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신인왕 소형준(20)이 개막 2주 만에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이강철 KT 감독은 선수 관리를 위해 1보 후퇴를 감수했다. 소형준의 빈자리는 2017년 1라운더 우완 투수 이정현이 메운다. 스윙맨 김민수도 대체 선발로 나설 수 있다.
KT는 지난 17일 선발 투수 소형준을 1군 엔트리에서 제외했다. 성적은 나쁘지 않았다. 소형준은 올 시즌 3경기(14⅔이닝)에 등판, 승패 없이 평균자책점 5.52를 기록했다. 10일 대구 삼성전에서 4이닝 4실점을 기록하며 고전했지만, 다른 두 경기는 5이닝 이상 막아냈고, 4점 이상 내주지 않았다.
이강철 감독은 구위를 주목했다. 2020시즌 시속 143.4㎞(통계 사이트 스탯티즈 기준)였던 포심 패스트볼의 평균 구속이 141.7㎞로 감소했다. 10일 삼성전과 16일 키움전은 시속 138㎞에 불과했다. 이 감독은 "(소형준의) 힘이 떨어졌다고 봤다. 빨리 휴식을 주는 게 나을 것 같았다"라고 설명했다. 소형준은 1군과 동행하며 컨디션을 회복에 매진한다.
소형준은 데뷔 시즌(2020)부터 133이닝을 소화했다. 개막 전까지는 이닝 제한(120이닝)이 있었다. KT가 정규시즌 막판까지 2위 경쟁을 이어간 탓에 몇 이닝 더 막아야 했다. 두산과의 플레이오프(PO) 2경기 등판까지 포함하면 총 142이닝을 던졌다. 그 후유증이 2021시즌 개막 초반부터 드러난 것. 워낙 제구력이 좋은 투수이기 때문에 볼넷을 남발하거나 난타를 당하진 않았지만, 구속과 구위는 눈에 띄게 저하됐다.
풀타임 2년 차 투수들의 통과의례다. 배제성도 2020시즌 극심한 구위 저하에 시달렸다. 그는 2019시즌 10승을 달성하며 KT 국내 투수 최초로 두 자릿수 승수를 기록한 투수다. 에이스로 기대받았지만 2020시즌은 고전했다. 배제성은 "(2019시즌 종료 뒤) 몸에 통증이 많아서 웨이트트레이닝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 여파가 2020시즌에 이어졌다"고 돌아봤다.
그나마 배제성은 2015년 입단해 1군과 2군을 오가며 4년(2015~18시즌) 동안 경험을 쌓았다. 버티는 노하우가 있었다. 소형준은 다르다. 이제 데뷔 2년 차다. 시범경기에서도 구위 회복이 늦어져서 우려를 남겼다. 개막 뒤에도 나아지지 않았다. 이강철 감독은 소형준의 경기 체력이 부족하다고 판단했고 주저 없이 휴식을 부여했다.
소형준은 지난해도 개막 9경기 연속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한 뒤 보름 동안 휴식을 부여받았다. 이 기간에 체력을 회복했고, 자신의 투구를 돌아봤다. 커터(컷 패스트볼)도 연마해 무기로 만들었다.
시간을 낭비할 선수는 아니다. 비활동기간과 스프링캠프 준비 과정을 돌아보며 무엇이 잘못됐는지 돌아볼 수 있다. 정규시즌을 준비하는 노하우를 재정립할 기회다. 이강철 감독은 그에게 열흘 이상 시간을 주기로 했다. 근·체력 회복과 심리 관리도 도모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