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첫 우승 때는 극적이라 눈물이 났는데, 너무 편하게 와서 그런지 눈물도 안 난다.”
프로농구 사상 첫 포스트시즌(PS) 10전 전승을 거둔 김승기(49) 안양KGC 감독의 소감이다. 그만큼 ‘퍼펙트 우승’이었다.
KGC는 9일 안양체육관에서 열린 챔피언결정전 4차전에 전주 KCC를 84-74로 꺾었다. 1997년 출범한 25년 역사의 프로농구에서 ‘PS 10전 전승 우승’은 최초다. KGC(정규리그 3위)는 6강 플레이오프(PO)에서 부산 KT에 3연승, 4강PO에서 울산 현대모비스에 3연승, 챔프전에서 KCC에 4연승을 거뒀다.
김 감독은 “(눈물이 안나도록) 그렇게 할 수 있게 만들어준 선수들에게 너무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시즌 도중 고비를 묻자 김 감독은 “없었던 것 같다. (PS를) 10번 하면서 당황해본 적이 없어서. 당황이 안되더라”고 말했다.
김 감독은 2016~17시즌 통합 우승에 이어 두 번째 우승을 달성했다. 베스트5를 4년 전과 비교하면, 오세근(34)만 남았다. 김 감독이 세대 교체로 전성현(30), 이재도(30), 변준형(25), 문성곤(28) 등 ‘젊은피 4명’을 ‘포지션별 톱 클래스’로 만들었다. 이재도는 자유계약선수(FA)로 풀린다. 김 감독은 “(2017년 우승 직후) (이)정현이가 나가고, 트레이드와 신입선수 선발로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전력을 만들었다. 앞으로도 그럴거다. 선수가 좋은 팀으로 가더라도 좋은 대우를 받았으면 좋겠고, 그 포지션에 좋은 선수 뽑는게 내가 제일 하고 싶은 것들”이라고 했다.
김 감독이 지난 3월 외국인 선수를 설린저로 교체한 게 화룡점정이었다. 설린저는 미국프로농구(NBA) 보스턴 셀틱스 출신이지만, 2019년 허리 수술 이후 2년간 재활기간이 있었다. 타 팀 감독은 몸 상태에 확신이 없었지만, 김 감독이 과감히 데려왔다. 설린저는 명강의하듯 차원 다른 활약을 펼쳐 ‘설교수’란 찬사를 받았다. 덕분에 KGC 국내 선수들도 살아났다.
김 감독은 “국내선수의 2% 모자란 부분을 설린저가 채워줬다. 우승에서 5할 정도 역할을 해줬다”고 했다. 한국에서 재기에 성공한 설린저가 국내에 남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 김 감독은 “꼬시고는 있는데. 설린저가 ‘영구결번해달라’고 하길래, 내가 ‘내년에도 와서 우승 시키면 해주겠다’고 했다. 그랬더니 설린저가 ‘영구결번해주면 다른 번호로 다시 오겠다’고 했다”며 “사실 2년 쉰 건 끝이라고 봐야 되는 상황이었다. 한국에서 재기해 욕심이 있을거라고 본다. 빅리그에 가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고, 나중에 한국에 올 기회가 온다면 내게 온다고 했다"며 웃었다.
김 감독은 전창진(58) KCC 감독을 넘어섰다. 김 감독은 원주 동부 선수로 2시즌간 전 감독의 지도를 받았고, 동부-KT-KGC 코치로 9시즌 반 동안 전 감독을 보좌했다. 김 감독은 앞서 4강PO에서는 ‘만수’ 유재학 현대모비스 감독을 꺾었다.
김 감독은 “운이 좋았다. 프로농구를 휘어잡은 대단한 분들이다. 농구 발전을 위해서는 대단한 분들을 이겨야 한다. 죄송한 말씀이지만 이런 기회가 온다면 이기고 축하 받고 싶다. 그분들도 칭찬해줄거라 생각한다”고 했다. 김 감독은 “수비면 수비, 공격이면 공격, 재미있는 농구를 충분히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다음 시즌에도 많이 뛰고 신나는 농구를 하고 싶다”고 했다.
플레이오프 MVP 설린저는 “공백기를 딛고 돌아왔는데, 믿어준 국내 선수들에게 공을 돌리고 싶다. 내게 가족 같은 존재”라고 했다. ‘설교수’ 설린저는 “강의는 다 수료했나? 졸업했나? 내 강의는 마쳤다”며 웃었다. 향후 거취에 대해서는 “일단 우승 순간을 즐기겠다. 집으로 돌아가 아내, 아이들과 충분히 상의해 결정을 내리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