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개봉한 영화 '스프링 송'으로 유준상은 자신의 연출 영화가 처음으로 개봉까지 하는 기쁨을 맛봤다. 벌써 세 번째 장편 연출작을 만들어 선보인 그는 음악 활동을 하고 있는 밴드 J n joy 20의 뮤직비디오를 만드는 과정을 영화로 만들었다. 직접 유준상 역으로 출연했고, 유준상을 비롯해 김소진 등 무대에서 함께 호흡을 맞췄던 후배들을 캐스팅해 '스프링 송'을 함께 불렀다.
'스프링 송' 속 유준상은 괴짜다. 각본도 없이 무작정 일본 후지산으로 떠나 뮤직비디오를 찍는다. 갑자기 김소진에게 전화를 걸어 무작정 출연을 제안하고, 갑자기 오열 연기를 주문하기도 한다. 소품으로 쓸 총을 구하지 못하자 그냥 산에 떨어진 나뭇가지를 주워 촬영을 이어가기도 한다. 대책 없어 보이지만, 동료들은 그런 그의 열정에 공감해 결국 뮤직비디오를 완성한다.
영화 속 유준상은 실제 유준상과 닮았다. 하루에 2테라바이트(TB) 분량을 촬영하고, '스프링 송' 후반 작업만 2년 넘게 했다. 최소한의 스태프로 러닝타임 83분의 장편 영화를 만들었다. 베테랑 배우에서 괴짜 감독이 된 유준상은 차기작을 준비하며 지금도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연출을 하면서 개봉까지 하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어떤 기분인가. "특별한 마음의 동요 없이 아침 일찍 일어나서 산에도 다녀왔다. 벌써 봄이 왔더라. 우리 영화를 관객 여러분이 봐주시길 바라는 마음이 든다."
-이 영화를 기획한 의도는 무엇인가. "평소 뮤직비디오를 보면서 연기하는 배우들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그러다가 '내가 연극이나 뮤지컬 했으니까, 대사를 해보면 어떨까'란 생각이 들었다. 그 대사로 이별의 감정을 만들어 보고자 했다."
-작업 과정은 순탄했나. "후반 작업만 2년 이상 했다. 촬영할 때는 마지막에 뮤직비디오가 나와야 하는 장면을 처음부터 생각하며 찍어야 했다. (마지막 뮤직비디오까지 이어지는) 퍼즐을 맞추는 것이 어려웠다. 뮤직비디오를 어떻게 만들지는 300가지 이미지가 내 머리 속에 담겨있어서 일일이 다 쓸 수 없었다. 찍을 때마다 머리 속으로 생각했다. 그러다보니 음악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원래 만들었던 4분 30초짜리 음악을 쓰지 않고, 13분짜리 곡을 오케스트라 편곡을 해서 노래와 함께 만들어 봤다. 뮤직비디오에 (오케스트라 음악이) 전주로 나온다면 이 영화가 더 재미있게 탄생할 것 같았다."
-연기와 연출, 여러 가지를 해오며 부담이 되지는 않았나. "부담감이 많다. 아무리 열정이 많다한들 나이는 속일 수 없다. 그래서 스스로 반성의 시간을 갖고 있다. 하려는 것들이 너무 많아서, 자칫 다른 것에 방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시간을 잘 안배하고, 나를 좋은 그릇이 될 수 있도록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했다. 영화를 만드는 것은 나의 또 다른 꿈 중 하나였다. 근데 그것이 배우 인생에 방해가 되면 안 된다. 그래서 연출을 하며 연기도 하는 거다. 어떻게 하면 그걸 다 해낼 수 있을지에 대한 부담이 크다. 지혜롭게 잘 헤쳐나가는 것이 내 나이 또래의 고충이다."
-후지산을 배경으로 정한 이유는 무엇인가. "이 영화의 한 축은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의 이야기다. 후지산 정상은 만년설이 쌓여 있어 눈이 녹지 않는다. 만년설 아래에는 봄·여름·가을·겨울이 흐른다. 이 곳에서 내 이야기가 잘 담길 것 같았다. '나는 항상 변해야 한다. 그런데 내가 굳이 변하지 않아도 될 부분까지 변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란 생각을 한다. 그래서 후지산을 배경으로 선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