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의 날이 밝았다. 2년 연속 바다 건너에서 치러지는 남의 나라 시상식에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한국 영화인들이다.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Academy Awards)이 25일(현지시간) 미국 LA 시내 유니온 스테이션과 돌비 극장 등에서 개최된다. 매년 2월에 개최되는 아카데미 시상식은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여파로 개최 시기가 두 달 가량 연기됐다.
오스카 레이스 기간 치러진 대부분의 시상식은 비대면 형식으로 진행됐지만, 마지막 무대로 일컬어지는 아카데미 시상식은 대면 시상식을 최종 결정했다. 다만 LA 돌비극장 외 섭외 장소가 많아졌고, 방역과 안전 예방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외신에 따르면 시상자와 수상자들은 여러 장소로 분산돼 시상식을 즐긴다. 한 장소에 모일 수 있는 인원 수는 170명으로 제한되고, 참석자들은 체온 측정은 기본, 여러 번의 코로나 검사도 받는다. 마스크는 촬영이 진행될 때만 벗을 수 있다. 아카데미 측은 "한편의 영화같은 시상식이 될 것이다"고 전했다.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여우조연상 각본상 음악상까지 총 6개 부문 후보에 오른 '미나리(정이삭 감독)' 팀은 현지에서 재회한다. 한국에 체류 중이었던 윤여정과 한예리는 팀 '미나리'의 일원이자 후보 자격으로 공식 초청장을 받고 시상식 참석을 위해 미국 LA로 출국했다.
분위기는 2년 연속 좋다. 지난해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까지 무려 4관왕을 싹쓸이 한 '기생충(봉준호 감독)'의 기적은 한국 영화 100여 년의 역사에서 누구도 경험하지 못한 최초의 일이었기에 국내 영화인들도, 영화 팬들도 쉽게 소화될 수 없는 놀라움을 그대로 맞아야 했다.
하지만 올해는 '유경험자'로 아카데미 시상식을 기다린다. 내적 친근감은 높아졌지만 다시 남의 잔치가 되나 싶었던 찰나, 기다렸다는 듯 준비된 '미나리'가 등장했고, 오스카는 새 역사의 기회를 놓지 않았다.
지난해 '기생충'이 한국에서 한국 감독, 한국 배우들에 의해 만들어진 한국 로컬 영화로 할리우드 심장을 정조준했다면, 올해는 할리우드에서 제작한 한인 영화로 도전장을 내민다. '미나리'는 제2의 '기생충'이라 불리며 오스카 레이스를 힘차게 달려왔다.
6개 부문 중 가장 유력한 수상 후보는 여우조연상에 노미네이트 된 윤여정이다. 윤여정은 오스카 레이스에서 연기상으로만 무려 38개의 트로피를 손에 쥐었다. 골드더비 수상 예측 투표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윤여정이 받지 못한다면 이변이다'는 반응이 높다.
윤여정이 수상에 성공한다면 윤여정은 오스카 연기상을 받은 최초의 한국 배우로 역사에 남는다. 또 1958년 열린 30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사요나라'의 우메키 미요시 이후 63년 만에 역대 두 번째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은 아시아 배우라는 기록도 세우게 된다.
아시아계 미국인 배우로는 최초로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스티븐 연과, 자전적 이야기로 글로벌 관객들과 소통한 정이삭 감독의 수상에도 응원의 목소리가 상당하다. 2년 연속 인연을 맺게 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올해는 어떤 낭보가 전해질지 기대감이 치솟는다.
한편, 올해 시상식에는 지난해 주인공 봉준호 감독이 시상자로 참여해 더욱 풍성한 자리를 완성한다. 봉준호 감독과 '미나리' 팀이 함께 존재한다는 것 만으로도 영화팬들의 설레임은 배가 될 수 밖에 없다. 또 한번의 수상자 배출을 기다리게 만드는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