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들의 해외 송금 사례가 갑자기 늘어나면서 은행들이 예의주시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과거 2018년 가상화폐 '비트코인' 가격이 대폭락하기 직전의 움직임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최근 7800만원까지 치솟은 비트코인이 폭락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13일 은행권에 따르면 최근 시중은행에서 해외송금을 요청하는 중국인들의 발길이 늘었다.
은행업계 블라인드 앱에 올라온 게시글에 따르면, 신한은행 직원 A씨는 "은행에 하루에 4~5팀이 5만 달러 정도의 큰 금액을 보낸다"고 글을 게재했다. 또 우리은행 직원 B씨도 "1년에 5만 달러(5600만원)가 해외송금 한도금액인데 중국인들이 5만 달러씩 송금해달라고 오는 사람이 늘었다"며 "참고로 우리 지점에 중국인이 1년에 한 번 올까 말까인데 오늘 5명이나 와서 5만 달러씩 요청했다"고 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김치 프리미엄' 때문에 중국인들이 영업점에 많이 온다고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통상 해외송금을 하려면 각종 증빙서류가 필요한데 이런 것들을 구비하지 않고 송금하려는 사례가 많이 있다. 의심스러운 거래들은 본점에 보고되기 때문에 분위기 파악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은행권에 따르면 5대 은행에서 국내 체류 중국인들의 중국 송금액이 이달 들어 9일까지 7270만 달러(818억원)를 기록했다. 이는 3월 전체 송금액인 950만 달러(107억원)의 7.6배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시중은행 관계자에 따르면 이전에는 국내 환전상들이 브로커가 돼서 한국과 중국 간 중개역할을 했다. 하지만 가상화폐를 통한 환전 거래가 증가하자 환전상들이 큰 금액만 가려 받으면서 결국 은행을 찾아 송금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중국인의 '김치 프리미엄'이란 '비트코인 환치기'다. 중국에서 위안화로 비트코인을 구매하고 해당 비트코인을 빗썸·업비트 등 국내 거래소로 전송한다. 이때 소액의 전송 수수료만을 부담한 후 국내에서 비트코인을 비싸게 팔아치운 다음 투자원금(중국 현지)과 차익(한국)을 중국에 보낸다. 국내에서 거래되는 비트코인 가격은 해외보다15%가량 비싸다.
은행들은 외국환거래법상 송금액 5000달러(560만원) 이상일 때 송금인이 제출한 송금 사유를 확인해야 할 의무가 있어 이를 토대로 이상 거래 여부를 파악하고 있다.
중국인의 5만 달러 송금 사례가 잇따라 확인되면서 지난 2018년 비트코인 대폭락 때의 일이 되풀이되고 있다는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2017년 '김치 프리미엄'이 크게 올랐는데, 다음 해 비트코인 가격이 대폭락했다는 얘기다.
이에 커뮤니티에는 "이제 비트코인을 슬슬 뺄 때가 됐다", "2017년에도 중국인의 해외송금 이야기가 돌았었는데 2018년에 대하락장이었다" 등의 얘기가 나오고 있다. 김치 프리미엄이 최근 갑자기 생겨난 것이 아닌데, 중국인의 해외 송금 사례가 늘었다는 것에 우려하는 분위기다.
반대 의견도 있다. 과거 대폭락 당시에는 정부가 비트코인을 투기로 정의하면서 2500만원까지 치솟았던 가격이 300만원까지 떨어진 바 있다. 하지만 현재 가상화폐에 대한 가치가 과거와는 다르고, 해외 시세가 버텨줄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