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깜짝 투자’가 나올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삼성과 SK·현대차·LG그룹은 21일(현지시간) 진행되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40조원의 대규모 현지 투자를 예고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약 20조원 규모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 증설 방안을 구체화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미국 백악관과 상무부 주재 화상 회의에 국내 기업 중 유일하게 초대받는 등 현지 투자에 대한 압박을 받는 상황이다.
현대차는 2025년까지 전기차 생산설비와 수소,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로보틱스, 자율주행 등에 8.1조원 규모의 투자를 예고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5년까지 5조원 이상을 투자해 미국 내 2곳의 독자적 배터리 공장 신설을 준비하고 있다. 또 1조원을 투자해 오하이오주에 GM과 전기차 배터리 제2 합작공장 설립도 계획하고 있다.
이런 투자의 가시화를 위해 이번 방미 경제사절단에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과 공영운 현대차 사장, 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이 포함됐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기업은 SK다. 다른 기업들은 전문경영인이 방미 길에 오른 데 반해 SK그룹은 총수인 최태원 회장이 직접 건너갔다. 최태원 회장은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자격으로 양국 경제인 간담회에 참석하는 등 경제 외교에 힘을 보탤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공장 확대를 위해 6조원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배터리1, 2공장에 3조원, 추가 건설을 검토 중인 3, 4공장에 3조원을 쏟아부을 예정이다.
SK이노베이션은 글로벌 완성차 기업과 미국 내 배터리 합작공장 설립이 논의 중이다. 이와 관련해 로이터 통신은 SK이노베이션이 미국의 2위 완성차 업체 포드와 전기차용 배터리셀을 생산하기 위한 조인트벤처를 설립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22일 최태원 회장 등과 함께 SK이노베이션의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을 찾을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공장은 조지아주 애틀란타의 커머스시에 있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 규모가 확대되는 가운데 한국 3개 배터리 기업의 올해 1분기 글로벌 점유율은 31%에 육박한다. 이에 배터리는 이번 한미회담에서 반도체 못지않은 주요 의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최태원 회장은 한미 간 백신 협력과 반도체, 배터리 등의 외교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백신, SK하이닉스는 반도체,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최 회장은 일주일 가량 미국에 머무르며 정계와 재계 인사들을 두루 만나면서 광폭 행보를 이어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1년 3개월 만의 해외 출장인 만큼 최 회장은 현지 일정 등을 조율하며 만반의 준비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 18일 최종현학술원 주최 세미나에서 “사회·환경·공공재에서 측정 가능한 성과를 달성하는 것이 한미관계의 근간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총수가 직접 방미길에 오른 만큼 ‘깜짝 투자’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업계 관계자는 “다른 기업의 경우 전문 경영인이 건너가서 예정된 투자를 공식화하는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SK그룹의 경우 총수가 결단을 내리면 추가 투자 보따리도 가능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김두용 기자 kim.duy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