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벤 라이블리(29)는 현재 재활군에 있다. 라이블리는 지난 11일 수원 KT전 선발 투수로 예고됐지만, 공 1개도 던지지 않고 교체됐다. 경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어깨 통증을 느낀 게 이유였다. 이튿날 곧바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돼 복귀 시점에 관심이 쏠렸다.
처음엔 큰 문제가 아닌 것으로 판단됐다. 허삼영 감독은 지난 12일 "상태가 나쁘지 않다. 다음 주에는 정상적으로 등판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선발 로테이션을 한 차례만 거른 뒤 1군에 재등록 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기류가 바뀌었다. 라이블리는 허삼영 감독이 공언한 복귀 시점에 돌아오지 못했다.
19일 대구 키움전에 앞서 허삼영 감독은 "(라이블리의 복귀는) 의학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길게 봐야 할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 짧은 휴식 후 돌아올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는 의미였다. 어깨는 투수에게 매우 민감한 부위. 미세한 통증만으로도 투구가 불가능하다. 구단 안팎의 분위기를 종합했을 때 부상 정도가 첫 진단보다 악화했을 가능성이 크다.
관건은 구단이 재활 치료를 얼마나 기다려줄 수 있느냐다. 삼성은 라이블리 이탈 후 치른 8경기에서 3승(5패)밖에 따내지 못했다. 19일 키움전 패배로 5월 내내 지켰던 선두 자리를 LG에 내줬다. 데이비드 뷰캐넌과 원태인이 구성하는 '원투 펀치'는 리그 최상급이지만, 3선발부터 불안하다.
베테랑 백정현은 구위가 들쭉날쭉하고, 부상에서 회복된 최채흥은 아직 정상적인 컨디션이 아니다. '임시 선발' 이승민은 긴 이닝을 소화하기 힘들다. 불펜 소모가 커져 경기 운영에 어려움이 따른다. 무작정 라이블리의 복귀를 기다리다 자칫 투수진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그렇다고 교체가 쉬운 것도 아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외국인 선수 시장이 얼어붙었다. 5월 초 마이너리그가 재개됐지만 "데려올 선수가 마땅치 않다"는 게 스카우트들의 중론이다. 몇몇 구단이 관계자를 미국에 파견해 선수를 체크 중이지만 쉽지 않다. 계약하더라도 비자 발급, 입국, 자가격리 단계를 거치면 긴 시간이 필요하다.
재활 치료를 기다리는 편이 더 낫다고 판단할 수 있다. 올 시즌 라이블리는 승리 기록이 없지만, 세부 지표는 안정적이었다. 부상 전까지 피안타율이 0.190, 이닝당 출루허용(WHIP)도 1.08로 낮았다. 시속 150㎞ 빠른 공을 던진다. 이미 KBO리그 적응을 끝낸 자원. 라이블리보다 더 좋은 선수를 데려올 수 있다고 보장하기 힘들다. 섣불리 '교체' 사인을 내지 못하는 이유다.
허삼영 감독은 "무작정 한두 달 기다릴 수 있는 건 아니다. 말씀드리기 조심스러운 상황"이라며 "기다려야 한다는 말 밖에 할 게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