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도둑들‘이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을 통해 그의 희망과 절망이 담긴 작품의 문을 열었다.
19일 방송된 JTBC ‘그림도둑들’에서는 윤종신, 이혜영, 노홍철, 양정무의 자화상 팀과 장기하, 조세호, 이이경, 윤대현의 포도밭 팀이 “음악적 영감을 얻고싶다”는 의뢰인 선우정아의 요청에 따라 고흐의 그림을 준비했다.
이날 선우정아는 “창작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의 음악 감독이었다. 그의 인생을 심도 있게 접할 수 있었고, 싱어송라이터로 사는 나와 비슷한 점이 많게 느껴져서 고흐의 작품을 의뢰했다”고 설명했다.
먼저 포도밭 팀은 고흐의 창작 인생의 희망을 준 단 하나의 작품 ‘아를의 붉은 포도밭’을 선택, 아티스트 선우정아의 취향을 저격했다. ‘아를의 붉은 포도밭’은 그의 미술 인생 처음으로 평단의 주목을 끈 작품이며, 고흐 스스로 색채에 대한 확신이 담겨있는 그림이다. 포도밭 팀은 그림을 통해 고흐의 인생에 가장 희망이 가득했던 날의 이야기를 공개했다.
‘아를의 붉은 포도밭’은 끼니를 때울 돈이 없어서 나흘간 커피 스물세 잔으로 버틸 만큼 지독하게 가난했던 고흐가 그림을 그린 지 10년 만에 누군가의 인정을 받았으며, 그의 생전에 처음으로 판매된 작품. 때문에 고흐는 다시 한 번 그림에 대한 의지를 불태울 수 있었다. 포도밭 팀은 이 그림이 창작자인 의뢰인 선우정아에게도 좋은 열정을 줄 거라고 확신했다.
의뢰인 선우정아는 20대 시절, 관객이 한 명도 없어서 공연할 수 없었고, 90분 연주를 해도 페이로 7만 원을 받을 정도로 무명시절을 겪었다고 털어놨다. 이후 처음으로 음악 시상식에서 상을 받던 날 동료 뮤지션들에게 격려와 박수를 받던 순간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 양정무 교수는 “‘아를의 붉은 포도밭’은 고흐의 동료 작가이자 인상주의 화가 안나가 구매한 작품이다. 그야말로 화가가 알아본 천재 화가”라고 작품 스토리텔링에 힘을 실었다.
자화상 팀은 포도밭 팀과 전혀 다른 이야기를 담고 있는 ‘귀에 붕대를 감은 자화상’의 스토리텔링을 풀어냈다. 이 작품은 평생 외로운 삶을 살았던 고흐의 고독한 삶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다. 고흐는 절친한 친구 고갱이 자신과 다툰 후 자리를 떠나자 자기 귀를 직접 잘라버렸고, 고흐가 걱정돼 돌아온 고갱이 이를 보고 놀라 고흐 곁을 영영 떠나버렸다. 고흐는 큰 절망과 고독 속에서도 작품 활동을 계속했고, 그 속에서 피어난 명작이 ‘귀에 붕대를 감은 자화상’이었다. 자화상 팀은 선우정아에게 “이 작품은 마르지 않는 영감을 줘서 죽는 그날까지 곡을 쓸 수 있게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선우정아는 “최악의 상황에서 그려진 그림인데 감상하는 게 안 불편하다. 묘한 편안함이 있고, 미적으로 아름답다. 저 또한 거울을 보면서 곡을 쓴 적이 있다. 위선적인 면을 담으려고 했는데 작품에 몰입하다 보면 신나서 작업하게 된다. 고흐 역시 그랬을 걸 생각하면 마음이 간다”며 강한 공감을 표했다.
고흐를 주제로 한 만큼, 이날 그림의 이야기는 계속해서 자화상의 이야기로 마무리됐다. 하지만 선우정아는 ‘아를의 붉은 포도밭’을 최종적으로 선택하며 반전을 안겼다. 그는 “그림 샤워를 통해 확대된 그림을 봤을 때 ‘아를의 붉은 포도밭’에 느낌이 갔다. 기법과 힘이 가장 충만할 때 완성된 작품이라서 저의 창작에 힘을 받아보고 싶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