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 위기 속에서도 방탄소년단, 블랙핑크 등 K팝 가수들의 승전보는 곳곳에서 들려온다. 비대면 시대에 K팝의 힘이 막강해지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은 팬데믹 시대 한국 콘텐트 생산·유통·소비를 재난·문화·인간의 관점에서 다각도로 탐색하는 '코로나19 이후의 한류'를 이달 발간했다. 비대면으로 바뀐 세상 속에서 어떻게 K팝의 인기는 높아질 수 있었는가에 대해 분석하고, 코로나 이후의 한류 산업을 전망했다. 실제로 팬데믹으로 전 세계 경제가 얼어붙었던 2020년에 K팝은 역대 최고 수출 기록을 썼다. 관세청에 따르면 2020년 1~11월 음반류(음반, 영상물) 수출금액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94.9% 증가한 1억7천만 달러(약 2천30억원)로 집계됐다. 스트리밍과 다운로드 등 온라인 실적을 제외한 음반 수출액은 2017년 4천만 달러에서 2020년 1억2천300만 달러까지 불었다. 특히 미국으로 음반 수출액은 특히 가파르게 증가해 대(對)중국 수출액을 추월했다. 음반 수출 시장은 2017년 78개국에서 올해 114개국으로, 영상물 수출 대상국은 12개국에서 39개국으로 각각 확대됐다.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정길화 원장은 "한류의 확산 과정에서 디지털 미디어가 중추를 담당한 것이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은 아니지만, 처음 목격하는 규모로 파생되고 있음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한류의 '위로·희망·연대' 메시지" 먼저 도서는 K팝에 담은 메시지에 주목했다. 방탄소년단은 '다이너마이트'(Dynamite)로 '2021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서 '톱 셀링 송' '톱 송 세일즈 아티스트' 부문을 처음으로 수상했다. 이 노래는 지난해 8월 21일 전 세계 발매와 동시에 2주 연속 포함, 통산 3차례 '빌보드 핫100' 1위에 올랐다. 또 32주 연속 차트인이라는 대기록을 쓰면서 종전 한국가수 최장 기록인 31주 연속 진입의 '강남스타일'을 넘어섰다. '디지털 송 세일즈' 차트에서도 통산 18번째 정상을 차지, 해당 차트가 생긴 이래 사상 최다 1위 기록을 세웠다. 코로나19로 모두가 힘든 시기에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한 방탄소년단만의 '힐링송'이 전 세계 대중을 위로하고 공감을 이끌었음을 알 수 있다. 강준만 전북대학교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는 영국, 네덜란드 등 세계의 방탄소년단 팬들이 "방탄소년단이 날 구해 줬다" "유튜브를 보다 '나약해지지 마, 이길 거랬잖아'라는데 내 어깨를 토닥이는 것 같았다. '너 자신을 사랑하라'는 말은 정신적 무기가 됐다"고 말한 인터뷰를 바탕으로 "한국 대중문화 콘텐츠엔 가족주의를 비롯한 공동체 의식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방탄소년단 멤버들도 팬과 함께 공감대를 형성했다. 멤버 제이홉은 유니세프한국위원회와 함께 진행하는 아동·청소년 폭력 근절 캠페인 '러브 마이셀프'(LOVE MYSELF)를 통해 "잊고 있었던 나를 돌아보면서 나 또한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게 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정국도 "많은 사람에게 전하는 메시지인 동시에 스스로 해야 했던 말"이라며 "세상을 살아가는 원동력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아미(팬)와 '러브 마이셀프'라고 얘기할 것"이라고 했다.
"한국형 팬덤이 '팬덤 플랫폼' 모델로" 팬 입장에선 닿을 수 없는 우상이라 생각해왔던 스타들이 동 시대를 살아가는 청춘이자, 나와 같은 고민을 한다는 자체로 특별한 유대감을 느낀다. 공동체를 형성하고 점점 똘똘 뭉쳐 단합된 팬덤의 형태를 갖추게 된다. 무언가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취향을 공유하고 나누는 것만으로도 재미가 있다. 대부분 SNS를 바탕으로 이뤄지기에 '덕질'(팬덤 활동)은 비대면 시대에 가장 적합한 취미생활 중 하나라고도 볼 수 있다. 한국국제교류재단이 통계를 낸 '2020 지구촌 한류 현황' 자료를 살펴보면, 세계 98개국 한류 동호회 회원 수는 1억 명을 넘었다. 강 교수는 "우리는 팬덤을 스타와 팬의 관계에서만 보려는 경향이 있지만, 사실 더 중요한 건 팬덤 내부의 상호작용"이라면서 "경제적 타산을 앞세우기 전에 '글로벌 팬들의 놀이터' 기능을 앞세운다면, 사심 없는 문화교류로서의 한류에 한 걸음 다가서는 것"이라고 내다봤다.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은 이러한 놀이터 기능을 주목하고 오래 전부터 팬덤 활동의 창구를 마련하는데 힘썼다. 최근에는 그 방식이 점점 발전해, SM엔터테인먼트는 '버블'로 아이돌 팬들 사이 각광받고 있다. 프라이빗 메시지 앱 '디어유 버블'(DearU bubble)은 아티스트가 메시지를 직접 작성해 팬들에게 보내고 팬들도 이에 답장을 할 수 있는 1:1 채팅 서비스 플랫폼이다. SM 계열사 디어유가 지난해 출시해 SM뿐만 아니라 JYP, FNC, 젤리피쉬, WM, MNH, 미스틱스토리 등 다양한 기획사의 K팝 스타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를 통해 팬들의 충성도도 높아질 수 있고, 팬덤 내 다양한 상호작용을 기대할 수 있다. 강 교수는 "팬덤은 코로나19 시대에 더욱 각광을 받을 것이 분명하다. 스타 IP를 활용한 다양한 콘텐트로 덕질을 이어가는 한국형 팬덤이 '팬덤 플랫폼' 모델로 진화하고 있는 것도 그런 맥락"이라고 부연했다.
"온라인으로라도 공연은 계속" 오프라인 공연 길이 막힌 후 K팝은 온라인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SM과 JYP는 온라인 전용 콘서트 브랜드 '비욘드 라이브'(Beyond LIVE)를 기획·운영하는 '비욘드 라이브 코퍼레이션'(Beyond LIVE Corporation·BLC)을 설립하고 다양한 온라인 유료 콘서트를 선보이고 있다. CJ ENM은 K팝 축제인 'KCON'(케이콘)을 온라인으로 전환해 '케이콘택트)란 방식으로 꾸려가고 있다. YG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올 1월 31일 개최된 블랙핑크의 첫 라이브스트림 콘서트 'YG 팜 스테이지(PALM STAGE) - 2021 블랙핑크 : 더 쇼(BLACKPINK: THE SHOW)'의 멤버십 가입자 수 1위 국가는 미국이었다. 전체 멤버십 가입자는 약 28만명으로 K팝 걸그룹 라이브스트림 콘서트 최다 관객수를 보였다. 방탄소년단은 2020년 온라인 콘서트 중 가장 높은 수익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콘서트 투어 박스오피스 집계회사 투어링데이터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방탄소년단의 '맵 오브 더 소울 원'(MAP OF THE SOUL ON:E)은 99만 3,000명이 전 세계 191개 국가 및 지역에서 시청하고 4400만 달러(한화 500억 원) 이상의 수익을 올렸다. 실시간 라이브 공연 '방방콘 The Live'는 총 107개 지역에서 75만 6,600여 명이 콘서트를 시청해 '가장 많은 시청자가 관람한 라이브 스트리밍 음악 콘서트'로 기네스 세계 기록 인증을 받았다. 올해 8주년을 기념해 방탄소년단은 공연 'BTS 2021 MUSTER 소우주'를 준비하고 있다. 6월 13일과 14일 온라인 스트리밍 방식으로 진행한다. 방탄소년단은 2014년부터 글로벌 팬미팅 'MUSTER'를 개최해 오다 코로나 이후 온라인으로 전환했다. 전문가들은 오프라인 공연을 이어갈 방법을 모색하는 한편 온라인으로라도 공연을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한선 정신과 전문의는 "어려운 상황일수록 대중문화가 필요하다. 사경을 헤매는 중환자가 많을수록, 이러한 '문화적' 처방이 더 절실해진다"면서 한류를 '문화적 백신'이라 표현했다.