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백호(22·KT)의 2021시즌 첫 홈런은 도전 정신이 만든 결과다. 성장을 위해 주저 없이 변화를 시도했다.
강백호는 21일 창원 NC전 세 번째 타석에서 NC 좌완 투수 김영규로부터 중월 투런 홈런을 때려냈다. 바깥쪽(좌타자 기준) 낮은 코스 시속 139㎞ 포심 패스트볼을 걷어 올렸다. 시즌 마수걸이포였다. 개막 15경기·66타석 만에 '손맛'을 봤다.
강백호는 이 경기 전까지 타율 0.377(53타수 20안타)를 기록하며 이 부문 리그 3위를 지켰다. 타격감은 좋았다. 그러나 장타는 3개(2루타 2개·3루타 1개)뿐이었다. 시즌 첫 장타도 21타석 만에 나왔다. 새 외국인 타자 조일로 알몬테가 기대보다 장타력이 좋지 않았기에, 강백호의 장타 생산이 더 절실한 상황이었다.
강백호는 사실 개막 초반부터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타격 타이밍을 찾는 데 주력했다. 타격 자세도 조금씩 변화를 줬다. 호쾌한 몸통 스윙과 레그킥은 여전했지만, 하체를 이전보다 덜 굽히며 타격했다. 이강철 KT 감독도 "간결해진 것 같다"라고 말했다. 경기 전에는 홈 플레이트 뒤에서 허공에 배트를 돌리는 루틴이 추가됐다.
10일 삼성전에서는 이전 3시즌(2018~20) 동안 볼 수 없었던 준비 자세를 들고 나섰다. 왼손 타자 강백호는 삼성 선발 벤 라이블리와 승부 내내 자유발(오른발)을 먼저 지면에 툭 디딘 뒤, 다시 레그킥 했다.
이 경기 중계를 맡은 SBS 이승엽 해설위원과 이순철 해설위원도 강백호의 변화를 눈여겨봤다. 이승엽 위원은 "준비 동작이 간결해진 것 같다. 슬라이드 스탭이 빠른 투수를 상대로 타이밍을 잡는 데 유리할 것 같다"라고 했다. 이순철 해설위원은 "강백호가 '투 웨이 스트라이드(Two way Stride)'를 시도하고 있다. 자유발이 먼저 움직이면 리듬감을 갖는 데 유리할 것"이라고 했다. 상대 투수의 유형이나 성향에 맞춰 대처해 준비 동작을 달리 소화한 것이다.
살짝 달라진 타격 준비 동작은 지난 6일 LG전서 먼저 선보인 바 있다. 상대 구원 투수 정우영을 상대로 오른발을 먼저 디뎌 타이밍을 잡으려 한 것. 9일 삼성전에서도 상대 선발 데이비드 뷰캐넌과 첫 승부에서 이런 타격을 보여줬다.
11일 삼성전에선 '오리지널'과 변형을 모두 선보였다. 선발 백정현에게는 바로 오른 다리를 들어 올리는 '종전' 레그킥 자세로 나섰고 구원 투수 임현준에겐 자유발을 살짝 땅에 터치한 뒤 레그킥 했다. 14일 두산전에서는 이영하를 상대한 두 차례 승부에서 서로 다른 타격 자세를 보여줬다.
강백호는 "조금 변화를 준 건 맞다. 투구 타이밍이 빠른 투수가 많아져서 타이밍을 맞추려고 연구하고 연습한 것"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정석은 타격 자세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다. 시즌 중에 교정을 시도하는 건 위험 부담이 크다. 그러나 강백호는 실전을 통해 가장 좋은 타이밍을 찾으려 했다.
강백호는 16일 키움전에서 다시 일반적인 레그킥 뒤 타격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대신 디딤발(왼발)을 개막 초반보다 더 굽힌 뒤 타격했다. 지난 시즌과 흡사하다. NC전에서 때려낸 홈런도 이 자세에서 나왔다. 원점이 된 셈이다.
앞으로도 타격 자세는 달라질 수 있다. 중요한 건 시행착오를 통해 현재 몸 상태에 가장 적합한 타격 자세를 찾는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나온 첫 홈런. 강백호는 일단 감을 잡았다. 홈런 몰아치기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