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수 대한축구협회 사회공헌위원장이 울산 선수들에게 진심을 담은 메시지를 전했다. 사진은 지난 2005년 챔피언결정전 승리 후 우승컵을 들고 환호하는 이천수의 모습. IS포토 2021 시즌 K리그1(1부리그) '슈퍼 빅매치'가 찾아왔다.
21일 울산문수경기장에서 울산 현대와 전북 현대의 11라운드가 열린다. 올 시즌 우승 향방을 가를 수 있는 중요한 한판. 분위기는 전북쪽으로 기운 상태다. 10경기 연속 무패 행진(8승2무)을 달리는 전북과 10라운드 수원 삼성전에서 0-3 참패를 당한 울산. 여기에 지난 시즌 3전 전패 수모를 당하는 등 전북에 약한 울산의 악몽까지 더해졌다.
모두가 전북의 우세를 예상하는 이때 울산 선수들을 향해 진심을 담아 고언을 전한 선배가 있다. 2005년 울산의 마지막 K리그 우승의 주역이자 MVP. 이천수(40) 대한축구협회 사회공헌위원장의 목소리. 편지 형식으로 이천수 위원장이 전해왔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내가 다른 팀에 있었어도 울산은 가장 가족 같은 팀이야. 울산이 경기에서 지면 항상 기분이 좋지 않아. 지난 수원전이 그랬지. 내가 느끼는 울산은 끈끈하고 멋있는 팀이었어. 울산이라는 도시도 정말 멋져. K리그를 선도하는 클럽이지. 모든 걸 갖춘 팀이야. 나는 지금까지도 울산에 대한 자긍심을 가지고 있어. 후배들도 느낄 수 있을 거야.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있구나. 전북이랑 붙으면 약한 모습을 보였어. 리그 1위를 하다가도 져서 우승 트로피를 놓치는, 2위 이미지가 생겼지. 이제 이런 이미지를 바꿔야 할 때가 온 것 같아. 전북과 비교해 멤버도, 조합도 울산이 뒤진다고 생각하지 않아. 아직까지 외국인 선수 적응에서 전북이 조금 우세할 뿐. 울산에는 레전드 감독님과 많은 국가대표 선수들이 있잖아.
마음을 조금 내려놓았으면 좋겠다.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강박감이 경기를 어렵게 만들고 있는 것 같아. 전북과 만나면 플레이 자체가 움츠려든다고 느꼈거든.
솔직히 나도 그랬어. 2005년 우승할 당시에도 정말 화려했던 우승후보 성남을 만나면 움츠려들 수 밖에 없었어. 그렇지만 보란듯이 플레이오프에서 성남을 잡았어. 그것도 원정에서. 모두가 성남을 이기지 못할 거라고 했지. 무조건 잡겠다는 의욕만 앞세우면 자기 플레이가 나오지 않을 수 있어. 과거에 졌던 건 잊고, 편한 마음으로 경기에 임했어. 라커룸에서 선수들과 편안하게 하자고 대화를 나눈 기억이 나. 그랬더니 경기를 온전히 즐길 수 있었어. 즐기니까 승리도 따라왔어. 너희들은 능력이 있는 선수들이야. 마음 놓고 운동장에 자신을 풀어놨으면 좋겠어.
준우승에 적응을 해도 안되지만 만년 준우승이라는 말을 민감하게 받아들일 필요도 없어. 내가 울산에 처음 온 2002년 준우승을 했어. 유럽으로 떠나기 전 2003년에도 울산은 준우승에 그쳤어. 유럽 돌아온 후 세 번째 도전 만에 우승을 할 수 있었어.
유럽에서 실패하고 돌아왔다고 엄청 욕을 먹을 때야. 솔직히 우승 트로피를 꿈꾸지 못했어. 나를 받아준 울산에 감사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책임감을 가지고 있었고, 울산 팬들에게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고 싶다는 작은 소망으로 경기에 임했어. 이런 마음가짐이 좋은 경기력으로, 좋은 분위기로 이어진 것 같아. 스스로를 내려놨기에 가능한 일이었어. 만약 우승에 집착했다면 우승하지 못했을 거야.
이번 전북전에는 부담감을 가지지 말고, 있는 그대로의 실력을 보여줘 인정을 받았으면 좋겠어. 이번에 승점을 내주면 굉장히 힘들 수 있어. K리그 전체를 위해서라도 전북의 독주보다는 경쟁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해. 마음 속으로 이길 수 있다고 응원하고 있어. 울산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명가의 명맥을 이어줬으면 좋겠어. 수원전과 같은 모습으로 전북 만나면 큰일난다. 1골 차 싸움 이런 거 신경 쓰지 말고, 운동장에서 마음껏 즐기고 놀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