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종(33·텍사스)이 메이저리그(MLB) 데뷔 첫 '선발' 등판에서 체인지업에 웃고 울었다.
양현종은 6일(한국시간)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타깃필드에서 열린 미네소타 원정 경기에 선발 등판해 3⅓이닝 4피안타(1피홈런) 8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1-1로 맞선 4회 말 1사 만루에서 교체됐고 승계 주자가 득점하지 못해 실점이 추가되지 않았다. 승패 없이 물러난 양현종의 시즌 평균자책점은 2.08에서 2.25로 소폭 상승했다.
꿈에 그리던 MLB 선발 등판이다. 양현종은 지난 2월 텍사스 구단과 마이너리그 계약을 했다. KBO리그 통산 147승을 기록한 베테랑이지만 불안전한 계약 내용을 받아들였다. 개막전 엔트리에 탈락해 고비도 있었다. 그러나 버텼고 지난달 27일 마침내 MLB 콜업을 이뤄냈다. 이후 두 번의 불펜 등판(8⅔이닝 6피안타 2실점)에서 크리스 우드워드 감독의 눈도장을 찍었다. 우드워드 감독은 일본인 투수 아리하라 고헤이가 손가락 부상을 당하자 미네소타전 '대체 선발'로 양현종을 낙점했다. 양현종은 올 시즌 텍사스가 내세운 첫 번째 '왼손' 선발 투수였다.
양현종은 거침 없었다. 불펜 등판에서 보여줬던 투구 레퍼토리에 약간 변형을 줬다. 포심 패스트볼(52.1%)에 슬라이더(23.9%)와 체인지업(23.1%)을 섞었다면 미네소타전에선 체인지업(33.3%)을 전면에 내세웠다. 초반 흐름은 완벽함에 가까웠다. 1회를 세 타자 연속 삼진으로 처리했다. 2회 1사 후 미치 가버에게 솔로 홈런을 맞았지만, 호르헤 폴랑코와 맥스 케플러를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첫 아웃카운트 6개 중 5개가 삼진이었다.
3회에도 'K쇼'가 이어졌다. 선두타자 미겔 사노와 후속 안드렐톤 시몬스를 연속 삼진으로 막아냈다. 두 타자 모두 결정구는 체인지업. 2사 후 바이런 벅스턴에게 2루타를 맞았지만 조시 도날드슨을 1루수 파울 플라이로 유도해 이닝을 마쳤다. 3회까지 기록한 삼진 7개 중 체인지업으로 잡아낸 게 4개(슬라이더 2개, 포심 패스트볼 1개). 결정구가 아니더라도 유리한 볼카운트를 선점하는 고비마다 체인지업이 예리하게 꽂혔다. 3회 마지막 타자 도날드슨에게 던진 4구째 체인지업(80.9마일)과 5구째 슬라이더(80.3마일)는 구속 차이가 거의 나지 않아 타자로선 헷갈릴 수밖에 없었다.
아쉬움이 남는 건 1-1로 맞선 4회였다. 첫 타자 넬슨 크루스, 후속 카일 갈릭에게 안타와 2루타를 허용했다. 두 타자 모두 체인지업이 맞아 나갔다. 앞선 이닝과 달리 궤적이 밋밋했고 타자들이 공략해냈다. 양현종은 후속 가버를 볼넷으로 내보내 무사 만루 위기에 몰렸다. 절체절명의 순간 마지막 힘을 발휘한 것도 체인지업이었다. 볼카운트 2볼 2스트라이크에서 던진 6구째 체인지업으로 헛스윙 삼진을 잡아냈다. 우드워드 감독은 1사 만루 케플러 타석에서 양현종을 교체했다. 배턴을 이어받은 왼손 불펜 존 킹은 후속타를 모두 불발로 처리해 양현종의 추가 실점을 막아냈다.
이날 양현종의 투구 수는 66개. 포심 패스트볼(27개)과 체인지업(22개)의 비율이 1대1에 가까웠다. 결정적인 순간 활용한 건 체인지업 비율이 더 높았다. 잡아낸 삼진 8개 중 5개가 체인지업. 4회 피안타 2개만 아니었다면 흠잡을 곳이 없는 변화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