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뜬한 일당백이었다. 송중기(36)는 2일 종영한 tvN '빈센조'에서 빌런을 잡는 빌런인 빈센조 까사노로 지금껏 국내 드라마에 없었던 캐릭터를 소화했다. 정의의 사도라고 하기엔 이미 흑화가 됐고 그저 나쁜 사람으로 보기엔 더 나쁜 사람을 처단했다. 여기에 군데군데 코믹과 멜로까지 더하며 복잡한 장르의 입체적인 캐릭터를 잘 살렸다. 완벽한 연기만큼 화제된게 비주얼이다. 10년 전으로 돌아간 듯 완벽한 피지컬과 백옥만큼 고운 피부까지, 여기에 극 중간 한복을 입고 나온 장면에서는 2010년 방송된 '성균관 스캔들' 구용하를 보는 듯 이질감이 없었다.
-타이틀롤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나. "이렇게 부담이 없었던 작품도 처음이었다. 물론 타이틀롤을 맡았고 제목 자체가 역할명이라 부담이 아예 안 될 수는 없었겠지만 드라마 에피소드들이 금가프라자 사람들과 함께 진행됐듯 실제로 저도 금가프라자 역할을 맡은 배우 분들의 결속력이 상당히 깊게 생겨 외롭지도 않았다. '다 같이 재밌게 잘 놀았다' 정도로 말씀드릴 수 있다. 그게 실제 내 마음이다."
-최종회가 잔인하다는 말이 많았다. "대본이 나왔을 때 현장에서도 '잔인하다' '아니다' 의견이 갈렸다. 방송이 나간 후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겠다고 예상했다. 나는 전혀 잔인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세게 나가도 되지 않았을까 싶다. 극악무도한 행동으로 악행을 많이 저지른 캐릭터를 그에 맞게 처단했다는 생각에 개인적으로 굉장히 만족한다."
-인생 캐릭터라는 평가가 많다. "대중이나 업계 관계자들이 어떻게 바라봐주는지 모르겠지만 송중기라는 사람한테 '빈센조'는 인생 캐릭터가 맞다. 내가 부족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작품 활동을 하며 가장 신나게 연기했던 캐릭터였다. 지금까지 같이 한 감독님·작가님·다른 동료 배우 분에게는 죄송한 이야기이지만 가장 신나게 연기했던 캐릭터였다. '빈센조' 하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외모에 대한 칭찬이 끊이지 않았다. "항상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몸을 못 가누겠다. 따로 외모 관리 비법은 없다. 아무래도 내 분량이 압도적으로 많았기 때문에 현장에서 만나는 사람마다 동료 배우들도 '힘들 텐데 왜 이렇게 안 피곤해 보이냐'는 말을 많이 했다. 비법은 아니지만 8개월 동안 진짜 깔깔대고 너무 많이 웃었다. 스스로 진심으로 즐긴 현장이었다. 전날 새벽까지 촬영하면 나도 사람이니까 '오늘 촬영 취소 되고 좀 쉬었으면 좋을 텐데'라고 생각할 법 한데 이번에는 아침에 눈 뜨면 빨리 가서 스태프·배우들과 놀고 싶었다. 진심으로 즐겼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나. "극중 어머니인 윤복인(오경자) 선배님을 만나 그의 진심을 듣는 장면이었다. 결과적으로 대본에 나온 것과 내가 다르게 연기했다. 대본에서는 엄마의 진심을 확인하고 슬프지만 슬픔을 꾹꾹 참는다는 게 지문에 나온 내용이었는데 현장에서는 그게 안 되더라. 선배님의 대사를 듣는데 못 참겠더라. 그래서 작가님이 쓴 의도와 다르게 표현된 신인 것 같아 기억에 남는다."
-전여빈(홍차영)과 러브라인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이 엇갈렸다. "러브라인이 없길 바라는 사람들도 많이 있었고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하는 시청자들도 많이 있었다고 현장에서 스태프들이랑 이야기할 때 알았다. 개인적으로 난 그런 다양한 의견이 있는 걸 즐기는 편이다."
-가장 호흡이 좋았던 배우를 꼽자면. "무조건 전여빈이다. 다른 배우들이 삐쳐도 상관없다. 전여빈이 연기한 홍차영 캐릭터가 너무나 사랑스러웠다. 개인적으로도 진짜 매력 있다고 느껴 같이 연기하면서도 너무 정이 많이 들었다. 전여빈 씨, 홍차영 캐릭터 둘 다 정이 많이 들었다. 무엇보다 케미스트리가 최고 높지 않았나 생각한다. 호흡이 제일 좋았다. 선배님들이 아마 기사 보고 삐쳤다고 문자 보낼 텐데… 상관없다.(웃음)"
-메이킹 영상에서 전여빈에게 사극을 권한 것도 화제였다. "(전)여빈이한테 예쁘다고 사극을 하라고 말하는 장면이 메이킹에 나왔던데 사실 촬영할 때 메이킹 촬영하는 걸 별로 안 좋아한다. 난 현장에서 솔직하게 행동하는 편이라 그렇게 했고 그러다 보니까 메이킹에 진짜로 한 이야기가 나간 것이다. 한복을 입고 나왔을 때 내가 한 말만 메이킹에 나가서 그렇지 분장팀·촬영팀·조명팀·주변 배우들 다 여빈이에게 사극 꼭 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다."
-촬영장에서 모든 배우들을 챙겨 '송반장'이라 불렸다던데. "현장에서 그냥 내 별명이었다. 마음에 든다. 선배님들도 그렇고 다 좋은 의미로 절 치켜세워줘 괜히 더 그렇게 불린 것 같다. 우리끼리 그렇게 콩트를 하며 많이 놀았다. 모든 사람들이 잘 따라와줘 진심으로 재밌었던 현장이었어다. 실제로도 그렇게 지내고 있다."
-나영석 PD의 '출장 십오야'도 기대된다. "내가 제작사 PD에게 이야기를 해 한 번 해보자고 했다. 알다시피 드라마 마지막 촬영 때는 시간 싸움이라 정말 정신이 없다. 그 와중에 배우들과 다 같이 모여 다 같이 '짠' 하고 끝내고 싶었다. 요즘 (코로나19 여파로) 사적으로는 많이 못 모이니까 나영석 PD님의 '출장 십오야'가 생각이 났다. 원래 빌런 역할의 배우들까지 다 함께 하는 거였는데 현장이 A·B팀으로 나뉘는 상황이라 도저히 안 돼 금가프라자 배우들과 함께하게 됐다. 이 자리를 빌려 나영석 PD의 배려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중간에 중국 비빔밥 PPL 논란이 있었다. "주연 배우만 더 PPL에 주의를 기울이는 게 아니니까 주연 배우 이런 걸 떠나서 지극히 배우 입장에서도 (제작사가 배우들과) 같이 상의해서 (PPL을) 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나도 다시 한번 들었다. 어쨌든 중간에 우리 드라마에 PPL 논란이 있었는데 누구나 아는 사실이고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드라마 외적 논란이 생겨서 그럴수록 더더욱 전 드라마 내적 완성도를 만드는 데 훨씬 더 많이, 많이가 아니라 최고 많이 노력을 기울였다. 외적인 논란이 어쨌든 있었으니 실망하신 분들이 계시면 내적인 드라마 자체의 매력으로 다시 한번 신뢰를 얻어보자는 생각이 개인적으로 절 많이 지배했던 것 같다. 그래서 오히려 현장에 더 집중하려고 노력을 했다. PPL 논란으로 인해 실망하신 분들이 계시다면 물론 내가 제작사 스튜디오드래곤이나 로고스필름은 아니지만 주연 배우로서 사과드리는 게 맞다."
-시즌2 제작을 바라는 시청자들이 적지 않다. "시즌2와 관련한 얘기는 전혀 없다.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는 건 시즌2를 바라는 사람들이 있다는 의미라 감사하다. 현실적으로 나온 이야기는 없다. 내부적으로 시즌2 이야기가 나올 일은 내가 봤을 때 없을 것 같다."
-올해 '승리호'에 '빈센조'까지 벌써 2연속 흥행이다. "2연속 흥행에 성공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건 다른 사람들이 평가해주는 것이기 때문에 그렇게 봤다면 감사하고 개인적으로는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스스로 너무 즐기며 최선을 다했던 작품이다."
-차기작도 궁금한데. "아직 정한 게 없다. 이번 달 말부터 영화 '보고타' 촬영을 한다. 코로나 때문에 제작 중단됐던 영화 촬영을 한국에서 시작한다. 콜롬비아에 갈 수 없다. 해외 촬영이 너무나 어려운 상황인데 기술적인 건 스태프들 만나 이야기를 들어봐야한다. 이 어려운 시국에 제작자들이나 투자한 사람들의 상심이 얼마나 크겠나. 주연 배우로 어떻게든 잘 마무리하겠다는 말을 하고 싶다."
-백상예술대상 최우수연기상 후보에 올랐다. "참석할 예정인데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너무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물론 상은 받으면 좋고 안 받으면 어쩔 수 없지 않나. 일단 난 즐기러 갈 것이다. 후보에 오른 것보다 더 집중하고 있는 부분은 드라마 연출상에 감독님이 오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