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 K바이오] 모더나처럼 독보적 신기술 장착 테라이뮨 김용찬 대표 "자가면역질환 없는 세상 꿈"
등록2021.04.23 07:00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바이오 시장이다. 바이오 신기술을 주도하는 곳이기도 하다. 돈과 인재가 몰려드는 세계 바이오산업의 중심에서 한국기업은 여전히 변방에 불과하다. 미국 시장을 개척을 위해서는 언어·문화적 장벽뿐 아니라 만연한 텃세마저 뛰어넘어야 한다. 미국 메릴랜드에서 한국 시장보다 곱절 힘든 도전을 이어가고 있는 세포치료제 전문 바이오기업 테라이뮨의 김용찬 대표와 21일 화상 인터뷰로 만났다.
모더나처럼 독보적인 신기술로 미국 노크
2016년 창립된 테라이뮨은 미국 메릴랜드주 게이더스버그에 본사를 두고 있다. 게이더스버그는 미국의 4대 바이오 클러스터가 형성된 곳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미국 국립보건원(NIH)이 인근에 있어 바이오 스타트업들이 출발하기에 더없이 좋은 입지 환경이다. 충남대에서 학사와 석·박사 과정을 마친 김용찬 대표는 NIH에서 박사 후 연구원이 되면서 이곳에 터를 잡게 됐다.
그는 “신약 개발을 위해서 FDA 절차를 따라야 하는데 이곳에서는 문의 사항이 있으면 즉각 전화로 물어볼 수 있을 정도로 좋은 생태계가 갖춰져 있다. 500개 이상의 바이오기업들이 이곳에 자리하고 있어 업계 전반의 얘기들을 손쉽게 듣고 의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한 노바백스도 이곳에 본사를 두고 있다.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에 감염돼 입원한 병원인 월터 리드 내셔널 밀리터리 메디컬 센터가 테라이뮨 본사 맞은편에 있다. 김 대표는 이곳 미 국방부 산하 연구소에서 근무할 당시 테라이뮨 기술의 근간이 되는 기술을 발명하기도 했다. 그는 “우리가 개발하고 있는 세포치료제의 가장 큰 시장이 이곳에 형성되고 있다. 냉면 가게를 하려면 냉면 거리에 창업하는 게 좋지 않나”라며 미소를 보였다.
테라이뮨은 코로나19 백신 회사로 유명해진 모더나처럼 독보적인 기술로 미국 시장을 노크하고 있다. 모더나의 mRNA(메신저 리보핵산) 백신 기술도 NIH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김 대표는 “모더나의 mRNA의 핵심 기술도 NIH에 학술적 과제 연구를 통해 등록된 특허였다. NIH의 특허들은 그만큼 유망한 신기술로 볼 수 있다”며 “무수한 인터뷰 끝에 NIH 특허 사용권을 얻어낸 만큼 최선을 다해 신약 개발을 경주하겠다”며 의지를 다졌다.
겁 없는 DNA, 바이오 메카에서 승부수
테라이뮨은 미국 정부기관의 인정을 받으며 세포치료제 연구를 이어나가고 있다. 경쟁률이 치열하다고 알려진 미국 정부 지원의 중소기업 기술혁신 프로그램 SBIR(Small Business Innovation Research)의 관문을 뚫었다. 이어 NIH의 세포치료제 생산 지원 프로그램인 PACT(Production Assistance for the Cellular Therapies)에 선정됐다. 김용찬 대표는 “PACT 등급을 받았다는 건 임상을 위해 환자에게 보낼 수 있는 품질의 세포치료제 생산이 가능해졌다는 의미다”고 설명했다.
더 나아가 생산기반 공장의 신설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연말에 사옥을 옮길 계획이다. 본격적인 임상을 앞두고 임상팀을 보강하고, 생산 공장 신설을 준비하고 있다”며 “임상 2상a까지 사용할 수 있는 임상시험용 시약을 생산할 수 있는 GMP(의약품 품질관리기준) 시설의 공장이 될 것이다”고 밝혔다. 테라이뮨이 확보한 신기술을 가진 바이오 기업은 전 세계적으로 10개도 채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차세대 자가면역질환 치료제인 'CAR-Treg'다. T세포 중 면역조절 T세포(Treg)에 CAR 유전자를 전달해 제조하는 세포치료제다.
김 대표는 “자가면역질환은 우리 몸속의 면역 세포가 우리 몸을 공격하면서 생기는 질환이다. 건강한 사람의 경우 면역조절 T세포가 많기 때문에 항상성을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면역조절 T세포가 적으면 자가면역질환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테라이뮨은 이런 현상을 막기 위해 Treg 증식기술을 기반으로 한 안정적인 Treg 배양기술인 TREGable과 TREGing 특허기술을 개발했다. 김 대표는 “쉽게 설명하면 혈액 내 T세포를 꺼내서 수용체 TCR이나 CAR을 달아서 안전하게 증식시키는 기술이다. 외부에서 조절 T세포 기능을 회복시켜서 다시 몸속에 보내는 작업이다”고 했다.
CAR-Treg 기술 자체는 최근 신기술로 서서히 각광받고 있다. 3년 전만 해도 한국에서는 너무나 생소한 기술이었다. 김 대표는 “이 기술로 한국에서의 개최된 세미나 등에도 참가했다. 하지만 당시에는 ‘실험적인 치료제 아니냐’는 평가가 있었다”며 “한국보다 투자 환경 등은 여의치 않지만 결국 미국 시장에서 옥석을 가려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원래 겁을 잘 먹지 않는 DNA가 있다. 아무런 연고와 네트워크 없이 NIH에 메일을 보내 합격한 뒤 지금까지 무모한 도전을 해왔다.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지금까지 커리어와 인생을 모두 걸고 있다”며 힘찬 승부수를 띄웠다.
환자 입장에서 자가면역질환 없는 세상 꿈
자가면역질환은 우리 주변에 만연한 질병이다. 류마티스 관절염과 당뇨병을 비롯해 원형 탈모까지도 모두 자가면역질환에 해당한다. 김용찬 대표는 “80개 이상의 자가면역질환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성 염증성 피부 질환인 건선의 경우 1억2500만명이 고통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환자의 입장, 환자 가족의 시선에서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2017년께 형이 간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는 “형님이 간암으로 투병하는데 동생으로서 그 어떤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이로 인해 환자의 아픔을 더욱 이해하게 됐고, 신약 개발의 시각도 달라졌다.
테라이뮨의 CAR-Treg 치료제 파이프라인 중 A형 혈우병 개발 속도가 가장 빠르다. 희귀질환인 혈우병은 글로벌 시장 규모가 13조원에 달한다. 이중 A형 혈우병 환자의 비중이 64.7%에 달한다. 김 대표는 “A형 혈우병 환자 모집 등은 미국 시장이 유리한 면이 있다. FDA에 안정성과 효력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에 올해 하반기 IND를 제출할 것이다. 내년 초에 승인되면 그해 여름부터는 임상 1상에 진입할 수 있을 것이다”고 계획을 밝혔다.
다발성 경화증과 이종 장기이식 부문도 가시적인 성과가 기대된다. 김 대표는 “다발성 경화증은 백인들이 주로 걸리는 질환이다. 전임상을 진행 중이라서 A형 혈우병 다음으로 속도가 빠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5년 후에는 상장한 책임감 있는 회사로 성장할 것이다. 장기이식 분야에서도 성과를 내 치료 방법이 없는 환자들의 수명을 연장해줄 수 있는 차별화된 바이오 기업이 될 것이다”고 각오를 다졌다.
끝으로 김용찬 대표는 “자가면역질환 환자들에게 ‘암처럼 죽진 않는다’라는 시선이 있다. 하지만 이들은 일상생활을 즐기지 못한다. 서서히 죽는 질병인 자가면역질환이 없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