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열린 2020~21 프로농구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에서 인천 전자랜드의 김낙현은 6강 상대 고양 오리온을 향해 “이빨 빠진 고양”이라고 도발했다.
사회자가 이 자리에서 구단 대표 선수들에게 ‘6자 출사표’를 부탁했는데, 김낙현이 오리온을 제대로 저격한 것이다.
이 말은 6강 플레이오프(5전3승제) 시리즈에서 고스란히 현실이 되고 말았다. 오리온은 전자랜드에 1, 2차전을 모두 내주고 2연패에 빠졌다. 정규리그 순위는 오리온이 4위, 전자랜드가 5위다.
오리온은 핵심 자원인 이승현이 발목 부상을 당해 플레이오프에서 뛰지 못하고 있다. 이승현은 다재다능한 파워포워드로, 공격 외에 수비에서도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또한 선수단을 이끄는 정신적인 리더 역할을 겸하고 있어 단기전에서 그의 공백이 더 치명적이다.
여기에 더 심각한 건 외국인 선수 데빈 윌리엄스다. 지난 2월 교체 선수로 오리온 유니폼을 입은 윌리엄스는 정규리그 19경기에서 평균 10.8득점을 했지만 플레이오프 2경기 평균 1득점이라는 믿을 수 없는 기록을 남겼다.
윌리엄스는 1차전에서 7분20분을 뛰며 2득점, 2차전에서는 16분46초 동안 무득점에 그쳤다. 형편없는 기록 이상으로 나쁜 건 태도다. 성의 없는 플레이에 오리온 선수단 전체 분위기가 다운됐다.
오리온으로선 더 속 터지는 사연이 있다. 당초 오리온은 기량이 탐탁치 않은 윌리엄스를 3월에 애런 헤인즈로 교체하려 했다. 실제 팀으로 불러서 테스트까지 마쳤으나 구단 내부적인 이유로 계약이 불발됐고, 기다렸다는 듯이 전주 KCC가 헤인즈를 데려가 전광석화처럼 계약을 마쳤다. 한국 농구 경험이 풍부한 헤인즈는 KCC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강을준 오리온 감독은 플레이오프 1차전 후 윌리엄스를 가리켜 “공격이 안 되면 수비라도 해줘야 하는데”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2차전 직후에 그는 “외국인 선수 싸움에서 졌다”고 했다.
남은 경기에서 전자랜드가 1승만 더하면 시리즈는 끝난다. 오리온은 3연승을 해야만 뒤집을 수 있다. 오리온과 전자랜드의 3차전은 14일 인천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