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개막한 KBO리그는 외국인 선수 계약에 따라 각 구단 희비가 엇갈리기 시작했다. 앤드류 수아레즈(LG), 라이언 카펜터(한화)처럼 초반 임팩트를 보여준 선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외국인 타자 프레스턴 터커(KIA)의 타격 슬럼프는 심각한 수준. 외국인 선수 부진은 자연스럽게 '교체설'과 연결된다. 지난 15일 외국인 투수 조쉬 스미스(키움)가 방출되자 '교체 방아쇠'가 당겨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흘러나온다.
현장은 신중하다. A 구단 외국인 스카우트는 "현시점에서 선수를 바꾸는 건 쉽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그는 "미국 마이너리그가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아서 영입 가능한 후보군이 마땅치 않다"고 말했다.
메이저리그(MLB)는 지난 2일 개막했지만, 마이너리그는 다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5월 초 경기를 시작한다. KBO리그 구단이 접촉하는 외국인 선수가 대부분 마이너리그 소속이라는 걸 고려하면 시장이 막힌 셈이다. MLB 구단별 예비 훈련지(alternate site)에서 일부 선수들이 몸을 만들고 있지만, 체계적이라고 보기 힘들다.
B 구단 단장은 "코로나19 영향으로 MLB 각 구단이 선수들의 뎁스(선수층)를 유지하려고 한다. 4월은 시기적으로 빠르다. FA(자유계약선수)가 아닌 이상 바이아웃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쉽지 않다"며 "원래 시즌 중 교체가 어려운데 코로나19로 입국 후 2주 자가 격리까지 거쳐야 한다. 투수의 경우 KBO리그에 올 수 있는 수준은 MLB에서 대부분 불펜으로 뛴 자원이다. 영입하더라도 2주 격리 후 투구 수를 늘리는 시간까지 필요하다"고 현실적인 어려움을 전했다. C 구단 단장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코로나19 때문에 선수 교체가 어렵다"고 촌평했다. 코로나19 이후 외국인 선수들의 비자 발급 절차도 까다로워졌다. 격리 기간까지 더할 경우 교체 실효성에 의문이 생길 수 있다.
현실적인 대안은 대만 프로야구(CPBL)이다. 시즌이 정상적으로 진행 중이다. CPBL에서 뛰는 외국인 선수들은 KBO리그에 대한 거부감이 크지 않다. 올 시즌만 하더라도 아리엘 미란다(두산), 카펜터가 지난해 CPBL에 몸담았던 자원들이다.
문제는 계약 구조. CPBL 팀들도 시즌 중 빼앗기지 않으려고 주요 외국인 선수를 '풀 게런티'로 묶는다. 리그 정상급 왼손 투수로 평가받는 호세 데 폴라(중신 브라더스)가 이 케이스다. D 구단 외국인 스카우트는 "제이크 브리검(웨이취엔 드래곤스)도 키움과 계약했지만, 바로 합류하는 게 아니라 4월까지 시즌을 뛰고 오지 않나. 선수들을 풀 게런티가 아니더라도 월별로 묶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스미스를 퇴출한 키움은 대체 외국인 투수로 지난겨울 재계약 불발 뒤 CPBL로 향했던 브리검과 계약했다. 하지만 브리검은 오는 30일까지 CPBL 일정을 소화한 뒤 5월 2일에야 입국한다.
외국인 선수 시장에선 "코로나19가 많은 걸 바꿨다"는 얘길 많이 한다. 신규 영입도 어려운데 시즌 중 대체 선수 영입은 더 난제다. 한 구단 관계자는 "개막 한 달도 지나지 않았다. 적응 기간을 고려하면 교체를 언급하기 이른 시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