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개봉한 영화 '스프링 송'으로 유준상은 자신의 연출 영화가 처음으로 개봉까지 하는 기쁨을 맛봤다. 벌써 세 번째 장편 연출작을 만들어 선보인 그는 음악 활동을 하고 있는 밴드 J n joy 20의 뮤직비디오를 만드는 과정을 영화로 만들었다. 직접 유준상 역으로 출연했고, 유준상을 비롯해 김소진 등 무대에서 함께 호흡을 맞췄던 후배들을 캐스팅해 '스프링 송'을 함께 불렀다.
'스프링 송' 속 유준상은 괴짜다. 각본도 없이 무작정 일본 후지산으로 떠나 뮤직비디오를 찍는다. 갑자기 김소진에게 전화를 걸어 무작정 출연을 제안하고, 갑자기 오열 연기를 주문하기도 한다. 소품으로 쓸 총을 구하지 못하자 그냥 산에 떨어진 나뭇가지를 주워 촬영을 이어가기도 한다. 대책 없어 보이지만, 동료들은 그런 그의 열정에 공감해 결국 뮤직비디오를 완성한다.
영화 속 유준상은 실제 유준상과 닮았다. 하루에 2테라바이트(TB) 분량을 촬영하고, '스프링 송' 후반 작업만 2년 넘게 했다. 최소한의 스태프로 러닝타임 83분의 장편 영화를 만들었다. 베테랑 배우에서 괴짜 감독이 된 유준상은 차기작을 준비하며 지금도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영화 속 상황들이 모두 즉흥적으로 보인다. "즉흥이라는 틀로 모든 걸 시작하려고 했다. 사실 영화 상에서 딱히 즉흥은 없었지만, 그 순간에 '이건 즉흥으로 해야겠다'는 신들은 있었다. 김소진에게 울어봐달라는 신이었다. 그 장면이 뮤직비디오 중간을 이어줘야 해 김소진이 울어야 했다. 촬영하며 김소진이 '왜 울어야 하는데요'라고 해서 '그냥 한번 울어봐. 우리가 언제나 좋은 일만 있겠니'라고 했다."
-연출을 향한 열정이 뜨겁다. "대학에서 연출을 전공했다. 치열하게 공부했다. '이렇게 많은, 훌륭한 감독님들이 계시니, 차별화를 하려면 음악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영화 연출을) 시작했다. 47세에 처음 영화를 연출했고, 지금까지 오게 됐다. 말로는 70세까지 한다고 했는데, 그렇게 많은 작품을 하지는 못하겠더라. 아쉽다. 많아야 열 작품 정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생각하는 것들이 잘 담길 수 있을 때, 또 (영화 연출에) 도전하려고 한다."
-독특한 연출 방식이 있다고. "내가 촬영했던 것을 보니, 하루에 2TB 분량을 찍었더라. 어마어마한 양이다. 그래서 스태프를 간소화해 찍는다. 예산이 없어서가 아니다. 최소의 인원으로 움직여야지 내가 찍으려는 많은 분량을 제시간 안에 담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말 많은 컷을 찍는다. 나는 내가 독특하다고 느끼지 못하는데, 촬영장에 온 사람들이 '재미있는 현장'이라고 하더라."
-김소진이 출연해 놀랐다. "김소진은 뮤지컬 '그날들' 초연 때 만난 친구다. 같이 연습해 보면서 깜짝 놀랐다. 이렇게 잘하는 친구와 무대에 서서 좋았고, 왜 영화나 드라마를 안 하는지 궁금했다. 그때 '영화 출연해 달라'고 미리 이야기했다. 그렇게 약속을 받아놓고, 김소진이 계속 잘 됐다. (김소진이) 약속을 지킬 거라 생각했고, 정말 바쁜 와중에도 참여해줬다. 그만큼 잘 돼서 좋고, 앞으로 더 멋진 배우가 될 거다. 김소진에게 영화 찍으며 '네가 앞으로 어떤 영화를 찍더라도 이 영화에서 제일 아름답게 나올 거다'라고 했다. 영화를 보시면 김소진의 새로운 모습, 멋진 연기 보실 수 있을 거다."
-음악영화를 고집하는 것 같다. "남미에서 찍을 4번째 영화는 뮤지컬 장르로 만들어질 거다. 기괴한 영화도 준비 중이다. 부조리한 코미디 극이다. 물론 이 작품 모두 음악이 먼저 만들어 진다. 그래야 내 색깔이 온전히 잘 나올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오랜 기간 구설수 없이 활동한 비결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관객과 시청자 여러분이 함께 한다는 생각 때문에, 그 약속이 나를 더 철저하게 만든다. 나도 인간이기 때문에 완벽해질 수 없다. 그런 인간은 있을 수 없다. 그러나 관객 여러분, 시청자 여러분이 계시기 때문에 한 작품이라도 더 나아진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노력한다. 될 때도 있고, 제자리 걸음을 걸을 때도 있다. 그것이 잘 보여졌으면 좋겠다. 이렇게 하다보면 더 좋은 배우, 사람의 모습으로 더 다가서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