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제성(25·KT)이 흔들렸던 슬라이더 영점을 잡았다. 이제 그는 정상급 우완 투수로 성장하고 있다.
배제성은 지난 9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NC와의 더블헤더(DH) 2차전에 선발 등판, 6이닝 동안 5피안타·6탈삼진·1실점으로 호투하며 9-5 승리를 이끌었다. 시즌 3승째. 평균자책점은 3.34로 낮췄다.
가장 고무적인 성과는 무사사구 피칭이다. 앞서 배제성은 올 시즌 등판한 5경기에서 20볼넷을 기록했다. 8일 기준으로 리그에서 두 번째로 많은 볼넷을 허용한 선발 투수였다. 그러나 9일에는 2019년 7월 3일 수원 삼성전 이후 선발 43경기 만에 볼넷을 허용하지 않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그는 "볼넷 없는 등판을 만들고 싶었다"라며 웃어 보였다.
배제성은 4월 내내 슬라이더의 제구를 잡지 못했다. 홈 플레이트 한참 앞에서 바운드가 되는 투구가 많았다. 포수 장성우가 어렵게 블로킹하거나 백네트로 빠뜨리는 장면도 종종 나왔다. 특히 좌타자와의 승부에서 애를 먹었다.
5월 들어 달라지기 시작했다. 9일 던진 슬라이더 40개 중 80%(32개)가 스트라이크였다. 4회 초 1사 NC의 '좌타 거포' 나성범에게 볼카운트 2볼-2스트라이크에서 몸쪽 슬라이더를 던져 헛스윙을 유도했다. 6회 나성범을 다시 만나 가운데 높은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을 잡아냈다.
박승민 KT 투수 코치의 조언이 통했다. 배제성은 "이전까지 좌타자에 슬라이더를 던질 때는 우타자에게 던질 때처럼 (팔 스윙을) 강하게 때리지 못했다. 손장난을 쳤다고 할까. 그런데 코치님이 '좌·우타자 승부에 차이를 두지 말고 던져보라'고 주문했고, 그대로 실행하다 보니 지난 등판(5월 1일 KIA전)부터 나아지더라"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스트라이크가 되지 않더라도 내가 던지려고 했던 (좌·우) 라인에는 거의 들어가고 있다. 밸런스와 컨디션이 점점 좋아지고 있어서 자신감이 생긴다"라고 전했다.
배제성은 9일 최고 시속 149㎞의 포심 패스트볼을 던졌다. 올 시즌 빠른 공 평균 구속은 시속 144.8㎞다. 배제성은 "지난해는 구위가 안 좋았기 때문에 '실점을 최소화하자'는 마음가짐으로 투구했다. 올해는 거침없이 타자와 붙어도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이 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통파 투수 배제성은 삼성 원태인과 함께 국내 투수 중 가장 좋은 페이스를 보여주고 있다. 도쿄올림픽 야구 대표팀 승선 가능성이 크다. 배제성은 "올림픽은 누구나 참가하고 싶은 무대다. 최종 엔트리에 선발될 자격을 갖춰야 한다. 만약 (대표팀에) 불러주신다면 좋은 투구를 보여주고 싶다"라며 태극마크를 향한 의지를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