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천재 전성시대다.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 이정후(23)와 KT 위즈 강백호(22)가 화려한 5월을 보내고 있다. 소속팀을 넘어 한국 야구대표팀 십년대계를 완성할 주역으로 자리를 굳히고 있다.
이정후와 강백호는 프로에 데뷔한 2017년과 18년 각각 최우수 신인선수(신인왕)에 선정됐다. ‘중고’ 신인왕이 득세하던 KBO리그에 ‘순수’ 신인왕 전성시대를 열었다. 입단 첫해부터 신기록을 작성했다는 점도 같다.
이정후는 2017년 고졸 신인 최다 안타(179개)와 최다 득점(111점)을 경신했다. 강백호는 이듬해 데뷔 첫 타석부터 홈런을 터트리며 고졸 신인 최다 홈런(29개) 기록을 다시 썼다. 둘은 2019년 열린 프리미어12 대표팀에서 나란히 태극마크도 달았다. 올해 열리는 도쿄올림픽 동반 출전도 사실상 예약했다. 존재감이 가파르게 커지고 있다.
이정후는 시즌 초 출발이 좋지 않아 걱정을 샀다. 개막과 동시에 안타 쇼를 시작하던 이전 시즌과 달랐다. 지난달 타율이 0.269에 그쳤다. 슬럼프 없던 이정후가 예상 밖으로 주춤하자 키움 타선도 응집력을 살리지 못했다.
과거와 비교하면 부진은 더 두드러진다. 신인 때 타율 0.324를 올린 이정후는 2년 차인 2018년 안타 193개를 치면서 타율 0.355를 기록했다. 4년 차가 된 지난 시즌에는 타율 0.333을 유지하면서 홈런 15개를 보태 장타력까지 장착했다. 매년 연차별 최고 연봉 기록을 갈아치울 만했다.
홍원기 키움 감독은 이런 저력을 잘 알았다. 이정후가 2할 초·중반대 타율을 오갈 때도 “기대치가 높아서 지금 성적이 낮아 보일 뿐이다. 곧 다시 올라올 선수라 걱정하지 않는다”고 확신했다.
실제로 그렇게 됐다. 이정후는 이달 들어 본격적으로 타격감을 끌어올렸다. 첫 5경기에서 11안타를 몰아쳐 순식간에 타율 3할대에 진입했다. 이후 안타 생산에 가속도를 붙였다. 이달 들어 출장한 13경기에서 딱 한 게임(9일 SSG 랜더스와 더블헤더 2차전)만 빼고 모두 안타를 쳤다.
지난주는 더 눈부셨다. 6경기 타율 0.591(22타수 13안타)의 고공비행을 했다. 그 사이 이정후의 타율은 0.350까지 올라 어느덧 리그 타격 5위(16일 기준)다. 출루율(0.450)도 팀 내 1위이자 전체 3위다. 장기인 정확한 타격과 남다른 선구안이 제대로 빛을 발했다.
이정후가 실력을 보이자 팀도 저력을 회복했다. 시즌 초반 최하위에 머물던 키움은 상위권 팀에 턱밑까지 따라붙었다. 시즌 18승 19패로 5할 승률이 코앞이다. 이정후는 어느덧 팀의 흐름을 좌우하는 바로미터로 성장했다.
강백호는 데뷔 후 최고 시즌을 보낼 기세다. 16일까지 타율 0.401로 1위다. 출루율 역시 0.465로 2위 양의지(NC 다이노스)를 넉넉하게 앞선 1위다. 안타(55개)도 리그에서 가장 많이 쳤다. KBO가 시상하는 타격 7개 타이틀 중 세 부문 1위에 올라 있다.
가장 빛나는 건 타점이다. 37타점으로, 1위 노시환(한화 이글스)에 1점 뒤졌다. 강백호는 그동안 장타력과 정확도를 겸비한 타자로 인정받았지만, 타점이 그에 못 미친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 세 시즌 동안 100타점을 한 번도 넘기지 못했다. 한 시즌 최다 타점은 지난해의 89점이다.
올해는 클러치 능력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주자가 있을 때 타율이 0.400으로 리그 2위, 득점권 타율이 0.444로 3위다. 지난 세 시즌 득점권 타율은 0.308→0.285→0.320이었다. 괄목할 만한 성장이다. 강백호는 또 주자 1·3루일 때 4타수 3안타, 2·3루일 때 3타수 3안타, 만루일 때 5타수 2안타를 쳤다. KT의 ‘해결사’라 부르기에 손색이 없다.
강백호에 대한 유일한 아쉬움은 홈런이 5개로 줄었다는 거다. 신인 때부터 홈런으로 두각을 나타냈기에 눈에 띌 수밖에 없다. 이강철 KT 감독은 “전혀 걱정할 일이 아니다”라며 고개를 저었다. 오히려 “올해는 홈런이 적은 대신 타율과 타점이 좋다. 강백호가 득점 기회 때 타점을 올려주고 기회를 계속 이어주는 게 가장 바랐던 시나리오”라고 반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