 차 사고 현장에서 발견된 약병은 장애 운전의 ‘결정적 증거’로 여겨진다”며 “우즈가 말도 안 되는 사고를 냈지만, 경찰이 호의를 베푼 것 같다”고 분석했다.
조너선 셔니 교통사고 포렌식 전문가도 “차가 곡선구간에서 직진했다는 건 졸음운전의 전형적인 사례”라며 “이번 보고서는 우즈가 사고 발생 당시 의식이 없었다는 것을 뒷받침한다”고 주장했다.
로리 레빈슨 로욜라 로스쿨 교수는 우즈가 유명 인사라는 상황이 경찰 조사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레빈슨 교수는 “선출직인 LA 카운티 보안관은 여론에 특히 민감하다”며 “LA 경찰이 우즈 차 사고 조사에 일반 사건보다 더 많은 재량을 발휘한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해 헬기 추락 사고로 목숨을 잃은 미국프로농구(NBA) 선수 코비 브라이언트의 조사와 관련해 유족에게 고소당해 더 예민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LA 경찰은 우즈의 차 사고 조사를 특별 대우했다는 의혹을 전면 반박했다. 이날 LA 카운티 보안관실은 현지 언론 보도와 관련해 “조사 결과 발표 내용과 보고서 내용은 다를 게 없다”고 밝혔다. 알렉스 비야누에바 LA 카운티 보안관도 “우즈가 어떤 특혜를 받았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것은 완전히 거짓”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